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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의 法情]오륜정보산업학교 시찰기
김외숙 변호사·부산회  |  busandike@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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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3호] 승인 2015.10.26  09:5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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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 아이들이 있었다. 변호사로 일하기 위해 부산에 온 지 스무해가 넘도록 가본 적 없는 동네, 큰 도로를 벗어나 이면도로로 접어 든 차가 오르막을 한참 달린 끝에 마주친 막다른 곳. 거기가 부산소년원 오륜정보산업학교였다.

정문을 지나자 건물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공무원들이 부산지방변호사회 인권위원회 변호사들을 학교장실로 안내하였고 그쪽에서 준비한 자료로 대강의 설명을 듣고 나서 시설을 둘러보러 나섰다. 사무실 건물을 나와 철문의 잠금장치를 풀고 운동장을 건너야 실제의 수용시설인 생활관을 볼 수 있었다.

아직 따가운 늦여름의 뙤약볕이 맞바로 내리쬐는 운동장을 건널 때 스탠드에서 단체복 차림을 한 한 무리의 아이들이 우리를 눈으로 좇고 있었다. 나는 차마 고개를 돌려 아이들의 시선을 마주할 엄두가 나지 않았는데 그건 괜스레 미안하기도 하고 쑥스러워서였다. 아이들이 우리를 불쑥 나타나 위세만 과시하고 가는 정치인들과 마찬가지로 보진 않을까 지레 겸연쩍기도 하였다.

하지만 이곳에서 아무도 변호사들의 방문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해도 발걸음을 하지 않으면 안 될 일이었다. 갇힌 담장 안에서 아이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바깥에서 아무런 관심을 보여주지 않는다면 말썽을 부린다고 아이들을 그저 눈에 안 띄도록 세상 밖으로 몰아 낸 것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였다.

지난 2013년 5월, 이곳 부산소년원에서는 아이들끼리 집단 난투극이 벌어져 경찰 400명이 긴급 출동하고 테이저건까지 사용된 일이 있었다. 몇명 사이의 사소한 시비가 대번에 수십명이 엉겨 붙으면서 걷잡을 수 없는 지경으로 번져갔던 것인데 그 일이 있은 뒤 언론의 연이은 보도로 사람들의 관심은 갇힌 담장 안으로 향하게 되었다. 사람들은 그곳에 아이들이 과밀 수용되어 있었고 한방에 10여명이나 함께 생활하고 있었다는 사실에 새삼 놀랐다.

좁고 폐쇄된 공간에 많은 사람들을 모아 놓으면 누구라도 불쾌하고 짜증스러운 감정이 일기 마련인데, 아직 감정조절과 자기통제가 미숙한 그 나이의 아이들을 콩나물시루처럼 몰아넣고 교정과 교화를 기대한다는 건 어불성설이었다. 아무리 잘못을 했다 하더라도 그곳의 아이들도 엄연히 인권을 존중받아야 할 인격체요 우리 사회의 일원이었다. 또한 보호처분을 받은 아이들과 아직 분류심사 중인 아이들을 함께 수용하고 있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이 되었는데 소년원과 소년분류심사원을 분리하고 각각에 충분한 공간과 인력 및 양질의 교육 프로그램을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해 보였다.

이런 문제점들에 대해서 부산지방변호사회 인권위원회에서는 꾸준히 관심을 가져왔는데 이번 방문에서 우리는 기능실습장, 교실, 식당, 생활실, 면회실 등의 공간을 공무원의 안내로 제한된 범위에서나마 살펴 볼 수 있었다.

아이들이 이·미용, 제빵제과, 용접, 자동차 수리 등을 배우는 기능실습장이 비교적 잘 갖추어져 있었고 3, 4명이 생활하기 좋게 새로 단장한 작은 방들도 보였다. 2017년에는 부산소년원을 이전함으로써 부산소년분류심사원과 분리할 계획이라는 오륜산업정보학교장의 답변도 들을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개선되지 않았다는 것이 확연히 눈에 띄는 곳이 있었는데 변호사들이 아이들을 만나는 접견실이었다. 2명이 들어가기에도 비좁은 공간에 2팀이 한꺼번에 접견하도록 2조의 작은 책상과 의자를 맞붙여 놓았으니 대화의 비밀보장은커녕 다른 사람들의 말소리에 제대로 이야기를 나누기조차 어렵게 되어 있었다. 변호인의 참여를 귀찮아하는 수사기관에서의 분위기가 이곳에서도 마찬가지인 것이 분명해 보였다. 변호사를 만나고 조력을 받을 권리는 헌법이 아이들에게 보장한 권리인데 공무원들이 번거롭다고, 공간이 부족하다고 소홀히 되고 있었다.

우리는 지속적으로 이 문제에 대해서 건의하고 현실적으로 변호사 접견실의 환경을 개선할 방안을 찾아보기로 의견을 모았다.

교정 본래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아이들 개개인의 인권이 침해되지 않을 정도의 생활공간과 제대로 된 변호사접견실은 꼭 보장되어야 한다. 정말로 기본적인 권리조차 보장해 줄 수 없을 정도로 시설이 부족하다면 그동안 청소년범죄에 대해 무조건 처벌과 구금 중심의 접근을 해 온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 인류학자인 다비드 르 브르통은 감금 형태의 처벌은 아이들에게 다음번에는 잡히지 않도록 더 영악해져야 한다는 것만 가르칠 뿐 어떠한 교육적 가치도 없다고까지 하였다.

청소년선도단체인 ‘쇠이유’의 창립자 베르나르 올리비에의 말대로 아이들의 발목에 굴욕적인 전자발찌를 채울 것이 아니라 도약할 수 있도록 받침대 위에 아이들의 발을 올려주려면 우리에겐 갈 길이 아직 많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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