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 시즌이 다시 돌아왔다. 작년에는 세월호를 둘러싼 여야 대치 정국으로 10월 7일에야 시작되었으나 올해는 한달가량 앞당겨져 추석을 전후로 1차와 2차로 나누어 실시한다. 이번 국정감사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이기 때문에 국회의원과 의원 보좌진은 국감준비에 어느 때보다 열심일 수밖에 없다.

제헌헌법부터 도입된 국정감사제도는 유신과 5공 때에 사라졌다가 1987년 헌법 개정을 통하여 부활한 이래 국회의 핵심기능의 하나로 존속되어 왔다. 특정한 사안에 대해 실시되는 국정조사와 달리 특정시기에 연례적으로 모든 국가기관과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하는 국정감사제도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독특한 제도이다.

민주화의 상징라고도 할 수 있는 국정감사이지만 국정감사 시즌마다 국정감사 회의론 내지 무용론이 무성하게 피어오른다. 20일 남짓한 짧은 기간에 정부기관과 산하 공공기관 등 600여개가 넘는 기관에 대해 감사를 해야 하기 때문에 수박 겉핥기 감사라는 혹평을 피하기가 어렵다. 무더기성 자료요구로 수감기관의 업무를 마비시키거나 언론을 의식한 이벤트성 퍼포먼스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경우도 많다. 특히, 망신주기를 목적으로 과도하게 많은 기업대표 증인을 신청하여 기업에 대한 영향력 행사에 국정감사를 악용하는 사례도 없지 않다. 대기업의 국회업무 담당자들이 가장 신경이 곤두서는 시기가 국정감사기간일 것이다.

겉으로 드러나는 이러한 국정감사의 폐해는 도드라지지만 사실 국정감사의 순기능은 감추어져 있다. 그것은 국정감사가 국정감사 기간을 넘어 공무원들을 일년 내내 긴장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공무원들은 업무를 하면서 자신의 업무와 관련된 자료가 국정감사의 요구자료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의식할 수밖에 없다. 이는 우리 행정의 합법성과 투명성을 높이는 보이지 않는 요인이다.

그렇지만 국정감사가 제대로 된 평가를 받기 위해서는 국민의 기대 수준에 맞게 환골탈태하여야 한다. 마구잡이식 자료요구와 한건주의식 폭로, 윽박지르기를 벗어나 차분하게 전문성을 바탕으로 한 정책감사가 되어야 한다. 이를 통해 국정을 총정리하고 예산안 심의를 위한 사전자료를 확보하여야 한다.

국정감사의 제자리 찾기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국회의원들의 인식전환과 각고의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 하지만 이것만 갖고는 국정감사가 국민의 기대수준에 부응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국회에서 30년 가까이 국정감사를 지원하면서 느낀 것은 국정감사가 국정의 통제 장치로서 제 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대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것은 감사원을 국회 소속으로 전환하여 국정감사를 뒷받침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가기관과 공공기관에 대한 회계검사권과 직무감찰권을 갖고 있는 감사원은 헌법에 따라 대통령 소속으로 되어 있다. 제헌헌법의 심계원 시절부터 이렇게 되어 있지만 OECD 국가 중에서 회계검사기관이 행정부 소속으로 되어 있는 국가는 우리와 스위스 밖에 없다.

감사원은 비록 직무상으로는 독립적이라고 하지만 인사와 예산에 있어서 아무래도 행정부처와 대통령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최근 발표된 4대강 사업과 해외자원개발 사업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결과에 대해서 독립성 시비가 일고 있는 것도 이런 현실 때문이다.

이와 관련하여 미국의 회계검사원(GAO)이 주는 시사점이 크다. 회계검사원은 대통령 소속이 아니라 미 의회 산하기관이다. 그렇지만 회계검사원장은 의회의 추천을 받아 대통령이 임명한다는 점에서 준독립적 입법지원조직으로 간주되고 있다. 아울러 15년 임기의 회계검사원장은 탄핵 또는 상하양원의 합동결의와 대통령의 재가에 의한 경우 외에는 임기를 보장받는다.

이 기관은 미연방의회가 요청한 연간 1000여건의 각종 성과감사, 재무감사, 특별조사를 수행한다. 각 상임위원회, 소위원회에서 요청한 감사업무를 수행하며 이와 관련한 각종 보고서와 300회 이상의 의회청문회 증언요청에 응하고 있다. 미연방의회는 회계검사원의 도움을 받아 방대한 연방예산과 사업, 정책에 대한 효과적인 통제를 하는 것이다.

우리 국회도 제대로 된 국정감사를 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감사원을 국회로 이관하여 국회가 행정부처와 공공기관의 예산 및 정책 집행 상황을 손바닥 보듯 할 수 있어야 한다. 현행 국정감사는 어떻게 보면 손과 발, 눈과 귀는 부족한 상태에서 머리만 갖고 진행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정책감사를 진행할 구체적인 자료가 없기 때문에 무리하게 자료요구를 하게 되고, 언성이 높아지고, 이벤트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감사원이 국회에 소속되어 국정감사를 지원할 수 있어야 국회가 국회다워지고, 국정감사가 정책감사의 장이 될 수 있다. 감사원의 국회 이전은 헌법 개정사항이므로 장기적 과제일 수밖에 없지만 국정감사 즈음이면 나오는 국정감사 무용론을 접할 때마다 감사원의 국회 이전 필요성이 더욱 절실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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