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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소송 15년…지금은 졌지만 결국엔 정의가 이긴다국내 첫 집단담배소송 제기한 배 금 자 변호사
인터뷰 박희진 신문편집위원회 위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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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0호] 승인 2015.09.25  17:5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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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금자 변호사는 15년간 담배소송에서 흡연피해자를 무료 변론하고, 그 밖에도 군산 성매매화재참사 국가 배상소송, 김보은 사건·김부남 사건 등 수많은 공익소송을 변론해 온 인권변호사이다. 지난 14일, 오로지 법을 무기로 하여 인권을 침해하는 권력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홀로 싸워온 배 변호사의 법조인생과 그 속에 굳게 뿌리내린 배 변호사의 신념을 들어보았다.

1999년 말, 한국 최초로 ‘집단담배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알고 있다. 처음 담배소송과 인연을 맺게 된 계기는 무엇인지.

평소 공익 소송을 통해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분명한 믿음이 있었다. 하버드대 로스쿨에서 석사학위 논문 준비를 할 때 ‘담배 소송을 제기한 주 정부와 담배회사 간의 협상과정’이 매일같이 보도된 것이 큰 몫을 했다. 미국과 같이 법률 이론이 고도로 발달된 나라에서 전개되는 담배 소송을 보면서, 그 믿음이 하나의 실천으로 나타난 것이다. 1998년 ‘미국 담배소송 한국에 적용하기’란 제목으로 논문을 써서 A학점을 받았고, 자연스럽게 1999년 한국에 돌아와 한국금연운동협의회와 함께 민변의 공익소송으로 담배소송을 시작하게 되었다.

지난 15년간 담배소송의 길이 평탄하지만은 않았을 것 같은데.
솔직히 말하면, 담배소송을 하는 동안 어렵고 힘들었던 점이 참 많았다. 15년을 무료로 변론했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기금 조성은 전제되어야 했다. 또 세계 연구 자료 등 광범위한 지식을 동원하고 수많은 증거를 제출해야 하므로 소송 준비하는 데 상당한 시간과 노력, 그리고 전문가의 도움과 보조인력을 필요로 했다. 그러나 뒷받침이 충분하지 못했다. 더 힘들었던 점은 국민이 담배의 해로움과 담배소송 자체의 필요성을 인식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그밖에도 이해할 수 없는 이상한 일들이 연이어 일어났다. 지난 수년간 이유도 없이 사무실 인터넷이나 휴대전화 단말기 통신이 끊기는 일, 사무실 컴퓨터 서버가 해킹을 당하여 다운되는 일이 여러 차례 있었다. 사무실 번호로 전화하면 다른 곳으로 연결되는 등 업무방해가 비일비재하였고, 거기가 청소업체냐며 문의하는 전화가 수시로 와서 영문을 알아보니 우리 사무실 번호가 청소업체 번호로 적힌 전단지가 부착되어 있기도 했다.

또 성공보수를 앞둔 사건의 의뢰인이 갑자기 해임을 통보하는 일도 여러번 있었고, 심지어 내가 이혼했다는 허위내용이 소위 찌라시로 배포되기도 했다. 자동차 전용도로에서 앞차가 급정거해서 내가 들이받는 사건으로 3년간이나 자동차 없이 지냈고, 작년 봄에는 운전 도중 모퉁이를 돌다 정면에 정지하고 있던 차와 사고가 난 일도 있었다. 당시 차는 대파되었고, 이후 사고 후유증으로 극심한 두통에 시달려 6개월이나 업무를 못하는 피해를 입었다. 그 밖에 이해할 수 없는 이상한 일들이 많았지만 다 말하기에 부족하다.

그럼에도 결론은 패소였다. 그렇지만 상당히 의미 있는 소송이었을 것 같은데, 어떠한지.
경험해 본 결과 단연코 담배회사와의 싸움은 ‘전쟁’이었다. 전쟁이 단 한번의 전투로 그 승부가 결정되지 않는 것처럼 이번 15년간의 담배 소송도 그저 한번의 전투에 불과하다는 생각을 한다. 전쟁은 이제부터라 할 것이다. 세월이 걸리고 여러 차례 전투를 거쳐야 할지라도, 담배라는 거대한 악을 무너뜨리는 데 분명히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본다. 고법 항소심 판결이 나온 후 주요 신문 사설에서 본 사건이 앞으로 유사 소송에서 이길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고 평가한 것처럼 말이다.

끝까지 담배소송을 포기하지 않았던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내가 1999년 제기한 담배공익소송은 2014년 대법원 판결이 날 때까지 무려 15년이나 걸렸다. 처음 소송을 시작할 때만 해도, 15년을 이 소송에 매달리게 될 줄 상상도 못했다. 정신없이 15년간 담배소송에 열정을 쏟다 보니, 남은 것은 산더미 같은 기록과 적지 않은 빚 뿐이었다. 그로 인해 사무실로 사용하던 오피스텔도 처분하고, 거대조직으로부터 교묘하게 여러 모로 음해를 당한 것도 부인할 수 없는 부분이다.

왜 이렇게 힘들게 귀중한 시간을 투자하면서 국가와 강력한 기업을 상대로 투쟁을 하느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다. 처음엔 공익소송에 관심이 많은 취향에서 비롯되었지만, 지난 15년간 분명하게 느낀 것은 ‘담배란 결코 합법적으로는 판매되어서는 안 되는 독극물이나 마약과 다름없다’는 것이다. 결국 내가 담배소송을 한 목적은 개별적 피해자를 위한 보상에도 있지만 더 큰 목적은 담배로 병들어 가는 사람들을 보호하고 흡연에 대한 심각성을 일깨워 흡연문화와 담배정책을 바꾸어 더욱 ‘건강한 사회’를 만들고자 하는 데 있다.

지금 세계는 담배 문제에 대해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지. 반면에 그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우리나라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지금 세계는 담배를 두고 싸움이 한창이다. 미국의 주정부들은 담배회사에서 거액의 배상금을 받아냈고, 캐나다에서도 모든 주정부들이 나서서 14개 다국적 담배회사들을 상대로 한 담배소송이 계속되고 있으며, 호주 또한 강력한 담배규제정책을 펼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는 담배로 인한 피해를 홀로코스트에 비유하며 세계적인 담배규제에 나서고 있다.

미국에는 담배회사가 흡연피해자에 대한 배상을 할 법적의무가 있다는 연방대법원판결을 하기까지 50년의 담배소송 역사가 있었다. 이처럼 담배소송은 수많은 사람들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위해 오랜 시간이 걸려도 꼭 해야 할 인권소송의 하나이다. 우리나라도 그 중요성을 빠른 시간 내에 인식하길 바란다. 더하여 앞으로 사법부가 담배가 해롭다는 과학계의 무수한 증거들을 배척한 채 유해제조자를 보호하고, 소비자를 외면하는 일이 없기를 기대해본다.

간통죄 폐지와 관련해 “배우자에 대한 ‘성적 성실 의무’를 다한 선량한 이들이 도리어 피해자가 돼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를 낸 바 있다. 간통죄 폐지로 우려되는 점을 지적하자면.
간통죄 폐지로 형사처벌이 어려워진 결과 사실상 부정한 행위에 대한 응징은 위자료 밖에는 없다. 그런데 현재까지 법원의 판결 추이를 봤을 때 이러한 점이 전혀 반영되지 않고 있어 상당한 후폭풍, 부작용이 걱정이다. 실제로 간통죄 폐지 후 통신사들마저 통신조회를 거부하고 있어 부정행위 입증이 더욱 어려워진 것이 사실이다. 최근 개인의 자유가 지나치게 우선시되면서 가정에 대한 보호가 소홀히 취급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앞으로 유책배우자에 대한 민사적으로 징벌적 배상이 가능하도록 제도의 도입이 필요하고, 이혼시 재산분할비율 판단 요소 및 면접교섭권 제한 요소로도 삼을 수 있었으면 한다. 이혼 후 부양료 제도도 도입할 필요가 있다. 덧붙여 재판에 필요한 증거조사에 대해 법원의 강력한 강제력이 인정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최근 ‘정의는 이긴다’라는 책을 발간하였는데, ‘정의(Justice)’에 대한 정의(definition)를 내려 본다면.
‘정의는 이긴다’라는 책은 20여년간 법조인으로서 고민했던 ‘사회가 더욱 정의롭게 되기 위해 바뀌어야 할 것들’과 관련해 우리사회에 던진 메시지와 실제로 성과를 이루었던 몇몇 공익활동에 대한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결국 이 책의 제목은 그동안 수십년간 국민 인권을 위해 살았던 나의 강력한 희망을 담은 것이다. 옳고 바른 길, 도덕적인 길이 정의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끝으로, 앞으로의 계획과, 후배 법조인에게 조언할 ‘변호사의 역할과 책임’이 있다면.
내 책의 프롤로그에 적었듯 ‘나는 좌절할 때마다 역사를 통해 진실이, 사랑이 항상 이겼다는 사실을 기억한다’고 한 마하트마 간디의 신념을 되새기며, 오늘도 악이 이기는 것처럼 보이는 세상에서 그것은 일시적일 뿐 결국엔 정의가 이긴다는 믿음으로 살아가려 한다. 앞으로 후배 법조인들도 어떤 인생가치를 가지고 살 것인가를 늘 고민하길 바란다. 우리 주변엔 출세와 돈, 명예 추구의 길을 가는 사람도 있겠고 자신을 희생하며 남과 사회를 돕는 일에 헌신하는 사람도 있겠다. 더욱 값진 인생을 사는 것이 좋지 않을까 조언하고 싶다. 그리고 사건을 대할 때도 더 크게 보고 바람직한 해결방안을 이끌어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해주고 싶다.

배금자 변호사는?
△부산대 법대 △사시 27회 △부산지법 동부지원 판사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위원 △대한변협 징계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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