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전 故 이응노 화백(1904~1989)이 1959년 독일에 1년간 머물며 순회전을 하였을 때의 작품을 중심으로 하는 전시회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대전에 소재한 ‘이응노미술관’을 찾았다. 이응노미술관은 동양과 서양, 전통과 현대를 넘어서, 예술 속에서 삶의 가치를 탐구했던 고암 이응노 화백의 예술세계를 조명하고, 계승 발전시키기 위해 2007년 5월 건립되었다고 한다.

사실 이응노 화백의 이름은 어디선가 들었던 익숙한 이름이었지만 그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었다. 전시실을 돌면서 이 화백의 작품들이 55년 전인 1959년의 작품이었다고는 하나 현 시대에도 충분히 호흡할 수 있는 천재성이 번뜩이는 작품들이라는 것에 충격을 받았으며 그의 예술세계에 대하여 너무나 무지했던 자신이 부끄럽기까지 하였다.

이응노 화백은 1904년 충남 홍성에서 출생하여 1989년 프랑스에서 타계한 한국 화단의 거목이다. 그는 전통적인 한국화에서 출발하였으나 한국화의 전통적인 기법에 서양화 기법을 접목하여 작품 활동을 하다가 1958년 파리로 건너가 파리에서 주로 작품 활동을 하였다.

그는 파리에서 한국화의 전통에 기반을 두면서도 대상의 사실적인 재현에서 벗어나 추상화의 경지까지 예술세계를 확장시켰으며 먹이나 물감 이외에 천이나 한지 등의 재료들을 캔버스에 붙여 만든 콜라주나 태피스트리 등 여러 가지 재료를 작업에 도입하면서 실험적인 작품을 만들며 독창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하여 유럽 화단에서 그 실력을 인정받았다. 1967년에는 ‘동베를린공작단사건’에 연루되어 3년 동안 옥고를 치른 뒤 1970년 프랑스로 돌아가 안타깝게도 끝내 한국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파리에서 타계하였다.

자연과 인간의 생동하는 움직임을 문자와 인간 형상, 다양한 화법을 통해 표현해오던 그는 작고하기 10년 전부터는 오로지 사람을 그리는 일에 몰두했는데, 이번 전시회에도 출품이 되었듯이 익명의 군중이 서로 어울리고 뒤엉켜 춤을 추는 듯한 풍경을 통해 사람들 사이의 평화와 어울림, 서로 하나가 되는 세상을 갈망하였다.

바람이 있다면 이응노 화백의 작품들이 많은 국민들에게 공유되어, 우리도 세계적인 화가인 고흐나 피카소에 결코 뒤지지 않는 이응노와 같은 이렇게 훌륭한 화가를 배출한 문화국민이라는 자부심이 고양되는 계기가 마련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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