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칼럼 > 연재끝난 칼럼
[변호사의 法情]마리한화
남광 변호사  |  namgwang@namgwanglaw.com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554호] 승인 2015.08.16  19:36:27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서울에서 산 기간이 부산에서 산 기간보다 훨씬 길지만 나는 초, 중, 고등학교를 부산에서 다녔기 때문에 부산 사람이다. 부산 사람은 롯데 자이언츠의 팬이다. 이는 한국 사람이 국가 대항전에서 대한민국 대표팀을 응원하는 것처럼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그렇지만 깊은 고뇌 끝에 나는 배신을 결심했다. 올해부터 한화 이글스를 응원하기로 한 것이다. 롯데 자이언츠와 결별하기로 한 이유는 롯데 자이언츠가 너무 오랫 동안 실망을 주어왔기 때문이다. 짝사랑 체질이 아닌 나로서는 일방적으로 주는 사랑을 더 이상 계속할 수 없었다. 때마침 김성근 감독이 한화 이글스를 맡는다고 하기에 한화 이글스 팬으로 귀화하는 일이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그러면서도 과연 내가 롯데 자이언트를 떠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없지 않았다. 롯데 자이언츠와 한화 이글스와 맞붙는 날이 왔다. 때마침 나는 부산에 있었다. 넓은 생맥주 집에서 대형 텔레비전으로 그 경기를 봤다. 그곳에 모인 부산 사람들이 일방적으로 롯데 자이언츠를 응원하는 가운데 나는 조용히 한화 이글스를 응원하고 있었다. 내 마음이 이미 움직였음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부산 친구들은 내 변절에 대하여 분개하였다. 내가 초등학교 3학년 때 부산으로 전학 온 것, 아버님이 서울 사람이었던 것, 아직도 나의 본적은 서울 중구 신당동이라는 점을 들어서 내가 사실은 부산 사람이 아니었고 이번에 그 정체성이 여실히 드러났다고 분석하는 친구도 있었다.

한화 이글스 팬이 되고자 한 이유는 6년 내리 최하위권에 머물던 한화 이글스가 감독이 바뀌면 성적이 달라질 수 있을까 하는 호기심 때문이었다. 그동안은 사실 야구 경기를 열심히 보지 않았다. 어쩌다 야구를 보게 되면 롯데 자이언츠를 응원했다는 것이지 야구 경기를 꼬박꼬박 챙겨 보는 쪽은 아니었다. 올해는 시즌 개막전부터 한화 이글스 경기를 거의 빠짐없이 보고 있다. 저녁에 술 약속이라도 있으면 중간 중간에 슬쩍 스마트폰을 꺼내서 현재의 스코어를 확인하는 버릇도 생겼다. 누가 이기고 있느냐에 따라 만면에 미소를 띠기도 하고 급격히 표정이 어두워지기도 한다. 마주 앉은 상대방은 무슨 큰 일이라도 생긴 줄 알 거다.
한화 이글스는 확실히 달라졌다. 마리한화(마리화나) 야구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매 경기가 재미있다. 끈질기기 때문이다. 한 경기에 모든 것을 다 쏟아붓기 때문이다. 내일이 없다는 식이다. 김성근 감독 스타일에 대해서는 적지 않은 비판이 따른다. 그 중 가장 자주 언급되는 내용은 선수를 희생시킨다는 것이다. 우선 훈련량이 많다. 경기 전후에도 특타, 펑고 훈련을 하는 일이 다반사다. 그래서 한화 선수들은 체중이 많이 줄었다.

박정진과 권혁이라는 투수가 있다. 이들은 대부분의 경기에 불펜 투수로 등장한다. 한 이닝만 잠깐 던지는 마무리 투수가 아니다. 몇 회씩 던진다. 그것도 거의 매일같이. 그러니 혹사 논란이 벌어진다. 김성근 감독은 선수 개인 기록에 대해서 비정하리만치 신경을 쓰지 않는다. 아웃 카운트 하나만 남광 변호사 더 잡으면 승리 투수가 될 수 있는데도 사정없이 그 투수를 강판시킨다. 정근우 같은 초일류급 선수라도 실수가 있으면 가차없이 그라운드에서 끌어낸다. 그만큼 스타급 선수들에 대한 배려가 없다. 거꾸로 그만큼 신인이나 후보 선수들에게는 기회가 생긴다. 그에게는 팀 성적이 제1순위이다. 그래서 개인선수들의 성적 챙겨주는 것에, 스타급 선수들의 자존심 세워주는 것에 관심없다.

박정진, 권혁의 혹사 지적에 대해서도 “살림은 살림을 하는 사람이 제일 잘 안다”라고 일갈한다. 한화 이글스 뿐만 아니라 모든 팀이 죽기 살기로 경기에 임한다. 투수가 역투할 때 슬로우 모션으로 잡은 얼굴 표정을 보면 처참하기 이를 데 없다. 정말 온 힘을 다해서 던진다. 무거운 보호장구를 착용하고 공 하나마다 일어났다, 앉았다를 수없이 반복하는 포수들을 보면 먹고 사는 일이 참 힘든 과업이라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된다.
복면가왕을 한 때 재미있게 봤다. 그러나 패널들의 과장된 표정, 지어낸 표정에 거부감을 느껴서 더 이상 보지 않는다. 스포츠의 장점은 역동성 외에 진정성이다. 선수들이 기뻐서 포효하는 모습, 자신에 대한 실망에 고개를 떨구는 모습에는 한 치의 거짓이나 과장이 있을 수 없다.

한화 이글스는 올해 페넌트 레이스에서 5위 이내에 드는 것이 목표다. 그러면 포스트 시즌에 진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100경기를 마친 지금 이미 너무 많은 전력을 소모했기 때문에 남은 44경기에서는 힘을 쓰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한화 이글스는 그런 전망을 무색하게 만들어주길 바란다. 승리는 합리적인 계산이 아니라 불굴의 의지에 달려 있다는 점을 확인하고 싶기 때문이다.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최근인기기사
1
[기자의 시선]“5공 때도 안 그랬다”
2
‘젊은 변협’ 첫 개혁위로 ‘자율개혁’ 시동
3
2019 IBA 서울총회 참관기
4
[특별기고]변호사 공익활동은 더욱 활성화되어야 한다
5
2019 IBA 서울총회 참관기
Copyright © 2019 대한변협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news.koreanbar.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