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15. 5. 14. 선고 2013다69989(본소),69996(반소) 판결

1. 사안의 개요
원고(개인)는 피고 증권회사(이하 ‘피고 회사’)의 증권영업직으로 근무하다가 퇴직한 자로서 그 후 다른 증권회사에서도 근무한 경력이 있고, 증권투자상담사 및 파생상품투자상담사 자격을 보유하고 있으며, 장기간 타인 명의로 개설된 계좌(이하 ‘이 사건 계좌’)를 통해 피고 회사의 홈트레이딩시스템을 이용하여 선물옵션거래를 해 왔다.

피고 회사가 운영하는 홈트레이딩시스템의 주문창에는 매도 및 매수가능수량, 주문가능금액, 위탁증거금총액 등이 나타나 있어 이용자가 당시의 계좌상태로 해당 주문을 할 수 있는지 여부를 즉시 알 수 있도록 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미체결 및 체결내역, 잔고현황까지 함께 나타나 있어 주문이 되었으나 미체결 상태인 주문의 내역과 계약이 체결되어 보유하게 된 종목의 내용을 이용자가 즉시 알 수 있도록 되어 있고, 이와 별도로 결제기준잔고창을 띄워 예탁총액, 위탁증거금총액, 주문가능금액 등을 보다 상세하게 확인할 수도 있으며, 주문가능금액의 부족으로 주문이 거절되는 경우에는 주문 오류 경고창이 나타나 이용자로 하여금 주문가능금액의 부족으로 주문이 거절되었음을 알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원고는 피고 회사의 홈트레이딩시스템을 이용하여 이 사건 계좌로 선물옵션거래를 하던 중 추가증거금 발생을 이유로 풋옵션 매도 주문이 거절되자 보유하고 있던 선물 매수 1계약을 매도함으로써 추가증거금을 해소하였고, 이 사건 계좌에 1400만원을 입금하여 예탁총액을 늘렸으며, 2011년 3월물 행사가격 265인 풋옵션 매도주문을 시작하였다.

그러던 중 주문가능금액 부족으로 위 풋옵션의 매도주문 접수가 거절되자 원고는 그와 반대 포지션에 해당하는 풋옵션 매수주문을 내는 등으로 위탁증거금을 조절해 가며 거래를 계속하였다.

그러다가 주문가능금액이 -5942만3928원으로 되어 위 풋옵션 매도 주문이 접수될 수 없는 상태가 되었음에도 피고 회사가 운영하는 홈트레이딩시스템의 오류로 원고가 한 위 풋옵션 매도 1계약의 주문이 접수되었고, 이에 원고는 다시 1계약의 주문을 추가하여 그것마저 접수되자 이후 부터는 주문수량을 조절해 가며 주문에 성공하여 원고는 풋옵션 매도 330계약을 보유하게 되었다.

원고는 위 계약에 따라 추가로 예탁하여야 할 증거금을 해소하지 못하였고, 이에 따라 피고 회사는 반대매매를 실행하여 이 사건 계좌에 남아 있던 선물 및 옵션을 모두 청산하여 오히려 1억438만9790원의 미수금이 발생하였다.

이에 원고는 피고 회사를 상대로 구 전자금융거래법 제9조에 기하여 손해배상책임을 구하였고, 피고 회사는 미수금의 지급을 구하는 반소를 제기하였다.

2. 대상 판결의 요지
대상 판결은 피고 회사에게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였고, 그 이유의 요지는 아래와 같다.

구 전자금융거래법 및 구 전자금융거래법 시행령 각 규정의 내용에 비추어 보면, 구 전자금융거래법 제9조는 직접 대면하거나 의사소통을 하지 아니하고 전자적 장치를 통하여 자동화된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전자금융거래의 특성을 고려하여 일반적인 대면 거래라면 발생하지 아니하였을 권한 없는 제3자에 의한 거래나 이용자의 거래지시와 거래의 이행 결과 사이의 불일치로 인하여 이용자에게 손해가 발생한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금융기관 또는 전자금융업자로 하여금 손해배상책임을 지도록 하되, 예외적으로 이용자가 거래지시나 이용자 및 거래내용의 진실성과 정확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사용되는 접근매체를 대여하거나 누설하는 등의 경우 및 이용자가 법인인 경우로서 금융기관 또는 전자금융업자가 보안절차의 수립과 준수 등 충분한 주의의무를 다한 경우에 한하여 이용자가 그 책임의 전부 또는 일부를 부담하게 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전자금융거래의 안전성과 신뢰성을 확보함과 아울러 그 이용자를 보호하려는데 그 취지가 있다고 할 것이다.

그러므로 구 전자금융거래법 제9조 제1항에 따라 금융기관 또는 전자금융업자가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는 ‘사고’는 권한 없는 제3자에 의하여 전자금융거래가 이행되거나 이용자의 거래지시가 없었음에도 전자금융거래가 이행되거나 이용자의 거래지시가 있었으나 그에 따라 전자금융거래가 이행되지 아니한 경우 등을 의미한다 할 것이다.

따라서 이용자가 거래지시를 하여 그 거래지시에 따라 이용자가 본래 의도한 대로 전자금융거래가 이행된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구 전자금융거래법 제9조 제1항에 따라 금융기관 또는 전자금융업자가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는 ‘사고’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해석함이 상당하다.

이 사건의 경우에 원고는 피고 회사가 운영하는 홈트레이딩시스템이 주문가능금액의 부족으로 주문이 접수될 수 없는 상황임에도 주문이 접수되는 비정상적인 상태에 있음을 인식하고 오히려 이를 이용하여 스스로의 의사에 따라 주문을 함으로써 원고가 의도한 대로 계약이 체결되도록 하였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므로 이러한 경우의 계약 체결은 구 전자금융거래법 제9조 및 피고 회사의 전자금융거래 기본약관 제8조에서 규정한 ‘사고’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할 것이다.

3. 대상 판결의 의의
최근 언론보도를 통해 금융기관들의 홈트레이딩시스템 오류, 해킹, 보이스피싱 등 주문, 이체 관련 사고가 빈번하게 이슈화 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홈트레이딩시스템의 오류로 인해 추가 증거금을 초과한 대량의 옵션주문(287계약)을 낸 투자자가 반대매매로 인한 손해의 배상을 구한 것이 이 사건이다.

소송을 제기한 원고는 홈트레이딩시스템을 통해 선물·옵션거래를 장기간 거래해 오던 전문 트레이더로서, 금융기관의 홈트레이딩시스템의 일시적인 오류로 인해 주문가능금액이 부족함에도 옵션주문이 접수되는 상황을 악용하여 대량의 옵션주문을 내었음에도, 오히려 KOSPI200지수가 예상과 다른 방향으로 변동하여 손실을 보게 되었음을 주장하면서, 금융기관을 상대로 구 전자금융거래법 상의 무과실 손해배상책임을 주장하였다.

이에 대하여 원심은 피고 회사에게 구 전자금융거래법상의 무과실 책임을 인정하여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원심 판결을 파기하였고, 대상 판결은 홈트레이딩 시스템 이용자가 거래지시를 하여 그 거래지시에 따라 이용자가 본래 의도한 대로 전자금융거래가 이행된 경우에는 금융기관이 무과실 손해배상책임을 지는 사고에 해당하지 않음을 최초로 밝힌 것에 의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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