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이미 네이버에 상고법원에 대한 검색광고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가? 광고에 따르면 대법원은 현재의 법률심에서 벗어나 법률심의 역할은 상고법원에 맡기고, 대법원은 우리 사회의 기본 원칙을 제시하는 정책법원 형태로 운영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하지만 대법원의 이와 같은 상고법원 도입이 국민의 권익을 위한 것인지에 대해 깊은 의구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권력을 신탁 받은 자가 이제는 자기가 그 권력의 주인이기 때문에 스스로 그 권력을 강화하겠다는 태도는 권력을 위임한 자에 대한 배신이다. 그런데 대법원의 태도는 국민으로부터 신탁 받은 권력을 스스로 자기 것이라고 강화하고 있는 것에 지나지 않아 매우 씁쓸하다. 대법원이 정책법원이 되는 것이 필요하다면, 왜 필요한 것인지 설득하여야 할 것인데, 아무리 읽어봐도 그런 생각은 전혀 들지 않는다. 대법원은 상고법원을 통하여 현재 1년에 약 4만건씩 처리하는 것보다 더 충실한 심리를 할 수 있고, 그렇기 때문에 국민의 권리구제와 정의수호에 더 적합하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것은 대법관들이 자기들의 권위는 강화하면서 권위에 합당한 의무는 하위 법관에 내려 보내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대법원이 최고 법원이 되기 위해서는 최고 법원에 맞는 역할을 하여야 한다. 대법원은 상고법원제도를 통하여 대법원으로 하여금 사회의 가치를 제시하는 정책법원의 역할을 하겠다고 하나, 이는 국민이 대법원에 부여한 임무 중 중요한 법률심의 의무를 회피하는 것에 불과할 뿐이다. 우리 국민은 대법원이 최종 법률심으로서 역할을 할 것을 부여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법원이 법률심의 의무를 다하지 않겠다고 하는 것은 임무의 방기이다.

또한, 대법원이 상고법원의 설치를 통하여 법률심의 기능을 강화하겠다고 하는 것은 현재 대법원이 최종 법률심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였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다. 이점에 대해서는 국민도 충분히 알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사법부에 대한 신뢰도 매우 낮다. 대법원이 이와 같이 최종 법률심으로서의 역할을 다하지 못하였다는 것을 자인하는 이상 대법원에 대한 개혁은 필수적이다. 그러나 그 개혁의 방안 중 하나로 상고법원의 설치는 그 대안이 아니다.

먼저, 상고법원의 설치는 국민이 대법관으로 구성된 대법원에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 현행 법제도상 우리 국민은 대법관으로 구성된 대법원에서 재판을 받을 권리가 있다. 대법관의 업무 과중으로 인해 이와 같은 국민의 권리를 배척할 수 없으며, 상고법원을 설치하는 것은 권력 위임자를 위한 권한부여가 아니라 권력 수임자를 위한 권한부여임을 입법자는 직시하여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국회는 대법원이 의원입법 형태로 발의한 민사소송법 등의 개정안을 결의하여서는 아니 된다.

둘째로, 상고법원의 설치는 현재의 사법불신을 확대할 것이다. 사법제도에 대한 신뢰회복은 상고법원의 설치에 달려있지 않다. 상고법원이 설치되고 심리불속행제도가 존재한다면, 국민은 여전히 판결이유 없는 판결문을 받아 볼 것이며, 그것도 대법관 아닌 판사로부터 판결이유 없는 판결문을 받아 볼 것이다. 이와 같은 결론이 나온다면, 구태여 판사들에게 재판권을 맡길 이유가 없지 않은가? 상고법원 설치는 대법관 아닌 판사로 하여금 상고심 판단을 하게 함으로써 오히려 국민에게 사법불신을 가중하게 될 것이다.

셋째로 상고법원의 설치로 상고사건의 수가 감소하지 않는다. 오히려 상고사건의 수가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 재판의 건수가 많은 것은 좋은 일이 아니다. 상고법원의 설치보다는 하급심의 강화가 무엇보다도 필요하다. 하급심에서 당사자에 대한 충분한 설득과 이해는 상소를 줄인다. 현재 상고사건이 많은 이유는 국민의 법 감정이 중요한 원인을 차지하고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 충분한 재판을 통한 당사자에 대한 이해와 설득이 하급심 재판과정에서 부족하기 때문이다. 법원이 막연히 당사자의 주장을 기다려 이를 바탕으로 판결을 하는 것보다는 당사자에게 충분히 변론 및 입증을 할 기회를 부여하고 패소하는 당사자에게 그 패소의 이유를 설득하는 과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와 같은 하급심의 내실화가 더 필요하다.

사법부의 개혁은 국민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관점에서 진행되어야 하며, 개혁 대상인 사법부의 편의를 위한 개혁은 허용되지 아니한다. 개혁의 주체와 절차 또한 국민이 주도적이어야 하기 때문에 국회나 행정부에서 그 개혁안이 도출되어야 하지 개혁의 대상인 사법부가 스스로 개혁안을 내고 이를 밀어 부치는 모습은 민주주의의 원리에도 반한다. 이에 상고법원의 설치를 반대한다. 대법관의 증원으로도 충분히 대법원의 업무과중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며, 대법원이 생각하는 전원합의체 구성 등의 문제점은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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