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함지뢰에 의해 우리 군이 공격받는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달 4일 경기도 파주 육군 1사단 DMZ에서 북한군이 매설해 놓은 목함지뢰가 폭발하여 우리 군의 부사관 2명이 중상을 입었다. 당시 우리 군은 군사분계선 이남 440m 지점의 통문을 지나며 수색정찰을 하고 있었는데 북한군이 의도적으로 우리 군이 지나는 길목에 목함지뢰를 매설하여 공격한 것이다. 목함지뢰(木函地雷)는 나무 상자 안에 폭발물이 들어있는 대인 살상용 지뢰이다. 주로 상자 안에 트리니트로톨루엔(TNT)과 신관을 넣어 고정해 만든다고 한다. 옛 소련에서 2차 세계대전 당시 개발한 무기로, 북한은 소련의 목함지뢰를 따라 만들어 한국전쟁에 사용했다고 전해진다. 목함지뢰라는 재래식 무기에 의해 우리나라가 입은 피해는 상당하다. 연이은 대북확성기 사용 및 북한의 조준타격이 잇따르면서 남북이 극도로 위험한 대치상황에 직면하게 되었다. 북한 잠수함의 기지이탈이 이어졌고, 전방 포병병력이 2배로 강화된 것이 이를 말해준다. 외국 자본은 썰물처럼 우리 시장에서 빠졌나갔고, 국민은 전쟁공포에 시달려야 했다. 남북 고위급 접촉에 의한 합의문이 발표되기까지 숨막히는 시간이 지나간 것이다.

남북 고위급 회담이 진행되는 도중 국내에 갤럭시 노트 5가 출시되었다. 재래식 무기에 의해 촉발된 남북의 대치상황이 남북 고위급 회담으로 그 출구를 찾고 있던 차에 과학기술의 최첨단 집약체인 갤럭시 노트 5가 출시되었다는 것은 어찌보면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갤럭시 노트 5는 모바일 결제시스템인 삼성페이를 탑재하여 지갑에서 신용카드를 찾아볼 수 없게 만든 획기적인 제품이다. 직접 사용해본 삼성페이는 그 편리함이 대단하다. 기존의 마그네틱 방식의 구형카드 단말기에도 사용가능해 거의 대부분 장소에서 불편없이 이용할 수 있다. 첨단기술이 생활의 질을 높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노트에 장착된 펜 또한 기술적으로 많이 향상되어 있었다. 하지만 갤럭시 노트 5를 만지작거릴 때마다 목함지뢰가 떠오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치솟고 있다. 세월호 사태 이후 곤두박질치던 박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북한의 지뢰도발에 대한 의연한 대처와 한중 정상회담의 성과 등에 힘입어 한국갤럽 조사 결과 54%라는 높은 지지율을 기록했다. 박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높은 지지는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추진력에 가속도를 붙여 줄 것이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새로운 외교 시험대에 올라 있다. 한중 정상회담 및 중국 전승절 행사 참석은 우리나라의 전통적 우방인 미국과 일본의 불만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 대해서는 방중에 대한 결과를 설명하고 불필요한 오해가 없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그것이 줄타기 외교식이면 곤란하다. 한·중·일 3국 정상회담 개최도 고려해 볼만 하다. 한중 정상회담은 중국과의 긴밀한 협조를 통해 북한을 국제사회에 편입하고 북핵문제의 해결에 그 목적을 둔 것으로 판단된다. 남과 북이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빠른 시일 내에 당국 회담을 갖기로 하고, 북측이 지뢰폭발에 대한 유감을 표명하고, 이산가족 상봉 등을 내용으로 하는 남북 고위급 접촉 공동 합의문이 발표되었다고 하더라도 이는 원상회복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목함지뢰로 중상을 입은 우리의 소중한 부사관의 아픔은 그대로 남아 있고, 대북 확성기가 설치된 지역의 주민들은 지금도 불안에 떨고 있다. 외국자본이 언제 돌아올지도 알 수 없다.

북한의 근본적인 변화없이 남북관계의 개선은 요원하다. 최근 김정은이 신의주 군수공장을 찾아 10월 10일 북한 노동당 창건일에 “훌륭한 선물을 준비했다”고 말한 것으로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이는 북의 미사일 도발을 암시하는 것이다. 이렇듯 북의 태도는 일관되어 있다. 지뢰폭발에 대해 유감표명을 받았다고 하여 한껏 고무될 일이 아니라는 뜻이다. 한중 정상회담의 목적이었던 북한의 국제사회 편입은 말 그대로 국제사회의 도움없이는 불가능하다.

아무리 갤럭시 노트 5라는 첨단제품이 우리의 생활을 편리하게 한다 하더라도 목함지뢰라는 재래식 무기가 그 생활의 편리함을 앗아간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저작권자 © 법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