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도 꺾이고 8월 말이 되니 아침, 저녁으로 벌써 찬 기운이 느껴진다. 절기가 여름에서 가을로 바뀌고 있다. 환절기 건강을 유지하는 수단 중 하나가 수면이다. 바로 지난 번 의학칼럼도 ‘여름철 잠 잘 자기’였으니, 이어서 잠에 대해서 좀 더 썰을 풀어보자. 내 몸의 노화정도를 평가하고 젊게 사는 방법의 하나로 숙면을 말할 수 있겠다.

먼저 다음과 같은 상황에서 잠에 빠질 가능성에 대해 0부터 3점까지 점수를 매겨라. 졸릴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경우 0점에서부터 가능성이 큰 경우 최대 3점까지 준다. 1) 앉아 있거나 독서하는 도중 2) 텔레비전을 보는 도중 3) 극장이나 미팅장소 같은 공공장소에서 별다른 일 없이 앉아 있는 경우 4) 멈추지 않고 1시간 정도 달리는 자동차에 승객으로 앉아있는 경우 5) 오후에 휴식을 취하기 위해 누워 있는 경우 6) 앉아서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는 도중(그 사람을 좋아하는 지 싫어하는 지와 무관하게) 7) 점심식사 후에 조용히 앉아 있는 경우 8) 교통 체증으로 몇 분간 차가 멈춰서 있는 경우

결과를 확인하자. 10점미만: 수면습관이 철저하다. 정상적이다. 10~12점: 수면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크다. 13점 이상: 눈을 뜨고 있는 때가 있는가?

결과를 확인해 보셨는가? 아마 대부분 수면에 문제가 있는 수준으로 확인되었을 것이고, 실제로 대부분의 사람은 수면부족 상태에 있다. 수면부족은 노화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하루에 6시간 미만의 수면을 취하는 사람은 바이러스에 감염되거나 고혈압, 심장질환, 중풍이 생길 가능성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 보다 50% 이상 높다. 또한 수면부족은 정신능력 감퇴나 과식을 초래하는데 이 또한 노화를 일으키는 주요인이다. 무엇보다 위험한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수면부족에 대해 크게 걱정하지 않는 데 있다.

우리 뇌 깊숙한 곳에 빛을 감지하는 송과선이 있다. 이것은 빛 수용체로 작용하지만 영상을 맺는데 관여하지는 않고 일중리듬을 조절한다. 심지어는 맹인에게도 일중리듬이 있는데, 이는 송과선이 다른 신경적 자극을 통해 눈이 가진 빛수용체 기능을 대신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이든 동물에게 젊은 송과선을 이식했더니, 머리카락이 두터워 지면서 숱이 많아지고, 수명이 25% 길어졌다. 이처럼 실험을 통해 노화를 되돌릴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송과선이 노화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송과선에서는 신체호르몬을 조율하는 멜라토닌이 나오는데, 이것은 생리를 조절하고 짝짓기를 도와주며 심박수를 낮추고 혈압조절을 돕는다. 또한 면역력을 높이고 스트레스반응을 줄여주고 수면까지 조절한다. 멜라토닌이 부족하면 정상적인 수면패턴을 잃게 되어 여러 가지 건강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60살이 되면 멜라토닌의 원래 생산량의 80%를 잃게 되는데, 아마도 이러한 이유로 나이가 들면 잠을 잘 이루지 못하게 되는 것으로 생각한다.

우리 뇌는 정상적인 기능을 유지하기 위해 스스로 수면을 요구한다. 수면 중에는 일상적으로 사용하지 않는 뇌 부위가 작동하게 된다. 진화론적 관점에서, 신체는 많은 정보를 처리하기 위해 더 많은 인지능력을 이용하게 되었고, 수면의 회복기능을 더 많이 요구하게 되었다. 신체는 일종의 도시 같은 조직이기 때문에 도로를 정비하는 것처럼 시스템을 수리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런 시간을 갖지 못 했을 때, 도시의 교통상황이 엉망이 되는 상황을 그려보면 될 것이다. 수면은 반드시 필요하다. 3일 이상 잠을 자지 못 하면 정신병적 증상도 생긴다. 수면장애란 잠을 자는데 문제가 있거나 일주일에 적어도 며칠을 제대로 쉬지 못 했다는 느낌을 갖는 경우를 말한다. 수면장애만으로도 건강을 크게 해칠 수 있고 수명이 단축된다. 수면장애 환자 중 50%는 단순한 생활습관 교정을 통해서도 숙면하는데 도움을 갖는다.

지면관계상 다음과 같은 수면을 위한 조언을 드리며 글을 마친다.

1. 수면계획을 세워라. 먼저 기상시간을 정하고 그로부터 뒤로 7시간을 계산하라. 잠자기 전에 15분을 마련해서 늘 하던 몇 가지 일을 하는데 5분, 세수 같은 위생관리에 5분, 수면상태에 들기까지 이완하는데 5분을 사용한다.

2. 밤을 활용하라. 많은 사람들이 밤에 수면에 방해가 되는 일을 자주 한다. 잠들기 몇 시간 전부터 조명을 약간 어둡게 하고 쾌적한 실내온도를 유지한다. 내 몸이 졸릴 때 나오는 규칙적이고 리듬 있는 저녁 의식을 행하라. 수면에 굴복하라. 잠들기 위해서 긴장을 풀어주는 것 외에 아무 것도 할 일이 없다. 그냥 잠드는 연습을 하는 것이다. 자신이 잠에 빠지는 순간을 알아내는 것도 도움이 된다.

3. 불면증을 공격하라. 15분 내에 잠들 수 없다면 잠자리에서 일어나 가볍게 활동해라. 짧게 산책을 하거나 명상, 요가를 하라.

4. 잠들기 전에 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수면 전 1시간 30분 전에는 술이나 담배, 땀에 젖을 정도의 운동을 하지 않는다. 컴퓨터와 텔레비전을 사용하지 않는다. 카페인이 든 음료나 약물은 3시간 전까지 금물이다. 잠들기 3시간 전에는 음식을 먹지 않는다.

5. 통증을 발견하라. 불안이나 멜라토닌만이 수면문제를 유발하는 것이 아니다. 낮에는 일에 집중하느라 등과 무릎이 아픈 것도 잊지만, 잠을 자려고 하는 순간부터 통증 때문에 수면을 이루지 못 할 수가 있다. 정형외과 등 관련 통증클리닉에 내원하여 문제를 해결하도록 하면 도움이 될 것이다.

6. 알레르기를 치료하라. 알레르기성 비염으로 인한 코막힘 등의 이유로 수면장애가 생길 수 있다. 실제로 알레르기성 비염환자의 40%정도가 수면장애가 있다.

7. 반대로 생각하라. 많은 사람이 충분한 수면시간을 확보하면 수면장애를 치료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만, 의사들이 불면증을 치료하는 방법 중 하나는 잠자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처음에는 밤에 4시간만 자게 한 다음 일주일에 10분 또는 15분씩 점점 수면시간을 늘려간다. 수면박탈요법은 내 몸이 규칙적인 수면패턴을 새롭게 정립하게 도움을 줄 수도 있다.

8. 수면에 도움이 되는 건강보조제를 섭취하자. 발레리안뿌리(valerian) 300mg, 멜라토닌 1.5~5mg, 칼슘 1500~2000mg과 마그네슘 1000mg, 인삼 200~600mg 등이 도움이 된다.

9. 기타 수면을 위해 도움되는 환경을 만들라. 백색음을 추가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최근 스마트폰 어플 중에 배경음으로 비소리, 파도소리 같은 일정한 소리가 들려주는 것들이 있다. 수면에 도움이 되도록 꽉 죄지 않는 순면으로 된 옷을 입고 자는 것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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