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가을이 되었다. 하지만 이런 서늘하고 찬바람 불 때 이가 시리다고 하여 ‘풍치(風齒)’라는 별칭을 가진 치과질환이 있다. 바로 ‘잇몸질환’이 그것이다.

잇몸질환은 치아 주위 조직에 생긴 병이다. 음식물찌꺼기들과 세균의 감염으로 치아주위에 부착돼 있는 조직 및 잇몸뼈가 파괴되는 것으로, 질환이 심해지면 치아의 뿌리 부분이 드러나 바람 불 때 이가 시리다고 하여 예전에는 잇몸질환을 ‘풍치(風齒)’라고 부르기도 하였다.

잇몸질환은 잇몸이 붓거나 피가 나는 것으로 시작하게 된다. 가장 표면을 덮고 있는 잇몸조직의 염증이 그 첫 번째이며, 이것이 심화되면 더 깊숙이 잇몸뼈까지 염증이 이환되어 잇몸뼈가 파괴되는 단계로 진행된다. 다른 염증들과는 조금 다르게, 치주조직의 염증은 몸의 컨디션 상태에 따라 진행되는 정도가 다르다는 것이 특징이다. 정신적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거나, 육체적으로 피로하거나, 기타 다른 질병 등의 이유로 면역력이 저하될 경우 급격히 진행되는 양상을 보인다. 이렇기 때문에 한동안 잇몸이 붓고 아프다가 며칠이 지나면 괜찮아지는 현상이 나타나는데, 이것은 자연적으로 치유된 것이 아니므로 더 심해지기 전에 반드시 치과치료를 받아야 한다. 시간이 지나면 점차 완화되고, 통증이 줄어든다는 점 때문에 대부분의 환자들은 자신이 치주질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하며, 이 때문에 증상이 심해질 때까지 방치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잇몸질환의 치료는 가장 기본적으로 구강위생 자기관리에서 시작한다. 40년 동안의 실험 및 임상 연구에서 효과적인 치태제거(음식물 찌꺼기)는 일생동안 치아와 치주조직의 건강을 위한 ‘필수요소’임이 밝혀진 바 있다. 치태를 효과적으로 제거하는 것은 치아와 잇몸 건강의 핵심으로 환자 스스로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한 부분이라는 것을 명심하여 칫솔, 치실, 치간칫솔, 구강양치액 등 다양한 용품들을 이용하여 구강위생에 신경을 잘 써줘야 한다.

하지만 양치질을 아무리 꼼꼼하게 한다고 해도, 구석구석 칫솔이 닿기가 어려운 부분이 있다. 이런 부위에는 음식물 찌꺼기인 치태와 세균들이 결합하여 치아에 마치 돌처럼 붙어 있다고 하여 ‘치석(齒石)’이라고 불리는데, 이는 세균이 자라나는 온상이므로 적절한 시기에 제거해 주어야 한다.

스케일링은 이런 치석을 초음파 기구로 제거하는 치석제거술을 의미하며, 치아를 건강하게 만들어주는 가장 기초적인 치과 술식이다. 치주질환을 치료하는 가장 기본적인 1단계 처치이자 예방적 치료로서도 역할을 하기 때문에 최소 6개월~1년 단위로 받는 것이 좋다. 다른 치과치료처럼 치아 자체를 깎아내는 치료가 아니므로 치아에 무해하다. 또, 초음파 기구가 닿을 때 시린 증상이 있어 스케일링 받는 것을 힘들어 하는 환자들의 경우, 치아와 잇몸을 살짝 마취하는 마취 가글액이 있어 시린 증상 없이 무통 스케일링을 받을 수도 있다.

잇몸하부에까지 치석이 생긴 경우, 통상적인 스케일링으로는 치석을 완벽하게 제거하기가 힘들다. 그리고 초음파 기구가 잇몸 아래까지 들어가면 환자도 통증을 호소하게 된다. 이에 부분적으로 마취를 시행한 후, 초음파 기구를 깊숙이 넣어 잇몸 하부의 치석까지 완벽하게 제거하는 술식이 치근활택술이며 그 치료 효과는 매우 좋다. 특히 평소 음식물이 잘 끼는 어금니 부위에는 6개월~1년에 한번씩은 받는 것을 권장한다. 치은연하소파술은 병든 잇몸조직까지 제거하는 술식으로 잇몸 조직의 일부가 병들었을 때, 빠른 치유를 위해 병든 조직을 제거해 내는 술식이다.

과거 2년 전만 해도, 스케일링은 비급여 항목으로 분류되어 5~6만원의 비용이 드는 치료였기 때문에 환자에게 적지 않은 부담이 되는 치과치료 항목이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공단에서 위와 같은 스케일링의 중요성을 인식하여, 2013년 7월부터 건강보험 적용항목에 포함시켜 환자들의 부담을 상당부분 경감해 주었다. 매년 7월 1일부터 이듬해 6월 30일까지를 기준으로 ‘1년에 1차례’ 건강보험 수가를 적용받아 큰 부담 없이 스케일링을 받을 수 있다. 그리고 스케일링을 비롯한 잇몸치료는 거의 대부분이 건강보험이 적용되어 다른 치과치료와는 달리 환자의 비용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잇몸이 시리고 붓고 피나고 아플 때, 인사돌을 먼저 찾기보다는 치과에서 먼저 근본적으로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건강할 때부터 주기적으로 치과에서 잇몸 관리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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