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15. 1. 15. 선고 2013다215133판결, 서울고등법원 2013. 10. 18. 선고 2013나2001653판결

 "기존 이행보증금 정산약정에 대하여는 국가계약법이 정하고 있는 명시적 내용이 기재된 계약서를 작성하는 등의 법령상 요건과 절차를 거쳤다는 사정이 보이지 아니하고, 이 사건 선정계획공고의 내용과 원고가 그 공고 내용에 따라 피고에게 이행보증금 납부에 관한 각서 등 부두운영회사 선정에 필요한 서류를 작성하여 제출하고 이 사건 선정계획에 따른 이행보증금을 납부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원고와 피고 사이에 이행보증금 정산과 관련한 유효한 계약이 성립되었다고 볼 수 없으므로, 기존 이행보증금 정산약정은 국가계약법상의 요건과 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무효의 약정으로서 피고는 당초부터 원고에게 이행보증금을 청구할 계약상의 근거가 없었다고 판단한 원심은 정당하다."

1. 사실관계

원고는 항만운송사업, 항만시설유지관리업 등을 영위하는 법인이고, 피고 소유의 ‘목포신외항 양곡부두’ 항만시설운영자는 2004. 5. 7. ‘목포신외항 양곡부두 운영회사 선정계획’(이하 “이 사건 선정계획”)을 공고하였다. 이 사건 선정계획 중 이행보증금 관련 내용은 다음과 같다.

부두운영회사로 선정된 업체는 임대계약시 ① 화물확보물량, ② 신규화물유치계획, ③ 항만현대화 기여도를 이행보증할 수 있도록 그에 상당하는 이행보증보험증권 또는 유가증권으로 제출하여야 하며, 이행보증기간은 임대계약일로부터 이행기간 종료일 90일 이후까지 이어야 함.

이행보증금의 국고귀속
○ 이행기간내에 이행하지 못한 경우 미이행 비율만큼 이행보조금을 국고에 귀속함
원고는 2004. 5. 25. 피고에게 참여신청을 하면서 임대차기간 내 610,000톤의 신규물량 확보계획과 1억 원의 부두운영시설 투자계획이 포함된 사업계획서를 제출하는 한편, 이행보증금을 제출하겠으며 이행기간내에 이행하지 못하였을 경우에는 이행하지 아니한 비율만큼 이행보증금을 국고에 귀속하고 이레 따른 어떠한 이의도 제기하지 않는다는 각서를 제출하였다.

피고는 2004. 6. 1. 원고에게 사업자로 선정되었음을 통지한 후, 2004. 7. 23. 원고에게 목포신외항 양곡부두 임대차계약서(안)과 임대료를 첨부하여 이에 대한 이의여부 등을 2004. 7. 26.까지 회신해 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위 공문 중 이행보증금 관련 내용도 있었다. 원고는 2004. 7. 27. 피고에게 위 공문에 대한 회신을 보냈다. 위 회신 중 이행보증금 관련 내용도 있었다.

원고는 2004. 7. 30. 피고에게 이 사건 선정계획에 따른 이행보증금을 유가증권 형태로 납부한 후, 2004. 7. 31. 피고와 사이에 임대차기간을 2004. 8. 1.부터 2009. 7. 31.까지 5년간으로 정하여 목포신외항 양곡부두에 관한 임대차계약(이하 “이 사건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고 그에 따른 임대차계약서를 작성하였다. 이후 원·피고는 상호 합의 하에 이 사건 임대차계약상의 임대차 목적물을 두 차례에 걸쳐 변경하였고, 이에 따라 각 해당 일자로 원·피고 사이에 임대차변경계약서(동 임대차변경계약서의 경우 임대차 목적물이 위와 같이 변경되는 외에는 기존 임대차계약서와 그 내용이 대부분 동일하다)가 작성되었다.

이 사건 임대차계약에 따른 임대차기간 만료 무렵인 2009. 7. 31. 원·피고는 상호 합의 하에 임대차기간을 2009. 8. 1.부터 2014. 7. 31.까지 5년간 연장하는 내용의 임대차계약을 다시금 체결하고 그에 따른 임대차계약서를 새로이 작성하였는바, 당시 피고는 원고에게 종전 임대차기간이 만료됨에 따라 이 사건 선정계획에 의하여 원고가 당초 약정한 신규화물유치계획에 미달한 유치량에 관하여 이행보증금을 정산할 예정이므로 이에 대한 의견을 제출해 달라고 통보하였다.

이에 원고는 2009. 8. 12. 피고에게 ‘이 사건 양곡부두의 신규화물유치량이 당초 신규화물유치계획량에 미달하게 된 것은, 5년의 임대차기간 동안 인근 부두 및 주민의 환경 민원 등 외부적 환경 요인에 의한 2차례의 부두 이전 등이 주요 원인이 되었던 것이므로, 위 신규화물유치계획량의 달성기간과 이행보증금의 정산기간을 2014. 7. 31.까지 향후 5년간 연장시켜 줄 것’을 요청하였다.

피고는 원고에게 2009. 10. 30.자 공문을 통해 ‘원고의 화물유치계획 미이행 사유의 불가피성을 감안하여 화물유치계획의 연차별 이행종료기한을 2009. 8. 1.부터 2013. 7. 31.까지 4년간 연장하여 이행보증금을 정산하고자 하니 정산계획에 대한 원고의 의견과 이행보증금 예치방안을 2009. 11. 5.까지 회신하여 주기 바란다’는 취지의 의사를 전달하였다.

원고는 2009. 11. 2.자 공문을 통하여 피고의 위 이행보증금 정산계획안에 동의하며, 원고의 화물유치계획 달성을 위한 이행보증금 예치방안으로서 유가증권과 이행보증보험증권을 각 예치하겠다는 의견을 제시하였고, 이에 따라 2011. 2. 23.경 이행보증보험증권을 발급받아 피고에게 교부하였다.

그런데 피고는 2011년도에 국토해양부가 실시한 정기종합감사에서 원고가 연차별 화물유치계획량에 미달함으로써 발생한 이행보증금을 국고에 귀속조치하라는 지적을 받음에 따라, 2012. 1. 19.경 원고에게 다시금 공문을 보내어 위와 같은 감사사항을 적시하며 당초 이 사건 선정계획에 의거하여 원고의 연차별 화물유치계획량 중 미이행 비율에 상응하는 이행보증금을 정산하고자 하므로 그 납부방안에 관한 의견을 제출할 것을 요구하였다.

원고는 2009. 11. 2.자로 원·피고 간 합의에 따라 이행보증금 정산기간 연장 약정이 적법하게 성립되었음을 전제로, 피고가 일방적으로 위와 같은 이행보증금 정산기간 연장 약정을 파기하고 이행보증금을 정산하는 것은 약정 위반으로서 부당하다는 의견을 피력하였으나, 부득이 이행보증금을 정산하고자 하는 경우, 원고가 제출한 이행보증보험증권에 기해서 보험금을 청구하는 것은 원고의 신용도가 하락하고 보험 업무에 막대한 지장이 발생될 것이므로, 기존의 이행보증보험증권에 기하여 보험금을 청구하는 대신 그 전액을 고지서 발급으로 갈음하여 줄 것을 요청하였다.

이에 따라 피고는 2012. 2. 7. 원고에게 이행보증금에 대한 납입고지서를 발부하였고, 원고는 2012. 2. 21. 피고에게 위 이행보증금 전액을 납부함과 동시에 당초 원고가 서울보증보험으로부터 발급받아 피고에게 제출하였던 이행보증보험증권을 피고로부터 반환받았다. 그 이후 원고는 피고를 상대로 원고와 피고 사이에 합의된 기존 이행보증금 정산 약정의 효력은 상실되고, 새로운 이행보증금 정산기간 연장 약정이 적법하게 성립하였음 등을 이유로 하여 부당이득금 반환으로서 위 이행보증금의 반환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다.

2. 판결의 요지

제1심 판결은 원고의 주장 즉, 기존 이행보증금 정산 약정의 효력은 상실되고, 새로운 이행보증금 정산기간 연장 약정이 적법하게 성립되었다는 주장을 배척하였고, 그 이유의 요지는 아래와 같다.

“국가계약법에 따라 국가가 당사자가 되는 이른바 공공계약은 사경제 주체로서 상대방과 대등한 위치에서 체결하는 사법상의 계약으로서 그 본질적인 내용은 사인 간의 계약과 다를 바가 없으므로, 그에 관한 법령에 특별한 정함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사적자치와 계약자유의 원칙 등 사법의 원리가 그대로 적용된다.

한편, 국가계약법 제11조 제1항, 제2항에 의하면, 각 중앙관서의 장 또는 계약담당공무원은 계약을 체결하고자 할 때에는 계약의 목적, 계약금액, 이행기간, 계약보증금, 위험부담, 지체상금 기타 필요한 사항을 명백히 기재한 계약서를 작성하여야 하고, 그 담당공무원과 계약상대자가 계약서에 기명·날인 또는 서명함으로써 계약이 확정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위 각 규정의 취지에 의하면 국가가 사경제의 주체로서 사인과 사법상의 계약을 체결함에 있어서는 위 법령에 따른 계약서를 따로 작성하는 등 그 요건과 절차를 이행하여야 하고, 설사 국가와 사인 사이에 사법상의 계약 또는 예약이 체결되었다 하더라도 위 법령상의 요건과 절차를 거치지 않은 계약 또는 예약은 그 효력이 없으며, 이와 같이 국가가 사인과 사법상 계약을 체결함에 있어 따라야 할 요건과 절차를 규정한 관련 법령은 그 계약의 내용을 명확히 하고, 국가가 사인과 사법상 계약을 체결함에 있어 적법한 절차에 따를 것을 담보하기 위한 것이다(대법원 2004. 1. 27. 선고 2003다14812 판결, 대법원 2009. 12. 24. 선고 2009다51288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에서 원고와 피고 사이에 이행보증금 정산기간 연장 문제와 관련한 일련의 논의 과정을 살펴보면 원고와 피고 사이에 오간 공문들은 모두 양 당사자가 향후 이행보증금 정산기간 연장과 관련한 확정적인 계약 체결을 위한 후속 조치를 염두에 두고서 행한 일련의 의견 조율 과정이라고 보일 뿐이며, 이후 양 당사자 사이에 그에 관한 명시적인 계약서 작성 등의 후속 조치가 없었던 점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공문을 통해 원고와 피고 사이에 새로운 이행보증금 정산기간 연장 약정이 유효하게 성립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한편, 제1심의 소송 과정에서 원고는, “원고가 주장하는 이행보증금 정산기간 연장 약정이 위와 같이 국가계약법 상의 요건과 절차를 거치지 아니하여 유효하게 성립되었다고 인정할 수 없다면, 마찬가지로 당초 이 사건 임대차계약 체결 당시 작성된 임대차계약서 상에도 기존 이행보증금 정산 약정이 명시적으로 규정되어 있지 아니하므로 기존 이행보증금 정산 약정 역시 국가계약법 상의 요건과 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무효의 약정으로서 피고는 애초부터 원고에게 이행보증금을 청구할 계약상의 근거 자체가 없다”는 주장을 하였다. 이에 대하여 제1심은 원고의 위 주장 역시 배척하였고, 그 이유는 아래와 같다.

“이 사건 임대차계약 체결의 토대가 된 이 사건 선정계획상의 구체적 공고 내용과 그 무렵 원고가 피고에게 제출한 사업계획서 등의 기재 내용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기존 이행보증금 정산 약정은 국가계약법 사으이 규정 취지에 비추어 그 약정의 내용이 명확하고 그와 같은 약정을 체결함에 있어 절차적 적법성이 상당한 정도로 보장되었다 할 것이어서, 이 사건 임대차계약의 일부로서 원고와 피고 사이에 유효하게 체결된 약정이라고 봄이 상당하다.”

그러나 항소심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제1심 판결을 취소하였다.

“이 사건 임대차계약과 기존 이행보증금 정산 약정의 경우 모두 국가계약법의 적용을 받는다 할 것이어서, 원칙적으로 국가계약법이 정한 요건과 절차를 거쳐야만 적법한 효력을 인정받을 수 있다. 그런데, 원·피고는 이 사건 임대차계약을 체결함에 있어서 뿐만 아니라 위 임대차계약에 따른 임대차기간 중 임대차 목적물을 변경하는 경우와 임대차기간 만료 후 다시금 임대차기간 연장을 위하여 새로운 임대차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등에 있어서도 수차례에 걸쳐 상호 간의 의견을 조율하는 공문 등을 주고받은 다음 명시적으로 필요한 사항을 명백히 기재한 계약서를 작성하여 양 당사자가 계약서에 기명·날인 또는 서명함으로써 계약을 확정하였던 것으로 보이는 반면, 기존 이행보증금 정산 약정에 대해서는 국가계약법에서 정하고 있는 명시적 내용이 기재된 계약서를 작성하는 등의 법령상의 요건과 절차를 거쳤다는 사정이 전혀 보이지 아니한다. 그러므로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더라도, 원·피고 사이에 이행보증금 정산 약정과 관련한 유효한 계약이 성립되었다고 볼 수는 없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기존 이행보증금 정산 약정은 국가계약법 상의 요건과 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무효의 약정으로서, 피고는 애초부터 원고에게 이행보증금을 청구할 계약상의 근거 자체가 없다."

대법원도 아래와 같은 이유로 피고의 상고를 기각하였고, 원심 판결은 확정되었다.

“기존 이행보증금 정산약정에 대하여는 국가계약법이 정하고 있는 명시적 내용이 기재된 계약서를 작성하는 등의 법령상 요건과 절차를 거쳤다는 사정이 보이지 아니하고, 이 사건 선정계획공고의 내용과 원고가 그 공고 내용에 따라 피고에게 이행보증금 납부에 관한 각서 등 부두운영회사 선정에 필요한 서류를 작성하여 제출하고 이 사건 선정계획에 따른 이행보증금을 납부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원고와 피고 사이에 이행보증금 정산과 관련한 유효한 계약이 성립되었다고 볼 수 없으므로, 기존 이행보증금 정산약정은 국가계약법상의 요건과 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무효의 약정으로서 피고는 당초부터 원고에게 이행보증금을 청구할 계약상의 근거가 없었다고 판단한 원심 판단은 정당하다. ”

3. 대상 판결의 의의

이 사건은 사인과 국가간의 계약 과정에서 국가계약법상의 요건과 절차에 따른 계약과 그에 의하지 않고 일반 사법상의 청약과 승낙에 의하여 성립되는 계약이 혼재되어 있는 사례였다. 이에 대하여 항소심과 대법원은 기존 대법원 판례 즉, 국가계약법 제11조 제1항, 제2항에 의하면, 각 중앙관서의 장 또는 계약담당공무원은 계약을 체결하고자 할 때에는 계약의 목적, 계약금액, 이행기간, 계약보증금, 위험부담, 지체상금 기타 필요한 사항을 명백히 기재한 계약서를 작성하여야 하고, 그 담당공무원과 계약상대자가 계약서에 기명·날인 또는 서명함으로써 계약이 확정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위 각 규정의 취지에 의하면 국가가 사경제의 주체로서 사인과 사법상의 계약을 체결함에 있어서는 위 법령에 따른 계약서를 따로 작성하는 등 그 요건과 절차를 이행하여야 하고, 설사 국가와 사인 사이에 사법상의 계약 또는 예약이 체결되었다 하더라도 위 법령상의 요건과 절차를 거치지 않은 계약 또는 예약은 그 효력이 없다(대법원 2004. 1. 27. 선고 2003다14812 판결, 대법원 2009. 12. 24. 선고 2009다51288 판결 등 참조)라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한 것에 의의가 있다. 아울러 대상판결은 사인이 국가와 계약을 체결함에 있어서 계약의 효력이 인정되기 위한 계약 즉, ‘국가계약법상 요건 및 절차를 갖춘 계약’의 범위는 어디까지인지를 가늠할 수 있는 기준을 제시한 것에 그 중요한 의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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