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방변호사회 회장 이재동 변호사

대구회는 서울, 경기중앙, 부산에 어어 회원 수가 네 번째로 많은 지방회이다. 사람이 많은 만큼 서로 얼굴도 모르는 경우가 많을 것 같지만 대구지역 법조계는 정 많고 사이가 돈독한 것으로 유명하다. 2014년 조사에 따르면 같은 고등법원 권역 내에서 10년간 근무할 수 있도록 보장해 주는 지역법관의 비율이 가장 높은 지역도 대구였다.

지역색이 강한 동네에서 동향 사람끼리 오랫동안 함께 하다 보니 향판, 전관예우 논란 등에 휩싸이는 경우도 있었지만, 이를 자정하려는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서로에 대한 배려와 끈끈한 정은 다른 지역과 차별화되는 강점이기도 하다.

본보에서는 지난 1월 신임 대구회 회장으로 취임한 이재동 변호사를 만나보았다.

우선 회장으로서의 포부를 간단히 말씀 해주신다면.

대구회의 상임이사, 부회장 등을 거치면서 언젠가는 회무를 맡아보겠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변호사회가 회원들끼리의 단순한 친목단체나 자신들의 이익을 지키기 위한 이익단체 이상의 역할을 해야 할 때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시민들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가는 변호사회가 돼야 하고 무엇보다도 늘어나는 신입 변호사들이 우리 사회 속에서 건강한 변호사로 제 역할을 다하면서 정착할 수 있도록 돕고자 이에 관한 방안을 고심 중에 있습니다.

대구회는 사시존치 및 상고법원 설치에 대해 변협과 계속 반대되는 의견을 밝혀왔는데, 여기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듣고 싶습니다.

대한변협의 공식 입장에 반대하는 의견을 발표했다는 것은 오해일 뿐입니다. 상고법원 설치 문제에 관해서는 회원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한 것에 불과합니다. 우리 회는 국가의 사법제도에 관해 지방회가 성명을 발표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해 서울회 등 일부 다른 회와는 달리 따로 상고법원 설치에 찬성하는 성명을 내지 않았습니다. 사실 저도 찬성 의견이 너무 많아 놀랐는데, 현행 상고심 운영형태에 관한 불만이 이런식으로 나타난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사법시험 존치에 관하여는 이에 반대하는 개인적인 소신을 법률신문에 기고한 적이 있는데 대구회의 공식적인 입장은 아닙니다. 상고법원의 설치나 사법시험의 존치나 우리 법조계를 분열시키는 큰 이슈들인데, 대한변협에서도 좀 더 회원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설득하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 옳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사법시험이 존치된다고 하더라도 앞으로 곧 변호사시험 출신들이 다수를 차지하게 되는 추이를 볼 때 머지않아 사법시험 폐지를 주창하는 협회장이 당선될 것임은 불 보듯 뻔한 바, 우리 법조의 앞날에 무익한 분열만 일으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

최근 대법원에서 형사사건 성공보수 약정 무효 판결을 내렸는데 여기에 대한 생각은 어떠신지요? 또 이와 관련해 형사사건에 있어서 변호사수임료의 부가가치세를 면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데 이에 동의하시나요.

불만이 있더라도 시대의 추세를 따라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 오히려 국민의 의식에서 전관예우를 없애서 일부 전관들이 형사사건을 독점하는 일이 없도록 힘쓰는 것이 더 중요할 것입니다. 사실 젊은 변호사들은 성공보수가 문제가 아니라 형사사건 자체를 구경하기도 힘든 것이 현실인데, 이 판결에 크게 동요하지도 않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판결이 전관 출신이 아니더라도 형사 전문 변호사로 성공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데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부가가치세 문제는 대법원 판결에서 지적한 변호사 업무의 공익적 성격에 대한 반응으로 보이는데 사회의 모든 직업이 다 공익적 성격을 얼마간 띠고 있습니다. 저는 이 판결에 대해 변호사단체에서 이런 식으로 반응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먼저 우리 변호사들이 특권만 누리려고 할 것이 아니라 변호사법 제1조 제1항에서 규정한 공익적 의무에 대한 인식을 가지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국가에서 변호사들에게 막강한 권한을 부여하는 것은 공부를 잘해서 시험에 합격했기 때문이 아니라 국민의 인권을 보호하고 사회 정의를 실현하는 공익적 사명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대구회에 진정이 들어오는 사안들을 보면 (극히 일부의 변호사들에 해당하는 일이겠지만) 신변에 위험이 닥친 의뢰인들로부터 여러 명목으로 부당하게 수임료를 받아가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이 대법원 판결문 앞에서 기존의 변호사들이 얼마나 떳떳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지난 5월에는 대통령 비난 유인물 제작·배포한 40대에게 법률지원을 제공하기로 하셨는데요, 유독 이 건에만 법률구조를 결정하게 된 이유가 있나요.

자력이 없는 사람들을 위한 소송구조사업은 우리 회에서 늘 하던 일입니다. 이 건이 현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 사건이어서 언론에 보도되어 널리 알려지게 된 것 뿐입니다. 당시 피의자가 대구에 연고가 없는 호남 사람이고 변론비용을 부담할 자력이 없다고 판단해 우리 회 소속의 인권위원회에서 구조를 결정하고 3명의 회원을 담당변호사로 지정해 주었습니다.

국민의 기본적 권리인 표현의 자유가 침해될 소지가 있는 중요한 사건으로 판단하여 대구에 있는 시민단체들과 함께 ‘시민의 정치적 의사표현의 자유를 논한다’는 주제의 세미나도 열었고, 우리 회의 인권위원회나 집행부나 이 사건 소송구조에 관해 아무런 이의가 없었습니다. 개인적으로도 민주국가에서 단지 권력을 비판하고 희화화했다는 이유로 이렇게 오랫동안 구속된 상태로 재판을 받아야 한다는 것에 관하여 놀라고 있습니다. 혹시 헌법이 바뀌었나 싶어서 새로 나온 헌법 교과서도 찾아봤습니다.

법조인이 된 계기를 듣고싶습니다.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된 것 같습니다. 시험공부도 그렇게 열심히 하지 못해서 수험기간도 길었습니다. 돌이켜보면 어려운 세상에서 변호사라는 자격을 취득했다는 이유로 참 편하게 대접 받으면서 살았던 것 같습니다. 크게 후회는 없지만, 가지 않은 길에 관해서 미련이 들 때도 있습니다. 세상 사는 길은 참 다양한데 왜 별 고민 없이 시험공부만 했을까 하는 생각도 합니다.

자제분 중에서나 가족 중에 법조인이 또 있으신가요.

시골 출신이라 그런지 사돈의 8촌까지 찾아도 법조인은 없는 집안입니다. 아들이 하나 있는데 아직 학교를 다니고 있는데다 법률 쪽으로는 관심이 없고 될 수 있다고 하더라도 별로 시키고 싶지 않습니다.

취미가 있으시다면.

취미는 운동으로는 지금까지 테니스를 꾸준히 하고 있으며, 가끔은 동기들과 풋살도 합니다. 골프는 시간을 너무 빼앗는 것 같아 시작했다가 포기했고, 주말에는 집안에 틀어박혀 법과 관계없는 책을 보는 것이 낙입니다. 요즘은 유명인들의 전기를 많이 읽는데, 최근에 미국의 대법관 브랜다이스의 전기를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후배 변호사들에게 한 말씀 해주신다면.

대구회만 해도 지난 한해 70여명의 신입회원이 입회할 정도로 회원 수가 급격히 늘었습니다. 대부분 법학전문대학원 출신의 젊은 변호사들입니다. 여러 가지로 어려움을 많이 겪고 있는데 저희가 크게 도움이 되지 않아 안타깝습니다.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 말이지만 어려울 때일수록 원칙에 충실해야 한다는 말을 하고는 합니다. 미국의 법철학자 로스코 파운드가 말한 바와 같이 변호사에게 돈벌이는 목적이 아니라 더 큰 목적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우연적이고 부수적인 결과에 지나지 않아야 합니다.

우리 사회와 사람들에게 깊은 관심을 가지고 변호사의 공익성을 망각하지 않고 열심히 노력한다면 2~3년 안에 자리를 잡을 수 있을겁니다.

실제 젊은 신참 변호사들이 잘해내고 있어 법조계의 풍토도 바뀌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변호사의 수가 너무 많다고 하지만 아직도 변호사의 도움을 적시에 받지 못하는 사람도 많이 있습니다.

/ 인터뷰 변협 홍보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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