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씩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할 때가 있다. 일종의 잡생각에 가깝다. 지난 4월쯤에는 이혼사건을 진행하다가는 ‘왜 결혼은 마음대로 할 수 있는데, 이혼은 마음대로 할 수가 없을까. 이혼을 하겠다는 개인의 의지를 어째서 국가가 간섭하고 있는 것일까?’라는 생각에 사로잡히게 되었다. 그러면서 헌법상 ‘이혼의 자유’는 보장되지 않는 것일까? 등등 그 생각은 점점 더 깊어지고 있었다. 그러다가 함께 일하는 변호사에게 결혼제도 자체에 대한 정리되지 않은 나의 생각을 털어놓았더니 “아직 우리나라에서 그런 이야기를 하기에는 너무 진보적이다”라는 대답을 듣게 되었다.

내 생각의 요지는 이러했다.

시작에 앞서 ‘결혼은 계약이다’ 라는 것이 전제로 들어가야 한다.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에서 결혼을 계약 법리에 포섭시켜서 생각해 본다면 기본적으로는 기한의 정함이 없는 계약이 될 것이다. 어쩌면 종신계약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결혼도 계약이라고 할 경우 계약자유의 원칙상 굳이 기한이 무기한일 필요도 없고, 정하지 않을 필요도 없는 것이다. 계약당사자들 사이에서 자유롭게 기한을 정할 수가 있게 된다. 무기한으로 정하든 기한을 한정해서 정하든 말이다. 그러나 주택임대차보호법이 그렇고 상가임대차보호법이 그러하듯이 약자의 보호를 위하여(결혼에서 최소기간보호는 누구를 위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생각해 보지 않았다), 최소한의 기간은 보장해 주어야 할 것이다.

최소한의 기간을 5년이라고 법정화했다고 하면 1년 계약을 하든 2년 계약을 하든 별다른 해지사유가 발생하지 않았다면 5년까지는 존속시킬 수가 있게 되는 것이다.

그럼 여기 10년짜리 결혼계약을 체결한 A라는 남자와 B라는 여자가 있다고 가정을 해보자. A와 B는 계약을 체결함에 있어서 기간은 10년으로 하고 법정해지사유가 발생할 경우 계약을 해지할 수 있으며 둘 사이에만 적용되는 약정해지사유에 대해서도 협의를 하였다. 결혼계약의 법정해지사유라 함은 통상 우리가 현재 재판상 이혼사유라고 명시해 놓은 것들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A와 B 사이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면 결혼계약은 10년이라는 기간을 채우고 기간만료로 계약이 종결될 것이다. 그러나 기간만료 전 6개월 내에 계약의 당사자 누구도 계약종료에 대한 의사표시를 하지 않았다면 묵시적 갱신이 되어 버릴 수도 있는 것이며,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계약종료 이후 재계약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당연히 계약기간 중에 문제가 발생하고 해지사유가 발생할 지도 모른다. 아니 많은 경우 계약위반이 발생할 것이다. 그럴 경우에는 해지권을 가지고 있는 자가 그 권리를 행사하면 된다. 해지로 인하여 결혼계약은 종결될 것이고 별도로 손해배상 청구도 가능할 것이다. 이것이 바로 결혼계약의 종료 즉 이혼에 해당하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출생한 아이들은 어떻게 처리해야 하냐는 것이었다. 계약 당사자들 사이에서 출생한 아이는 천연과실로 보아야 하는 것일까? 부모와 자식 사이도 또 다른 계약문제로 다뤄서 처리해야 하는 것일까? 그렇다면 계약이 종료되고 난 이후 아이들의 귀속은 어찌되는 것일까 등등 사실 풀리지 않은 문제들이 가득했다.

위와 같은 생각들을 하는 것이 어찌 보면 전혀 나의 커리어에 도움이 되지도 않고 생산적이지도 않은 활동일지도 모른다. 나 스스로도 이런 생각들을 통하여 무엇을 어떻게 하고자 하는 생각이 있는 것 역시 전혀 아니다.

혹자는 “왜 그런 쓸데없는 생각을 하고 있느냐 시간 아깝게”라고 이야기 할지도 모르겠다. 사실 위에서 예시로 들은 결혼계약에 대한 나의 상상은 내가 지금껏 했던 생각들 중에 그나마 조금 그럴싸한 것이지 다른 것들은 진짜 잡생각이라고 치부해 버려도 뭐라고 하지 못할 그런 것들도 많기 때문이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러한 생각들을 멈출 수 없는 이유는 글쎄…나도 잘 모르겠다. 그냥 습관 같은 것이겠지만 인생에서 정답이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정답만을 생각하면서 살기에는 짧은 인생이 너무 재미없지 않을까? 그리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뭐라도 하는 게 훨씬 낫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혹시라도 이렇게 잡생각을 계속하다 보면 어느 날 문득 아르키메데스처럼 유레카를 외칠 날이 올지도 모르는 것 아닌가?

저작권자 © 법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