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8·15 광복절을 계기로 범법자들이 사면되었다. 잘 알다시피 우리 헌법은 제헌이래 계속 사면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고, 통치권자, 정치인 및 관료들은 주기적으로 사면을 거론하여 왔고, 또 시행하여 왔다. 새삼스러울지 모르나, 헌법이 대통령에게 주고 있는 이 사면권이 본래의 뜻대로 행하여지고 있는지를 심각하게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이 사면은 범죄를 사(赦)하여 주는 것으로 제1목적은 형사정책 고려이고, 부수적으로 국가의 은혜요, 관용이다. 정치인들은 ‘국가통합’, ‘사회통합’을 위한 한 수단이라고도 한다. 그동안 ‘개인적 법익침해범’의 경우는 사면대상자가 법무부 관료들에 의하여, 사면 본래의 뜻을 중심으로 선별되어 왔다. 범죄 통계를 보더라도 ‘모범수’, ‘동기를 참작하여야 할 범죄’에 대한 사면의 경우 재범률은 극히 적다. 다시 말하면 ‘개인적 법익침해범’에 대하여는 형사 정책적 고려가 주이고, 국가적 은혜의 측면은 부수적으로 고려되는 사항이고, ‘법률적 정의’를 실현하는 일 수단이었다.

그 다음 ‘사회적 법익에 대한 죄’는 문자 그대로 ‘사회 질서’,’사회도덕’, ‘사회 보건’등에 대하여 심대한 영향을 주는 경우이다. 따라서 ‘사면’에 있어서는 ‘형사 정책적 고려’가 더 엄격하고, 국가의 은혜는 축소된다. 다시 말하면 이 ‘사회적 범죄’는 ‘범죄’로부터 사회를 방어하기 위한 것으로 ‘일벌백계’, ‘심리강제적 효과’가 더욱 강조되는 범죄로서 ‘개인적인 정상’보다는 ‘사회적 악영향’이 더 중시된다.

법무부 관료들도 ‘아주 특별한 경우’외는 이들을 사면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이 원칙이다. 이상 말한 두 가지 경우는 ‘사면대상자’ 선정에서 실무관료들이 결정해서 올리면 대통령도 받아들이는 것이 원칙이다. 다시 말하면 ‘하의상달’의 원칙이 순리대로 작용한다.

그러나, 사회지도층의 형법상 수뢰죄, 선거법상의 범죄, 경제법상의 범죄 등의 경우는 사면에서 ‘하의상달’보다는 대통령, 청와대 비서진의 입김이 더 많이 작용하는 것 같다. 이것은 근본적으로 ‘정치’에서 ‘자기세력’ 모으기 위한 수단, 지배수단이 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논리의 비약일까. 이른바, 거물급에 해당하는 ‘정치범’, ‘경제사범’, ‘선거사범’들에 대한 사면은 법무부 관료들의 ‘하의상달’식 의견은 배제되고, 거의 ‘상의하달’식으로 결정된다.

다시 말하면 ‘국가의 은혜’가 아니라, 정권을 잡은 자의 은혜요, 통치수단이 되고 있다. 이러한 ‘법치주의’의 궤도를 벗어난 특별사면의 행사는 역대 어느 정권에서도 행하여져 왔다.

헌법상의 특별사면제도가 국가·사회를 위한 ‘국민통합적은혜’로서의 성격을 상실한 채, 지지자의 ‘집결을 위한 수단’ 또는 ‘개인적 은혜수단’으로 변질되고, 남용되고 있다는 비판이 계속되어 왔음에도 개선의 노력이 없는 것은 실로 유감이다.

나는 대통령의 ‘특별사면’의 남용방지책으로 대통령의 특별사면 결정을 국회에 통보하고, 국회가 그에 대하여 사후승인 하는 제도를 채택하라고 하고 싶다. 헌법은 일반사면의 경우, 국회의 동의를 요구하고 있으나 이를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특별사면제도를 이용하기 때문에 유명무실한 제도이다. 대통령이 특별사면자의 명단을 국회에 통보하여 사후승인을 얻을 때, 정치적·경제적·법적 사유 등을 상세히 첨부하여 국회가 신중히 심의·의결하도록 하여야 한다. 이는 사면에서 통치권자의 통치철학을 배제하지 않으면서 민주적 정당성을 얻는 계기가 될 것이다.

다시 말하면, 이러한 국회의 의결은 사면에 대한 일반국민의 정의 내지 법감정의 반영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특별사면이 ‘법치주의’를 벗어나는 수단이 되고 있다는 비판을 면할 수 있을 것이다. ‘사면’이 ‘개인적 은혜’가 아닌 ‘국가적 은혜’, ‘진정한 사회통합수단’이 되려면 민주적 통제제도가 필요함을 다시 강조한다.
흔히들 ‘사면제도’를 대통령이 국가원수로서의 지위에서 갖는 고유권한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것은 하늘이 준 권한은 아니고, ‘국민’이 대통령에게 부여한 제도이므로 ‘민주법치주의’ 테두리를 벗어나지 않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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