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15. 5. 29. 선고 2015다5897 판결 및 대구고등법원 2014. 12. 17. 선고 2014나2038판결

“신탁계약의 신탁기간이 만료되었다고 하더라도 그 체비지대장에 신탁종료에 따라 위탁자 앞으로의 양수인 등재가 마쳐지지 않은 이상 수탁자의 위와 같은 권리는 그대로 존속된다고 보아야 하며, 따라서 수탁자가 제3자에게 대항할 수 있는 물권 유사의 배타적 사용·수익권을 가진 체비지에 대하여 한 강제집행은 부당하므로 불허되어야 한다.”

1. 사안의 개요

△△토지구획정리조합은 1992. 12. 30.자 환지계획인가로 사업지구 12블록 1롯트 6829.6㎡와 13블록 1롯트 6829.6㎡를 체비지로 지정하였다.

△△토지구획정리조합은 1997. 5. 6. B사에 위 체비지를 양도하고 그 각 체비지대장에 B사를 양수인으로 등재하였다.

B사는 2004. 4. 13. △△토지구획정리조합으로부터 위 체비지를 12블록 1롯트 1만3820㎡와 12블록 2롯트 561.0㎡로 변경하여 사용하는 체비지사용승인을 받은 다음(2004. 8. 11. 이에 관한 사업계획변경승인이 있었다), 2005. 1. 25. A신탁사와 위 체비지에 관하여 신탁부동산의 소유권 관리·보존을 목적으로 하는 을종부동산관리신탁계약을 체결하였다. 이에 따라 기존 체비지대장에 위 관리신탁계약을 원인으로 하여 A신탁사가 양수인으로 등재되었다.

그런데 2005. 12. 29.자 사업계획변경인가에 따라 위 2004. 8. 11.자 사업계획변경인가(12블록 1롯트 1만3820㎡와 12블록 2롯트 561.0㎡로 변경)는 취소되고, 12블록 1롯트 1만4381.2㎡로 변경하여 사용하게 되었고, 이에 따라 변경된 체비지대장(위 12블록 1롯트 6829.6㎡와 위 13블록 1롯트 6829.6㎡ 등이 합쳐져 12블록 1롯트 1만4381.2㎡로 표시되었다)에 위 신탁계약을 원인으로 하여 A신탁사가 양수인으로 등재되었다.

위 신탁계약의 신탁기간이 만료된 후인 2007. 5. 22. B사는 A신탁사와 사이에 위 12블록 1롯트 1만3820㎡, 12블록 2롯트 561.0㎡에 관하여 신탁부동산을 보전·관리하고 채무불이행시 환가·정산하는데 목적이 있는 부동산담보신탁계약을 체결하였다. 그러나 각 체비지대장에 위 담보신탁계약을 원인으로 하여 A신탁사가 양수인으로 등재되지는 않았다.

한편, B사는 1997. 7. 9. ○○종합금융 주식회사로부터 자금을 차용하면서 향후 B사가 12블록 1롯트 6829.6㎡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칠 경우 해당 토지에 1순위 근저당권 및 지상권을 설정해 주되, 위 소유권이전 및 근저당권설정시까지 위 토지에 관한 권리 일체를 위 종합금융회사에 양도하고, 그 체비지 증명서를 위 종합금융회사가 보관하기로 하는 담보부채무변제계약 공정증서를 작성하여 주었다.

위 종합금융회사로부터 B사에 대한 대출금 채권을 양도받은 피고는 위 공정증서에 기하여 압류할 체비지의 표시를 위 12블록 1롯트 6829.6㎡로 하여 체비지 압류명령을 받고, 위 체비지에 대한 특별환가명령을 받은 다음, 강제집행에 착수하였다.

수탁자인 A신탁사는 피고를 상대로 위 강제집행은 신탁재산에 대한 것으로서 위법하다며 강제집행의 불허를 구하는 제3자 이의의 소를 제기하였다.

2. 대상판결의 요지

제1심 법원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탁자인 A신탁사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토지구획정리사업시행자가 환지처분 전에 체비지 지정을 하여 이를 제3자에게 처분하는 경우 그 양수인이 토지의 인도 또는 체비지대장에의 등재 중 어느 하나의 요건을 갖추었다면 양수인은 당해 토지에 관하여 물권 유사의 사용수익원을 취득하여 당해 체비지를 배타적으로 사용·수익할 수 있음은 물론이고 다시 이를 제3자에게 처분할 수도 있는 권능을 가지며, 그 후 환지처분공고가 있으면 그 익일에 최종적으로 체비지를 점유하거나 체비지대장에 등재된 자가 그 소유권을 원시적으로 취득하게 되고(대법원 2007. 9. 21. 선고 2005다44886 판결 등 참조), 이러한 법리는 체비지를 신탁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그러나 원고가 이 사건 체비지를 인도받았다거나 체비지대상에 담보신탁계약을 원인으로 하여 소유자로 등재되었음을 인정할만한 증거가 없고, 관리신탁계약을 원인으로 마쳐진 체비지대장상 명의등재가 2007. 5. 22.자 담보신탁계약을 표상하는 실체관계에 부합하는 공시방법이라고 보기도 어려우며, 관리신탁계약이 신탁기간 만료로 종료됨으로써 무효로 된 체비지대장상 원고 명의의 양수인 등재를 그 후에 체결된 부동산담보신탁계약을 원인으로 한 양수인 등재로 유용할 수도 없다.”

이에 대하여 원고가 항소하였고, 항소심인 대구고등법원(대구고등법원 2014. 12. 17. 선고 2014나2038판결)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제1심 판결을 취소하였고, 대법원(대법원 2015. 5. 29.선고 2015다5897 판결) 역시 원심 판결에는 법리오해의 잘못이 없다고 판시함으로써 위 대구고등법원 판결은 확정되었다.

“토지구획정리사업 시행자가 환지처분 전에 체비지 지정을 하여 이를 제3자에게 처분하는 경우 그 양수인이 토지의 인도 또는 체비지대장에의 등재 중 어느 하나의 요건을 갖추었다면 양수인은 당해 토지에 관하여 물권 유사의 사용수익권을 취득하여 당해 체비지를 배타적으로 사용·수익할 수 있음은 물론이고 다시 이를 제3자에게 처분할 수도 있는 권능을 가지며, 그 후 환지처분공고가 있으면 그 익일에 최종적으로 체비지를 점유하거나 체비지대장에 등재된 자가 그 소유권을 원시적으로 취득하게 된다(대법원 2007. 9. 21. 선고 2005다44886 판결 등 참조).

그리고 부동산의 신탁에 있어서 신탁자의 위탁에 의하여 수탁자 앞으로 그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하게 되면 대내외적으로 소유권이 수탁자에게 완전히 이전되고, 신탁기간의 만료 등 신탁종료의 사유가 발생하더라도 수탁자가 수익자나 위탁자에게 목적부동산의소유권을 이전할 의무를 부담하게 됨에 불과할 뿐 당연히 목적부동산의 소유권이 수익자나 위탁자에게 복귀된다고 볼 수는 없고, 신탁종료에 따라 신탁자 앞으로의 소유권이전등기가 경료되지 않은 이상, 신탁관계는 존속한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1991. 8. 13. 선고 91다12608판결 등 참조).

이 사건에서 B사는 토지구획정리사업조합으로부터 이 사건 체비지를 양수하여 그 체비지 대장에 소유자로 등재된 후, 원고인 A신탁사와 사이에 같은 체비지에 관하여 신탁계약을 체결하고, 같은 체비지 대장은 물론 그 후 동일한 목적물에 관하여 변경된 체비지 대장에도 신탁계약을 원인으로 한 양수인으로 등재됨으로써 최소한 변경전 체비지에 관하여는 제3자에게 대항할 수 있는 물권 유사의 배타적 사용·수익권을 취득하였고, 비록 신탁계약이 신탁기간이 만료되었다고 하더라도 체비지 대장에 신탁종료에 따른 B사 앞으로의 양수인 등재가 마쳐지지 않은 이상 원고인 A신탁사의 권리는 그대로 존속한다고 할 것이다.”

3. 대상판결의 의의

토지구획정리사업에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기 위하여 처분되는 체비지의 경우, 환지처분 전에는 등기부가 개설되지 않아 체비지에 대한 신탁계약을 체결하더라도 이를 신탁원부에 기재하는 등으로 공시할 방법이 없다. 구 신탁법에서는 체비지와 같은 등기, 등록할 수 없는 재산에 대한 신탁과 관련하여 별도의 공시방법을 규정하고 있지도 않았다. 이에 개정 신탁법에서는 신탁원부에 대신하여 재개발조합이 관리하는 체비지대장에 신탁 사실을 기재함으로써 체비지가 신탁재산임을 제3자에게 대항할 수 있다는 규정을 신설하였다(신탁법 제4조 제4항, 신탁법 시행령 제2조 제5호). 그런데 이 사건 체비지의 경우 구 신탁법 시행 당시 기존 을종부동산관리신탁계약의 기간이 만료되고 부동산담보신탁계약이 체결되었던 사안으로서, 새로운 계약에 따른 신탁 사실이 체비지대장에 기재되지 않고 기존의 을종부동산관리신탁계약만이 기재되어 있을 뿐 아니라 십여년간에 걸쳐 여러 차례 환지변경인가로 인해 체비지의 형상과 면적이 변경되었음에도 이러한 점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던 까닭에 그 기재만으로 신탁재산에 관한 공시로서 제3자에 대한 대항력이 인정할 수 있는지가 문제되었다. 즉, 이 사건은 체비지 자체의 특수한 성격에 신탁이라는 법리까지 얽힘으로 인해 권리관계의 해석은 물론이고 강제집행 등에 관한 유사사례나 판례도 거의 찾아보기 어려운 사안이다.

이에 대하여 대상판결은, ① 체비지의 경우 체비지대장상 기재를 통해 그 권리를 취득할 수 있고, 이러한 체비지대장상 권리 기재의 효력은 부동산등기의 효력과 사실상 동일한 물권 유사의 배타적 사용·수익권을 가진다는 점을 재차 확인하였고, ② 신탁등기의 경우, 신탁기간 만료 이후라도 수탁자는 귀속권리자에게 신탁재산의 반환의무만을 부담할 뿐이며 신탁등기의 말소전까지는 수탁자만이 대내외적으로 유일한 권리자이며 신탁관계는 여전히 존속한다는 점을 밝힌 것에 의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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