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변협은 최근 유인태 의원 등 국회의원 172인의 ‘사형폐지에 관한 특별법안’ 발의와 관련해 회원들을 상대로 사형제 폐지에 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전체 회원의 약 9%인 1426명이 참여한 가운데 존치의견이 752명(53%)으로 폐지의견 671명(47%)보다 약 6% 많은 수치를 보였다. 찬반의 정도가 엇비슷하지만, 여전히 사형폐지는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변호사들 사이에서 조금 더 우세함을 보여준다.

주목할 점은 사형존치의견을 밝힌 대다수 변호사들도 그 집행에 있어서는 매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는 점이다. 사형제도가 정의에 부합하며 흉악범에 대한 유효한 억제책이므로 유지돼야 한다는 의견은 고수하면서도, 구형과 선고를 신중히 하고 재심여지가 있을 경우 일정기간 집행유예 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반대로 폐지의견을 밝힌 변호사들 또한 무조건 폐지보다는 절대적 종신형으로 대체해야 한다는 의견이 70% 정도를 차지했다.

즉 사형제도와 관련해 변호사들은 무조건 존치나 폐지보다는 국민여론과 시대적 변화, 국제인권법 정신 및 형사정책적 측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합리적인 개선을 바라고 있다고 분석된다.

현재 사형폐지국이 전세계 198개 국가 중 140개에 달하는 만큼 사형폐지가 국제적인 추세인 것은 맞다. 우리나라 또한 1998년 이래 사형집행을 하지 않고 있어 사실상 사형폐지국으로 분류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여론은 여전히 사형존치의견이 절대적 다수여서 사형선고는 하되 집행은 되지 않는 애매한 상황이 지속되는 상태다.

국민여론에 비추어 사형제 폐지는 시기상조일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사형제도는 유지된 채 집행은 하지 않는 어색한 관행이 지속되는 것도 옳은 방향은 아니다. 이번 설문조사 결과처럼 사형제는 단순히 이념의 문제로 접근할 것이 아니라, 국민의 법감정과 형사정책, 인권국가로서의 한국의 위상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현실적인 개선방안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관련 법안이 발의된 만큼, 차제에 충분한 공론화 과정을 통해 국민적 합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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