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왈(一曰) 용(龍)이다”란 말이 있다. 묘나 집의 터를 평가함에 있어서 용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그리고 터를 볼 때 먼저 용을 살펴야 한다는 뜻이다. 풍수지리에서 용이란 산을 말한다. 용과 같이 산에서는 맥을 따라 기가 흐르고 있고, 산은 살아있는 생명체와 같이 능력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소위 ‘명당’에 가서 보자. 명당을 받쳐주는 뒤의 산을 보기만 하여도 영험한 기가 느껴진다. 용이 살아서 움직이듯 산의 맥이 구불구불 꿈틀꿈틀 내려오고 있다.

그러나 용은 산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평지에도 용이 있다. 평지에서도 구불구불 꿈틀꿈틀하는 지형을 도처에서 볼 수 있다. 일명 ‘평강용’이라고 한다. 그런고로 풍수에서 산은 우리가 흔히 대하는 산이 아니다. 묘나 주택의 터보다 조금만 높으면 산으로 본다. 또한 풍수에서 물은 우리가 흔히 대하는 물이 아니다. 묘나 주택의 터보다 조금만 낮으면 물로 본다. 즉, 일촌 높으면 산이고(高一寸爲山), 일촌 낮으면 물이다(低一寸爲水).

주변이 묘나 주택의 터보다 높고 낮음에 따라 바람의 흐름이 달라진다. 그리고 그 높고 낮음의 정도에 따라 바람의 강도가 달라진다. 즉, 그곳에서 발생하는 기운이 달라진다. 또한 주변이 묘나 주택의 터보다 높고 낮음에 따라 물이 들어오는 방향과 물이 나가는 방향이 달라진다.

그리고 그 높고 낮음의 정도에 따라 물이 나가서 합류하는 파구점이 달라진다. 즉, 터와 주변의 고저에 따라서 득수득파(得水得破)가 달라진다. 그리고 이에 따른 발복(發福)의 내용이 달라진다. 그러면 어떠한 용에서 발복하는가? 용(산)은 생룡(生龍)과 사룡(死龍)으로 구분된다. 생룡이란 용이 살아서 움직이는 것과 같이 산이 굴곡을 하거나 기복을 하여 변화하는 산을 말한다. 이와 같이 변화하는 용에서는 발복한다.

이에 반해 사룡이란 죽은 용이 움직이지 않는 것과 같이 산이 굴곡이나 기복을 하지 않고 직선으로 이루어진 산을 말한다. 이러한 사룡에서는 발복하지 않는다. 즉, 생룡(生龍)에서 발복하고, 사룡(死龍)에서 발복하지 않는다. 또한 용의 품격에 따라 발복하는 내용이 달라진다. 용의 품격에는 주인격(主人格)·보조격(補助格)·배반격(背反格)이 있다. 주인격 용은 산의 중심에 강한 기운이 집중되어 안정되고 좌우 균형을 이루게 된다. 대개 주인격 용은 형태상 오행의 금성이나 목성의 형태를 이룬다.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 강력한 지도자가 배출된다.

보조격 용(산)은 중심 부분의 높이가 낮고 좁아서 기운이 중심에 모이지 않고 좌측이나 우측으로 분산된다. 보조격 용은 명당을 향해 마치 절을 하는 자세로 공손하게 마주 보고 있다. 보조격 용이 있는 지세에서는 여러 사람이 협력하여 일을 이룬다. 배반격 용은 주산을 향해 마주 보지 않고 주산에 등을 지고 있다. 배반격의 용은 주산의 기운을 빼앗으며, 배반을 당하거나 부도가 나서 명예를 잃거나 재산적 피해를 입게 된다.

그러면 이러한 발복은 언제까지 계속하는가? 생룡인 산을 자세히 살펴보자. 생룡에서 기가 맺힌 지점을 혈이라고 한다. 혈의 뒤를 보면 약 15미터 내지 20미터마다 왼쪽과 오른쪽으로 움직이거나, 위쪽과 아래쪽으로 움직이면서 진행해 나간다. 특히 강한 힘을 가진 생룡인 산일수록 변화의 정도가 심하다. 이와 같이 굴곡하거나 기복하는 진행단계를 ‘절(節)’이라고 한다. 발복하는 기간은 생룡의 절(節)에 따라 정해진다. 한 절의 발복하는 기간은 30년으로 본다. 예를 들어보자. 혈의 뒤로 이어진 굴곡이나 기복을 한 절이 3번 있었다면 30년 × 3 〓 90년 동안 발복한다. 만일 생룡인 산의 중간에서 끊겼다면 혈에서 끊긴 곳까지의 절의 수를 세어 발복하는 기간을 계산한다. 끊어진 이후의 용에 대해서는 발복하는 기간으로 보지 않는다. 소위 “만대영화지지(萬代榮華之地)”라는 말이 있다. 이는 명당인 혈에서 이어지는 용의 절이 끊어지지 아니하고 계속하여 이어지어 발복하는 기간이 오래간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러한 발복하는 기간은 터의 모든 조건이 다 갖추어진 경우에 한한다. 예외의 경우로 하나만 들어보자.
묘에서 내파(內波)가 좌향론(坐向論)의 향법(向法)에 맞지 않으면 발복하지 않는다. 이를 ‘가화(假花)’라고 한다. 또한 내파(內波)가 맞고 외파(外波)가 맞지 않으면 발복하는 기간은 1대 30년으로 끝난다. 필자가 답사한 바에 의하면 덕산 가야산에 있는 남연군의 묘의 경우 내파(內波)는 맞으나 외파(外波)가 맞지 않아 1대 30년 발복하는 묘이다. 용의 절로만 보면 주산인 가야산에 이르기 까지 굴곡과 기복이 이어져 “만대영화지지”라고 할 만하다. 그러나 내파는 맞으나 외파가 맞지 않아 1대 30년으로 발복하는 기간이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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