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정부의 박해를 피해 난민인정 신청을 한 케냐인 여성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행정법원 행정6단독(하태헌 판사)는 지난 5일 케냐인 A씨가 인천공항 출입국관리사무소장을 상대로 낸 난민인정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고 밝혔다.

2013년 11월 케냐 나이로비에서 홍콩으로 가는 비행기를 탄 A씨는 중간 경유지인 인천공항에서 대기하던 중 출입국관리사무소로 들어가 보호를 요청했다. A씨는 “남편이 국제형사재판소(ICC)에서 케냐 현 정권에 불리한 증언을 하려던 중 실종됐으며 자신도 정부 측에 납치됐다가 중국으로 팔려가는 중”이라며 ”케냐로 돌아가면 박해를 받을 것”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A씨는 “납치 6개월간 성폭행을 당해 임신 중이며, 자신의 몸값을 치른 중국인 부부와 함께 비행기를 탔지만 ‘잠깐 화장실을 다녀오겠다’고 속여 출입국관리사무소로 들어왔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출입국관리사무소는 A씨의 진술에 신빙성이 떨어진다며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임신 중인 것은 맞지만 남편 실종시기에 대해 오락가락 진술한데다, 타고 온 비행기의 탑승자 명단에 중국 국적 부부가 없었기 때문이다. 법무부 역시 A씨의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반면 법원은 “케냐 정부로부터 박해를 받을 충분한 가능성이 있다”며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A씨가 고국으로부터의 박해를 피하려는 의도 외에 대한민국에 입국할 특별한 동기가 없다”면서 “난민인정을 받으려고 치밀하게 관련 정보를 수집한 뒤 작위적인 스토리를 준비했을 가능성도 있지만 주장이 사실일 경우 박해의 정도를 고려할 때 난민 자격으로 새로운 삶을 시작할 기회를 주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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