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아이를 낳고 아주 짧은 기간이긴 했지만 전적으로 가사와 육아를 도맡았던 적이 있습니다. 초보 엄마의 미숙함 때문이었는지 아이는 자주, 너무 자주 울었습니다. 우는 아이를 등에 업고 아이의 궁둥이를 때려가며, 그것도 진심으로 세게 때려가며 속상한 마음에 훌쩍 거렸던 기억이 있습니다. 당시에는 집에 있는 것이 너무나 갑갑하고 불편해서 밖에 나가 일 하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습니다.

엊그제 아파트 단지 안에서 큰 아이 친구의 엄마를 만났습니다. 초등학교 교사인 그 엄마에게 먼저 인사말을 건넸습니다. “방학이라 요즘 좀 편하시겠어요.” 그 엄마의 답은 이랬습니다. “아휴, 하루 세끼 애들 밥 해 먹이려니까 너무 힘들어요.”

|이렇듯 우리는 직장에서 생활을 하는 동안에는 집에서의 휴식 시간을 간절히 바라만, 집에서의 시간들도 딱히 휴식으로 느끼지 못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도대체 휴식이 뭐기에, 우리는 밖에서도 집에서도 휴식하지 못하는 것일까. 휴식(休息)은, 사전적 의미로 ‘(1) 일을 하는 도중에 잠깐 쉼, (2) 하던 일을 그만둠’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한자를 곰곰이 쳐다보고 있으면 재미있는 발견을 하게 됩니다. 휴식의 ‘식(息)’은 ‘숨 쉬다’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 ‘숨 쉴 식(息)’은 ‘스스로 자(自)’와 ‘마음 심(心)’으로 이루어졌습니다.

나는 언제 휴식하고 있다고 느끼는가. 생각해보면, ‘내 마음대로 할 때’입니다. 그곳이 집이든, 일터든, 뜨거운 태양 아래 휴양지든, 차가운 달빛 아래 야근 현장이든 말이죠. 언제 어디서든 내 마음대로 하고 있다면, 마음 편하게 숨을 돌리고 있다면, 나는 휴식하고 있다고 느끼고 있지요. 아무리 집에 늘어져 있어도 눈치를 봐야 하는 사람이 있다거나 휴양지의 포근한 침대 위에 누워있어도 미뤄놓고 온 일 걱정에 숨이 턱턱 막힌다면 도저히 휴식이라고 할 수 없으니까요.

휴식은 우리말로 쉬는 것입니다. 국어사전에는 ‘쉬다’의 의미를 ‘(1) 하던 일을 멈추고 몸을 편안한 상태가 되게 하다 (2) 입이나 코로 들이마시고 내보내는 일을 거듭하다’고 나타내고 있습니다. 쉰다는 것이 결국은 숨을 쉬는 거구나 하는 깨달음을 얻습니다. 내 마음대로 내 하고 싶은 대로 숨 쉬는 것을 느낄 수 있다면 쉬는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호흡명상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그 기본은 자신의 호흡에 마음을 집중하는 것입니다. 호흡에 마음을 집중하는 방법은, 자신의 들숨과 날숨을 바라본다는 느낌으로 편안하게 자신의 호흡을 느끼는 것이지요. 이는 외부에 있는 온갖 걱정, 약속, 일정, 의무 등등은 제쳐놓고 오롯이 자신의 마음과 소통을 하는 행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호흡명상도 휴식의 좋은 예가 됩니다.

어린 시절부터 “공부 열심히 해라”는 말을 지극히 당연한 잔소리고 여기며 자랐고 성실함과 열심을 인생 최대의 덕목으로 알고 살아온 사람들은, (그러한 덕목을 지키며 살았는지 여부와는 상관없이) 쉰다는 것에 일종의 죄책감 같은 것을 느낍니다. 곪고 곪아서 어쩔 수 없이 터져야 나오는 고름마냥 열심히 일하고 일해서 더 이상 일할 수 없는 한계에 다다랐을 때야 자신에게 줄 수 있는 것이 휴식이라고 여기기도 합니다.

그러나 휴식이라는 것은 단순히 일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숨을 쉬는 것, 호흡, 마음과의 소통, 자신과의 대화, 진정한 자아의 발견으로 그 의미가 확장되는 굉장한 행위입니다. 행복의 조건은 자기 자신의 내면과 소통하는 감각이라는 말이 있듯이 휴식은 행복의 조건이기도 합니다.

따지고 보면 우리가 숨 쉬지 않은 때가 어디 잠시라도 있나요. 의식하든 의식하지 않든 늘 숨을 쉽니다. 결국 늘 쉬고 있지요. 자신의 내면과 소통하면서 그 마음의 소리대로 숨 쉴 수 있다면, 365일 휴식, 한 평생을 쉬었다 가는 것이라는 주장도 할 수 있을 법합니다.

불가에 ‘중생소유락(衆生所遊樂)’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아직 깊이 있는 사유를 하지는 못했습니다만, ‘모든 사람은 즐기기 위해서 태어났다’는 가르침 또한 일생을 제대로 휴식하고 가는 것과 통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틈틈이 자신만의 시간과 공간을 만들어 주고, 내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이다 보면, 진짜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행복은 또 무엇인지, 어떻게 살고 싶은지도 알게 되겠지요.

바쁘고 힘겨운 일상 속에서도 짬짬이 눈을 감아 자신의 호흡을 바라보고, 내 마음을 바라보며, 자신과 이야기하는 ‘휴식’을 가집시다. 더 이상 ‘쉰다’는 죄책감에 미안해하지 말고, ‘숨을 쉰다’는 위대한 생명활동을 당당하게, 그것도 자주 해봅시다.
 

저작권자 © 법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