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15. 4. 23. 선고 2013후730, 2015후727(병합) 판결 및 특허법원 2013. 2. 7. 선고 2012허5707, 2012허7871(병합) 판결

약리효과의 기재가 요구되는 의약의 용도발명에서는 출원 전에 명세서 기재의 약리효과를 나타내는 약리기전이 명확히 밝혀진 경우와 같은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특정 물질에 그와 같은 약리효과가 있다는 것을 약리데이터 등이 나타난 시험례로 기재하거나 또는 이에 대신할 수 있을 정도로 구체적으로 기재하여야만 명세서의 기재요건을 충족하였다고 볼 수 있다.

1. 사안의 개요

원고는 경구용 발기부전 치료제 OOOO정 의약품의 용도발명(이하 ‘이 사건 특허발명’)에 대한 특허권자이고 피고들은 국내 제약회사들이다.

이 사건 특허발명은 ‘실데나필’이 가지고 있는 발기성 기능장해에 대한 치료 또는 치료예방효과에 관한 발명인데, 원고는 이 사건 특허발명의 명세서에 향후 발기부전 치료 용도로 개발될 물질이었던 ‘실데나필’을 9개의 후보 물질 중 하나로만 특정하고 그 실데나필의 구체적인 약리 데이터 등 실험 결과를 기재하지 않은 채 이 사건 특허발명을 출원하였다.

피고들은 이 사건 특허발명에 대하여 의약의 용도발명임에도 의약의 용도발명으로서의 명세서 기재요건을 갖추지 못하고 있고, 발명의 상세한 설명에 의하여 뒷받침되지도 아니하고, 통상의 기술자가 비교대상발명들 등으로부터 용이하게 발명할 수 있는 것이어서 진보성이 부정된다는 이유로 등록무효심판을 청구하였고 특허심판원에서는 이 사건 특허발명에 대한 피고들의 등록무효심판 청구이유를 받아들여 이 사건 정정발명이 무효라는 심결을 내렸다.

이에 원고는 특허법원에 위 특허심판원심결의 취소소송을 제기하였다.

2. 대상 판결의 요지

특허법원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특허발명이 의약의 용도발명에 대한 명세서의 기재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으며, 대법원 역시 원심의 판단이 정당하다 판단하여 원고의 상고를 기각하였다.

“일반적으로 기계장치 등에 관한 발명에 있어서는 특허출원의 명세서에 실시예가 기재되지 않더라도 당업자가 발명의 구성으로부터 그 작용과 효과를 명확하게 이해하고 용이하게 재현할 수 있는 경우가 많으나, 이와는 달리 이른바 실험의 과학이라고 하는 화학발명의 경우에는 당해 발명의 내용과 기술수준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는 있지만 예측가능성 내지 실현가능성이 현저히 부족하여 실험데이터가 제시된 실험예가 기재되지 않으면 당업자가 그 발명의 효과를 명확하게 이해하고 용이하게 재현할 수 있다고 보기 어려워 완성된 발명으로 보기 어려운 경우가 많고, 특히 약리효과의 기재가 요구되는 의약의 용도발명에 있어서는 그 출원 전에 명세서 기재의 약리효과를 나타내는 약리기전이 명확히 밝혀진 경우와 같은 특별한 사정이 있지 않은 이상 특정물질에 그와 같은 약리효과가 있다는 것을 약리데이터 등이 나타난 시험예로 기재하거나 또는 이에 대신할 수 있을 정도로 구체적으로 기재하여야만 비로소 발명이 완성되었다고 볼 수 있는 동시에 명세서의 기재요건을 충족하였다고 볼 수 있다(대법원 2001. 11. 30. 선고 2001후65 판결, 대법원 2007. 7. 26. 선고 2006후2523 판결 등 참조)

이 사건 특허발명은 실데나필이 가지고 있는 발기성 기능장해에 대한 치료 또는 예방효과에 관한 발명으로서 의약의 용도발명에 해당한다.

이 사건 특허발명의 출원 전에 실데나필이 제5형 포스포디에스터라제(phosphodi- esterase V, 이하 ‘PDE V’)에 대한 선택적이고 강력한 억제제라는 점, PDF V에 속하는 효소 중 PDF VA 억제제가 다수의 종으로부터 다양한 혈관 평활근을 이완시킨다는 점, PDF VA억제제의 하나인 자프리나스트가 인간 음경해면체의 스트립에서 이완을 일으켜 발기부전치료효과를 나타낸다는 점 및 인간음경해면체에 PDF V가 존재하는 점은 공지되어 있었지만, 실데나필이 자프리나스트와 PDF V 억제제라는 점에서 공통되더라도 자프라니스트의 효과가 조직이나 종에 따라 달리 나타나고, 자프리나스트의 효과가 PDF VA억제제의 일반적인 효과로 볼 수 없으며 자프라니스트와 실데나필의 구조가 상이하여 실데나필이 당연히 자프라니스트와 동일한 발기부전 치료효과를 나타낼 것으로 단정하기 곤란하므로 결국 이 사건 특허 발명의 출원 전에 PDF V 억제제의 일종인 실데나필의 발기성 기능장해의 치료 또는 예방효과에 관한 약리기전이 명확히 밝혀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또한 이 사건 특허발명의 명세서에는 실데나필을 명시적으로 언급하지 아니하고 ‘특히 바람직한 각각의 화합물’로서 실데나필을 포함하는 9종의 화합물이 열거되어 있고, 그 약리효과와 관련하여 ‘특히 바람직한 화합물 중 하나’가 PDF V의 선택적 억제제임을 나타내는 실험값과 이를 통한 발기 유발의 기전을 추정하는 내용 및 특히 바람직한 화합물을 사람에 대한 임상시험으로부터 ‘특히 바람직한 화합물 중 1종’이 임포텐스 사람에 있어서 대해 발기를 유발시킴을 확인하였다는 내용의 기재가 있는데, ‘특히 바람직한 화합물 중 하나’ 및 ‘특히 바람직한 화합물 중 1종’이 ‘실데나필’을 의미하는 것인지 알기 어렵고, 위 각 기재만으로는 어느 정도 규모의 발기부전 환자 집단에 투여하여 어느 정도 비율의 환자에게 치료효과가 나타났는지에 대하여 알 수도 없으며, 투약 이후 발기부전의 치료효과를 얻기까지 걸리는 시간, 발기의 강직도, 지속시간 등에 대한 정량적 또는 구체적인 기재도 전혀 없어 발기부전과 같은 질병의 특수성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이 사건 특허발명의 명세서에는 실데나필에 약리효과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약리데이터 등이 나타난 시험례나 이를 대신할 수 있을 정도의 구체적인 기재는 없다고 봄이 타당하다.”

3. 대상 판결의 의의

의약 용도발명이란 특정 물질이 가지고 있는 의약용도가 그 발명을 구성하는 것인데, 해당 의약 용도발명이 실제로 해당 용도대로의 효과가 있는지에 대해서 약리효과에 관한 약리데이터 등이 없다면 통상의 지식을 가진 자가 용도 발명이 실제로 사용 가능한 것인지 여부를 이해할 수 없게 되기 때문에 이를 명세서 기재요건으로 보고 있는 것인데, 어느 정도의 기재가 있어야 명세서 기재요건을 충족시킨 것으로 볼 수 있는지 등에 대해서는 명확한 기준이 없었다.

대상판결에서는 특정 물질의 약리적 효과가 추정되는 경우라거나 특정 물질과 유사 기전을 가진 물질이 해당 의약 용도를 갖는다는 점이 출원전에 공지된 사정만으로 출원일 전에 특정 물질의 약리기전이 명확히 밝혀진 경우로 볼 수 없다고 하여 ‘약리기전이 명확히 밝혀진 경우’의 의미를 보다 명확히 하였고, 약리효과에 대한 약리데이터 등이 나타난 시험예의 기재정도와 관련하여서도 투여량의 범위, 구체적인 투여방법, 투여 대상의 규모, 이 가운데 치료 효과를 보았다고 평가한 비율, 투여 전과 투여 후의 상태를 비교하여 치료효과를 얻었다고 판단한 근거 정도가 기재되어야 ‘약리효과가 있다는 것을 약리데이터 등이 나타난 시험예로 기재하거나 또는 이에 대신할 수 있을 정도로 구체적으로 기재한 것’으로 인정할 수 있음을 밝혔다.

대상 판결은 의약 용도발명에 대한 특허문헌이 독점권 부여의 근거가 되는 기술문헌으로서의 가치를 유지할 수 있기 위해서는 특허법이 규정하고 있는 명세서 기재 요건에 부합하도록 상세한 약리데이터 등을 포함하여 충분한 기술내용을 공개해야 한다는 법리를 분명하였다는 것에 의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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