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레르기하면 흔히 봄을 떠올리지만, 가을 역시 알레르기 질환이 발병하거나 악화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환절기에 증상이 심해지고, 일시적으로 나은듯하다가 다시 재발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인내심을 갖고 치료를 받아야 한다.

대표적인 알레르기 질환으로는 잘 알려진 아토피 피부염, 알레르기 비염, 알레르기 천식, 알레르기 결막염 등이 있다. 문제는 다양한 알레르기 질환이 순차적으로 나타나거나, 한꺼번에 나타나기도 한다는 것이다. 이를 일컬어 ‘알레르기 행진’이라 한다. 일반적으로 피부에서 시작해 호흡기 쪽으로 옮아간다. 때문에 알레르기 행진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초기 질환인 아토피 피부염에 대한 조기 진단 및 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아토피 피부염

가을과 겨울로 이어지는 차갑고 건조한 날씨는 아토피 피부염 환자들에게 가장 고통스럽다. 차가운 바람과 건조한 공기가 피부 보호막을 손상시켜 아토피의 대표적 증세인 가려움증이 더욱 심해지기 때문이다.

심한 가려움증은 아토피의 대표적인 특징이다. 처음에는 피부건조를 시작으로 작은 발진이 나타나가다 가려움증이 생기기 시작한다. 가려움의 정도가 심해지면 진물과 염증의 범위가 넓어지면서 전신으로 확대된다.

건조한 가을이나 겨울에는 피부를 항상 촉촉하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먼저 지나친 난방은 피부수분의 증발을 촉진시키므로 18~20도 정도를 유지하는 것이 좋다. 실내습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가습기를 틀거나 젖은 빨래를 널어놓는 것이 꼭 필요하다.

가을철 자주 입게 되는 모직, 코듀로이(골덴) 등의 소재는 피부에 자극을 줄 수 있다. 이런 소재의 의류는 거친 재질이어서 아토피의 손상부위를 자극해 피부 상태를 더욱 악화시킨다. 따라서 니트나 모직으로 된 소재의 옷을 입을 때에는 안에 면 소재의 옷을 받쳐 입고, 특히 맨살이 닿는 부위는 면소재의 의류를 착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피부의 보습을 주기 위해서는 적절한 목욕법이 중요하다. 건조한 가을에는 하루에 한번 정도 가볍게 샤워를 하는 것이 적당하며, 샤워 후에는 반드시 보습제를 사용해야 한다. 만일 아토피가 심하다면 목욕제를 사용하지 않고 샤워를 하는 것도 좋다. 목욕물의 온도는 미지근한 정도가 좋다. 너무 뜨거운 물로 씻으면 유수분이 달아나 피부가 더욱 건조해지기 때문이다. 또 때를 밀어서는 안 된다. 때를 밀면 각질층을 파괴해 가려움증 및 상태를 악화되고, 염증이 있을 경우 2차 감염의 위험성이 높아진다. 목욕을 마치면 물기가 몸에 약간 남아 있는 상태에서 보습제를 발라주는 것이 좋다. 보습제를 바를 때는 한 번에 두껍게 바르기보다는 여러 번 얇게 바르도록 한다. 너무 두껍게 바르면 피부의 열 발산을 막고, 땀구멍도 막아 노폐물이 원활하게 배출되지 못한다.

알레르기 비염

알레르기 비염이란 호흡 중에 콧속으로 흡입된 특정한 이물질에 대해 과민반응을 나타내는 것이다. 재채기를 연속적으로 하게 되고 동시에 맑은 콧물이 흐르며, 가려움증으로 눈과 코를 문지르게 되고, 코막힘 증상들이 나타난다. 그 외에도, 눈이나 인후두의 가려움증, 냄새 감지능력의 감퇴, 두통, 눈부심, 과도한 눈물, 피로 등의 증상이 같이 생기기도 한다. 알레르기성 비염의 증상들은 아침에 심하고, 낮에는 비교적 가벼워진다.

알레르기성 비염과 감기 증세를 혼동하는 수가 많다. 이를 구별해 보면 감기 증상인 경우에는 알레르기성 비염에서는 볼 수 없는 발열증상이 수반되는 경우가 많다. 또 재채기를 하지만 횟수가 비교적 적으며 하루 종일 지속된다. 맑은 콧물보다는 끈끈한 분비물이 나오며 시간이 경과할수록 누런 콧물로 변하게 되지만 대부분은 1주일 정도면 회복된다.

알레르기 비염을 제대로 치료하지 않으면, 코는 항상 막혀있고 만성 부비동염(축농증), 비용종(물혹), 중이염 등을 유발하기도 한다. 그리고 코로 숨쉬기가 어려워 입으로 숨을 쉬어 얼굴 발육이 위 아래로 길쭉한 기형이 되기 쉽고 치아 부정교합 등을 일으키기도 한다.

알레르기 비염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알레르기 원인물질을 차단하는 것이다. 알레르기 지수가 높은 날에는 가급적 외출을 삼가야 하고, 창문을 닫고 집안에 머물러 꽃가루에 대한 노출을 감소시킨다. 외출했다가 집에 들어올 때는 집 밖에서 겉옷을 완전히 털고 들어오도록 하며, 샤워를 통해 몸에 묻은 것을 제거해야 한다. 또 알레르기가 있는 환자들은 건강식품을 섭취할 때 주의해야 한다. 체질에 맞지 않는 건강식품 먹고 나서 전신적인 알레르기 증세를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나친 난방도 방안에 습기를 줄여 비점막을 건조하게 만들 수 있으므로 좋지 않다.

알레르기 천식

환절기만 되면 발작적인 호흡곤란 때문에 고생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것이 알레르기 천식이다. 알레르기 천식이란 알레르기 물질에 의해 기관지 안쪽에 있는 점막에 염증이 생기고, 이로 인해 여러 가지 자극에 대해 기관지가 예민해지거나 좁아져서 공기가 드나들기 어렵게 되는 병을 말한다. 기관지가 좁아지면 마치 교통 체증이 심한 좁은 도로처럼 우리 몸에 필요한 공기(산소)가 드나들기 어려워진다. 그 결과 숨이 차다고 느끼고 피리 소리와 같은 ‘쌕쌕’소리(천명)가 들린다.

숨이 차고 기침, 가래가 있으면서 ‘쌕쌕’소리가 들리는 경우에는 비교적 어렵지 않게 천식이라는 진단을 내릴 수 있다. 하지만 원인을 알 수 없는 기침이 몇 주일 동안 계속되거나 운동 후 가슴이 답답한 증상만을 보이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 조기에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아야 증세가 악화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예전에는 기관지 천식의 치료에 주로 증상을 완화시키는 약을 사용했지만, 현재는 기관지 점막의 만성 염증을 치료해서 기관지가 과민해지는 것을 막고 있다. 즉 장기적으로는 기관지에 흉터가 생겨서 호흡 곤란이 생기는 것을 예방하고 있다.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대부분의 환자는 기관지의 염증이 호전되고 호흡 곤란도 없어져서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하다. 물론 호흡 곤란이 없어졌다고 병 자체가 없어진 것이 아니므로 꾸준한 관리와 치료가 필요하다. 또 알레르기 천식 역시 다른 알레르기 질환처럼 알레르기 원인물질을 차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먼지가 많이 나는 천으로 된 소파나 카페트 등은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먼지가 많이 나는 운동보다는 조금 움직이면서도 운동효과가 좋은 요가나 단전호흡 등의 운동이 좋다. 외출시에는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강한 냄새는 자극이 되므로 향이 진한 화장품이나 향수는 삼가는 것이 좋다.

알레르기 결막염

눈이 가렵고 충혈 되는 알레르기 결막염은 숙면을 방해하고 사회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로 심각한 질환이다. 알레르기 결막염은 가려움이 극심하다. 가렵다 보니 자꾸 눈을 손으로 긁어 상처가 나기도 한다. 그 상처에 세균이 침투하기 때문에 가려움 증상이 더 심해질 수밖에 없다. 심한 사람은 눈이 화끈거린다거나 이물질이 들어 있다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 또 눈이 충혈 되면서 흰자위(결막)가 붓는데 심한 경우 흰자위가 부풀어 올라 불룩하게 나올 수 있다.

알레르기 결막염은 유행성 결막염과는 다르다. ‘아데노바이러스’가 원인인 ‘유행성 각결막염’, 아폴로 눈병으로 불리는 ‘급성 출혈성결막염’과 같은 바이러스성 눈병은 갓난아이부터 노인까지 남녀 구별 없이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고 전염력이 매우 강하다. 바이러스성 눈병은 갑자기 눈이 벌겋게 충혈 되고 결막이 부어오르면서 눈곱이 많이 끼는 것이 특징. 하지만 특별한 합병증이 없으면 대개 2~4주 정도 지나면 자연 치유된다. 반면 알레르기성 눈병은 치료하지 않으면 악화할 수 있다. 더욱이 최근 발생이 늘고 있는 안구건조증 환자는 부족한 눈물로 인해 항원에 대해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따라서 안구건조증 환자는 알레르기결막염이 잘 발생하며 증상도 더 심하게 나타난다.

알레르기 결막염의 치료도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물질과 접촉하지 않는 것이 최선이다. 외출후에는 깨끗한 물로 눈을 깨끗이 씻어내는 것이 좋다. 눈을 절대 비비지 말고 얼음찜질을 해주면 증세를 누그러뜨릴 수 있다.

하지만 무분별한 안약 사용이나 소금물 세척은 악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알레르기 결막염 환자들은 이미 개봉한 안약을 1~2달 이상 사용하면 안 된다. 감염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약제에 따라서는 장기간 남용으로 인해 만성 충혈, 녹내장, 백내장 등의 부작용을 초래 할 수도 있다. 또 민간요법에서 소금물로 눈을 씻으면 가려움이 줄어든다고 하는데, 이 또한 눈을 자극할 수 있으므로 삼가야 한다.

알레르기 결막염 치료를 하지 않고 방치하면 장기적인 염증의 후유증으로 인해 결막 조직 손상이 심해질 수 있다. 또 각막에도 흉이 남아서 시력까지 떨어질 수 있으므로 적절한 진단과 처방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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