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2년 창설된 이래 대한변협은 소중하고도 고귀한 많은 자산을 쌓아 왔습니다. 그 가운데서도 가장 빛나는 것은, 우리 모두가 소외되지 않고 동등한 기회 속에서 이상과 포부를 펼칠 수 있고, 우리가 소유한 특별한 능력을 인권과 정의를 위해 사용하는 사명을 부여 받았다는 것입니다.

지난 시간 대부분, 우리 선배들은 자유와 민주주의, 그리고 인권과 정의에 대한 신념을 실현하는 방법을 찾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 신념은 선배들의 믿음일 뿐 아니라 오늘을 사는 우리 회원들 모두가 내재적으로 부여받은 희망이며, 우리가 간직하여 후배들에게 물려주어야 할 귀중한 자산입니다.

그러나 우리에게 가야 할 길은 아직 멉니다. 안타깝게도 아직 많은 이들이 우리의 약속, 심지어 인권과 정의에 대한 우리의 신념을 의심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소망하는 것들 중 많은 것들이 분열되는 욕구와 억제되지 않는 편견 때문에 달성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어떤 때는 우리 사이의 골이 너무 깊어 우리가 같은 동료가 아닌, 단지 같은 일을 하는 경쟁자가 아닌지 의심이 들기도 합니다.

지난 오랜 시간 지켜온 우리 변협의 단결과 영광은 지도자들과 회원들의 진지한 업적입니다. 우리는 학벌이나 지역 등에 의해 차별해 오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출신 배경을 초월하여 스스로를 구동시키고, 각자의 이해관계를 넘어 자신을 고양시키는 방법을 찾아 왔습니다.

우리 대한변협 회원들은 한국 역사의 자랑스러운 유산인 선비정신을 바탕으로 원칙을 지키고 공정과 관용의 길을 걸어왔습니다. 우리는 국민이 변협과 회원들에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잊지 않았고, 그 바탕 위에서 가능한 모든 노력을 다해 선을 실현하고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고자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2015년 현재 변협은 많은 난관에 부딪혀 있습니다. 회원들 중 적지 않은 수가 생존권을 위협받으며 갖가지 위험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회원 중 일부가 많은 것을 차지하고 많은 수가 소외되는 현상이 점점 심화되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진정한 용기입니다. 선의와 관용을 자신에게 요구하는 것입니다. 나의 이익만을 위해 귀중한 동료의 몫을 빼앗는다면, 분열이 시작될 것이고, 결국 공멸을 불러올 것입니다. 우리는 이제 우리가 걸어가는 길에서 서로 신뢰와 사랑을 주고받을 것인가, 아니면 비난과 미움을 주고받을 것인가를 선택해야 합니다.

우리는 변호사적 양심 속에서 우리 공동체에 퍼져나가는 불신이 우리의 이상과 공동선에 부합하지 않음을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원인에 대한 견해가 무엇이든 간에 위험에 처한 회원들이 다시 정의와 선의 길로 돌아올 것임을 알고 있습니다. 혼란과 불화는 우리가 원하는 행위가 아닙니다. 투쟁과 무질서를 증대시켜 화합과 질서를 대체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 중 누구라도 희망을 잃으면 우리 모두가 좌절하게 됩니다. 우리에게 책임감과 정의감을 고취하는 것은 우리들 중에 희생양을 찾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양심에 호소하는 것입니다. 그것은 분명 희생을 요구하지만 더 큰 성취를 가져다 줄 것이기 때문입니다.

인간 삶의 자부심은 스스로 부여한 긍지와 타인에 대한 헌신에서 옵니다. 우리 각자가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제 원칙들에 따라 행동하고 솔선수범할 때, 그리고 선비정신으로 나의 신념을 진작시키고 용기를 갖고 공익을 추구할 때, 더 큰 자유와 정의를 위한 큰 발걸음이 시작되는 것입니다.

우리들은 우리 자신이 강하기 때문이 아니라, 우리 자신을 초월한 신념들을 갖고 있기 때문에 변호사로서의 품위를 지킬 수 있습니다. 신념이 실종되면 그 어떤 다른 것도 우리를 지탱시킬 수 없습니다. 신념을 잃지 않는 한 어떠한 불의도 우리에게 대항할 수 없을 것입니다. 우리의 목적 달성은 공정성에 있으며 품위를 잃지 않는 행동에 달려 있습니다.

법원과 검찰은 공공의 안전, 인권옹호와 정의실현에 대해 막중한 책임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그것은 법원과 검찰만의 일이 아니라 우리 변협의 일이고 우리 회원들 각자의 일입니다. 우리 회원들이 하는 일은 법원이나 검찰이 하는 일 못지않게 중요합니다. 우리는 개인의 안락을 초월하여 공동선을 추구하고 우리 변협과 사회가 나아갈 길을 제시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참여하는 회원, 즉 방관자가 아닌 회원, 정의로운 사회와 품위 있는 변협을 건설하고, 국민들을 위해 그리고 이 땅에 앞으로 살게 될 후손들을 위해 사법개혁의 대업을 완성해야 합니다.

우리의 목적은 우리의 의무 안에서 실현되고, 우리의 의무는 상호간 배려에서 성취됩니다. 결코 지치지 않고 결코 굴복하지 않고, 우리 사회를 더 정의롭고 관대한 그것으로 만들고, 인간 삶의 존엄성을 확인해 가는 지난한 여정은 2015년을 사는 우리 변호사들 모두의 목적이자 의무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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