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물건을 휴대하여 폭행 또는 협박한 자를 처벌하는 조항은 형법에도 있고,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이하 ‘폭처법’으로 약칭)에도 있다. 형법에는 벌금형이 있고 징역형은 ‘7년 이하’이지만, 폭처법에는 벌금형이 없고 법정형이 ‘1년 이상의 유기징역’이다.

현재 헌법재판소에는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여 폭행, 협박, 또는 상해한 자를 처벌하는 폭처법 조항(이하 ‘폭처법상 폭행 등 조항’이라 약칭) 관련 위헌제청 사건이 9건, 헌법소원 사건이 3건 있다고 한다. 헌법재판소가 “일반법의 구성요건 외에 별도의 가중적 구성요건 표지 없는 특별법 조항은 형사특별법으로서 갖추어야 할 형벌체계상의 정당성과 균형을 잃은 것이 명백하므로,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를 보장하는 헌법의 기본원리에 위배되고 그 내용에 있어서도 평등원칙에 위반된다{헌법재판소 2014. 4. 24. 2011헌바2 결정, 2014. 11. 27. 선고 2014헌바224 결정, 2015. 2. 26. 선고 2014헌가16·19·23(병합) 결정}”고 반복적으로 선언한 이후로 접수된 사건들이 대부분이다.

헌재의 위 법리를 따르면 형법 조항과 똑같은 내용을 담고 있으면서 법정형만 올린 폭처법상 폭행 및 협박 조항은 위헌으로 판단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여 상해한 자를 처벌하는 형법조항이 없어 상해조항에 대하여는 위 헌재 법리를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지만, 폭행 가중처벌 조항이 위헌이 되면 상해 가중처벌 조항도 형법체계상의 균형을 잃었다고 볼 여지가 크다. 그럼에도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여 폭행 등을 한 자는 여전히 폭처법 위반으로 기소되고 있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올해 7월까지 ‘위험한 물건’ 관련 폭처법 위반으로 기소된 자는 무려 5286명이라고 한다.

문제는, 폭처법상 폭행 등 조항에 대하여 위헌 결정이 날 경우 재심 청구가 쏟아질 것이 불 보듯 뻔하다는 점이다. 헌재가 지난 2월 26일 앞서 본 법리를 들어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특가법’으로 약칭) 상습절도 조항에 대해 위헌 결정을 한 후 재심 청구가 물밀 듯 들어온 전례만 봐도 그렇다. 대법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에 접수된 재심 사건 수는 3516건으로, 지난해 한해 동안 접수된 983건에 비해 폭증했는데, 1심서 접수된 재심의 69.6%에 달하는 1875명이 특가법상 절도 사건이었다(상반기 특가법상 절도 재심 사건이 지난해 한해 전체 재심 사건의 2배 가까이나 된다).

폭처법상 폭행 등 재심 사건 문제는 특가법상 상습절도의 경우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 왜냐하면, 특가법상 상습절도 사건은 상습범이다 보니 거의 예외 없이 구속 피고인이고 형법이 적용되더라도 실형을 선고받으므로 징역형의 정도만이 쟁점이 되는 반면, 폭처법상 폭행 등의 사건에서는 초범도 상당수이고, 집행유예 결격자라도 불구속 재판을 받는 경우도 많아서, 벌금형 선고가 가능하냐 아니냐가 가장 중요한 관심사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형법이냐 폭처법이냐에 따라 인생이 완전히 달라지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그중 대표적인 유형은 취업을 준비하는 젊은, 혹은 번듯한 직장을 다니는, 범죄 전력 전혀 없는 초범의 피고인들이다. 공무원법도 그렇지만 회사 사규가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그 집행유예 기간이 끝난 날부터 3년이 지나지 아니한 자’를 채용 결격 혹은 당연 퇴직사유로 정하고 있는 경우, 벌금형이 없는 폭처법 적용은 그들에게 너무나 가혹하다. 또 다른 유형으로 집행유예 결격자이지만 피해가 크지 않고 피해자로부터 처벌불원 의사까지 받은 경우를 들 수 있다. 비난가능성이 아주 낮은 사건이더라도 폭처법이 적용되는 한 그들은 실형 선고 및 집행유예 취소를 면할 방법이 없다. 이런 피고인들이 재심을 청구하게 되면 재심 재판부도 무척 골치가 아플 것이다.

해결책은 대검찰청이 폭처법상 폭행 등 조항에 대해 하루라도 빨리 ‘적용중지’ 조치를 내리는 것이다. 유사 선례도 있다. 대검찰청은 특가법 상습절도 규정에 대한 위헌 결정이 나기 전인 2014년 12월 24일 ‘상습절도범에 대해 특가법 대신 형법을 적용하라’는 지침을 일선 검찰청에 내렸다. 대검 관계자는 “특가법 상습절도조항이 아직 위헌 결정이 난 것은 아니지만 헌재의 결정 취지를 보면 위헌 소지가 높다고 판단돼 적용 중지 조치를 내렸다”고 밝혔다고 한다.

지금 상황이 그때와 다를 바 없다. 게다가 폭처법상 폭행 등 조항을 적용중지한다고 하여 형사 정의가 지금보다 후퇴하는 것도 아니다. 죄질이 나쁜 피고인에게는 형법을 적용해도 징역 7년까지 선고할 수 있다. 형법 대신 폭처법을 적용하면 공소시효가 더 길다는 장점이 있기는 하나, 폭행 사건에서 공소시효가 문제되는 경우는 실무에서 거의 없다. 설령 공소시효가 문제되면 그런 사건에만 형법 대신 폭처법을 적용하여 기소하면 된다.

대검찰청이 ‘공익의 대표자(검찰청법 제4조 제1항)’라는 명색에 맞게 결단을 내려줄 것을 간곡히 촉구한다. 피고인의 이익뿐만 아니라 앞으로 제기될 가능성이 큰 재심 사건 수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지금 당장 적용중지 조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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