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는 2003년경 남편 소유의 토지를 상속받은 후 친언니인 B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해 두었다. B는 위 토지가 자신의 명의로 되어 있는 것을 이용하여 2005년경 위 토지를 타인에게 임의로 매도하였다. 이에 A는 B를 상대로 “B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는 명의신탁이므로 부당이득한 토지 매각 대금 상당액을 반환하라”는 소송을 제기하였는데 2008년경 서울고등법원에서 4억원을 지급받는 것으로 조정이 성립되었다. 과세관청은 2010. 2. 10. A가 이 사건 토지를 양도하였음을 이유로 양도소득세를 부과하는 처분을 하였다.
A는 “이 사건 토지를 양도한 것은 명의수탁자인 B이며 그 양도소득은 신탁자인 자신에게 환원되지 않았으므로 양도소득세를 납부할 의무가 없다”라고 주장하며 불복하였다. A는 구제받을 수 있을까.
명의신탁이란 대내적으로는 명의신탁자가 소유권을 보유하여 이를 관리·수익하면서 공부상의 소유명의만을 명의수탁자 앞으로 해두는 것을 말한다. 부동산실권리자등기명의에 관한 법률 제4조에 의하면 명의신탁약정 및 그에 따른 물권변동은 무효이다. 다만, 부동산에 관한 물건을 취득하기 위한 계약서에 명의수탁자가 어느 한쪽 당사자가 되고 상대방 당사자는 명의신탁약정이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는 경우, 즉 계약명의신탁인 경우 물권 변동은 유효하다.
그런데 위와 같은 명의신탁 약정 및 물권변동의 무효는 제3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 따라서, 명의신탁된 부동산이라고 할지라도 제3자에게 처분되면 그 거래는 유효하므로 당해 부동산을 처분한 경우에는 양도소득세 납세의무가 발생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경우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중 누가 양도소득세 납세의무를 이행해야 할까. 언뜻 보면, 당해 부동산은 대내적으로 명의신탁자의 소유이므로 명의신탁자가 양도소득세 납세의무를 부담해야 하고 계약 명의신탁의 경우에는 명의수탁자에게 이전된 소유권은 유효하므로 명의수탁자가 납세의무를 부담하면 될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세법에서는 형식 뿐만 아니라 당해 재산을 실질적으로 누가 지배, 관리, 처분할 수 있는지 및 그러한 소득이 실질적으로 누구에게 귀속되었는가 여부도 중요한 고려 요소가 된다.
이에 대하여 대법원은 “명의신탁된 재산의 법형식적인 소유명의는 수탁자에게 있으나 실질적인 소유권은 신탁자에게 있으므로 신탁자가 자신의 의사에 의해 신탁재산을 양도하는 경우에는 그가 양도소득을 사실상 지배, 관리, 처분할 수 있는 지위에 있어 양도소득세의 납세의무자가 된다고 하겠지만, 수탁자가 신탁자의 위임이나 승낙 없이 임의로 명의신탁 재산을 양도하였다면 그 양도 주체는 수탁자이지 신탁자가 아니고 양도소득이 신탁자에게 환원되지 않는 한 신탁자가 양도소득을 사실상 지배, 관리, 처분할 수 있는 지위에 있지도 아니하므로 사실상 소득을 얻은 자로서 양도소득세의 납세의무자가 된다고 할 수 없다(대법원 1999. 11. 26.선고 98두7084판결)”라고 판시한 바 있으며, 여기서 명의수탁자가 임의로 허위채무 부담을 통한 강제경매의 방법으로 명의신탁재산을 처분하자 신탁자가 손해배상청구소송 및 강제집행 등 강제적인 방법을 통하여 그 경락대금의 일부를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으로 수령한 경우에는 양도소득이 신탁자에게 환원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한다.
이러한 판례에 따르면, 명의신탁된 재산을 양도하는 경우 양도소득세의 납세의무자는 원칙적으로 명의신탁자이지만, 명의수탁자가 임의로 재산을 처분하고 그 양도소득이 추가적인 조치 없이 신탁자에게 환원된 것이 아니라면 명의신탁자는 양도소득세를 납부할 의무가 없다.
위 사례에서도 명의수탁자인 B가 임의로 토지를 타인에 양도하였고 명의신탁자인 A는 몇 년간의 소송을 통해 B로부터 부당이득금을 반환받았을 뿐이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명의수탁자가 명의신탁자의 위임이나 승낙 없이 임의로 처분한 명의신탁재산으로부터 얻은 양도소득을 명의신탁자에게 환원하였다고 하기 위하여는, 명의수탁자가 양도대가를 수령하는 즉시 그 전액을 자발적으로 명의신탁자에게 이전하는 등 사실상 위임사무를 처리한 것과 같이 명의신탁자가 양도소득을 실질적으로 지배, 관리, 처분할 수 있는 지위에 있어 명의신탁자를 양도의 주체로 볼 수 있는 경우라야 하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명의신탁자가 명의수탁자에 대한 소송을 통해 상당한 시간이 경과한 후에 양도대가 상당액을 회수하였다고 하여 양도소득의 환원이 있다고 할 수는 없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A는 위 토지 양도 당시 그 양도소득을 실질적으로 지배, 관리, 처분할 수 있는 지위에 있지 않았으며 양도소득의 환원이 있었던 것으로 볼 수도 없으므로 양도소득세 납세의무자가 될 수 없다(대법원 2014. 9. 4. 선고 2012두10710판결 참조). 결국 A는 구제받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