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17일 정의화 국회의장은 제67주년 제헌절 경축사에서 북한 최고인민회의에 대해 광복절 즈음해서 ‘남북 국회의장 회담’을 열자는 제안을 했다. 이는 작년 제헌절에 정 의장이 남북 국회회담의 개최를 제안한 데서 한 걸음 더 나간 것이다. 지난 9월 3일에는 원내대표 연설에서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가 남북 국회회담의 개최를 제안했다. 새누리당도 남북 국회회담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입장이다.

사실 이런 제안은 새로운 것은 아니다. 우리 국회는 그간 남북 국회회담을 꾸준히 제안해 왔다. 제16대 국회 이만섭 의장, 제17대 국회 김원기 의장, 임채정 의장, 제18대 국회 김형오 의장 등이 남북 국회회담을 제의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북한 측은 때로는 침묵으로 때로는 명시적으로 거절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남북 국회회담은 우리 국회의 애틋한 짝사랑이다. 꾸준히 애정 표시를 해보지만 상대의 반응이 전혀 없어 혼자 애태우는 짝사랑이다.

1988년부터 진행된 남북 국회 간의 예비접촉에 여러 차례 수행단의 일원으로 참여해본 적이 있었던 필자는 남북 국회회담이 메아리 없는 제안에 그치고 아무런 진전이 없는 데 대해 안타까운 심정을 금할 수 없다.

남북 국회회담은 본래 1984년 9월 우리 측이 대규모 수해를 입었을 때 북한이 대남 수해물자를 지원한 것을 계기로 시작됐다.남북접촉이 활발해지면서 1985년 4월 북한 측이 양측의 국회의원 간 회담을 처음 제의해온 것이다. 이에 제12대 국회는 결의안을 채택하고 본격적으로 예비 접촉이 시작되었으나, 북측은 1986년 4월에 팀스피리트 훈련 등을 이유로 남북 대화를 전면 거부하면서 접촉은 중단되었다.

그 후 2년이 지난 1988년 제13대 국회에 들어와 서울 올림픽 대회를 계기로 남북한 간의 접촉이 재개되어 준비 접촉만 휴전선 안의 북한 측 지역인 통일각과 우리 측 구역의 평화의 집을 10여 차례 오가며 이루어졌으나 1990년 1월 초의 마지막 만남을 끝으로 중단되었다.

2000년 6월 남북 정상회담 이후 다시 남북 간의 분위기가 좋아져서 2002년에는 우리 국회 대표단이 평양을 방문해 북한 최고인민회의 대표단을 만나 남북 국회회담에 원칙적 합의를 이뤘으나 그 이상의 진전은 없었다. 2005년 8월에는 북한 대표단이 최초로 우리 국회를 방문해 남북 국회회담 성사에 대한 기대감을 고조시키기도 했으나 이 역시 흐지부지 끝나고 말았다.

그간의 남북 국회회담의 추진상황을 살펴보면, 전반적으로 남북 관계가 유화기에 있을 때에는 이런 저런 준비접촉이 이루어졌으나 남북 관계가 냉각기에 들어설 때에는 남북 국회간의 교류도 차단되었다.

우리 측의 남북 국회회담 제안 목적은 분명하다. 남북한 간에 꽉 막힌 물꼬를 국민의 대표기관인 양측 의회가 앞장서서 열어보자는 것, 즉 남북 국회의원들이 만나서 한반도의 긴장을 완화시켜보자는 것이다. 올해로 분단 70년을 맞으면서 남북 간의 동질성은 갈수록 옅어져가고 있다. 이 상황에서 어떻게 해서든 남북 간의 교류의 끈을 이어가겠다는 우리 국회와 여야의 지도자들의 의지가 계속되는 남북 국회회담 제안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 측의 이런 순수한 의도는 번번이 북한 측으로부터 외면을 당해왔다. 양자회담이라는 것이 양측의 이해타산이 맞아야 하는 것인데 북한 입장에서는 남북 국회회담이 별다른 이익이 없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천안함 폭침으로 인한 2010년 5·24 조치 이후 북한은 더더욱 우리 측의 제안에 맞장구 칠 유인을 못 느끼고 있는 듯하다.

이런 상황에서는 반향이 없는 남북 국회회담 제안에 앞서 국회가 남북 간의 긴장을 완화시킬 수 있는, 작지만 좀 더 실질적인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다.

우리 국회가 남북 청년들의 만남, 상호 문화예술·체육 교류, 더 나아가 인도적 차원의 의료지원, 백두산 화산폭발의 사전 연구 등 비정치적인 분야에서 북한에 대해 지원하고 교류할 수 있는 방안을 찾을 필요가 있다.

물론 북한 측이 부담스러워하지 않으면서도 유인을 느낄 만한 제안을 찾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만은 아니다. 남북 관계가 냉각기인 요즘에는 더더욱 그렇다.

그간의 남북 국회회담의 추진과정에서 보는 바와 같이 남북 국회회담은 남북 관계라는 큰 틀에서 봐야 한다. 지금처럼 남북 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상황에서 남북 관계 개선의 물꼬를 트겠다는 우리 측의 선한 의도만을 갖고는 남북 국회회담의 돌파구를 만들기가 쉽지 않다.

남북 국회회담을 위한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서는 국회의 지도부, 여야의 지도자들의 노력만으로는 안 된다. 국회와 여야뿐만 아니라 정부가 함께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한다. 국회와 정부, 여야가 긴밀히 의견을 모으고 서로 협력하여 남북 관계를 실질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하고, 역할을 분담할 필요가 있다. 남북 국회회담에 대한 메아리를 듣기 위해서는 우리가 먼저 뜻과 힘을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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