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개월 만에 다시 어쏘변호사 채용공고를 냈다. 무심코 지난번 공고와 동일하게 공고를 했지만, 생각해보니 변호사시험 성적표를 제출하라는 주문이 빠진 것이 생각났다. 그 성적표를 내도록 공고를 수정할까를 고민하다가 이 글을 쓰고 있다. 물론 종전에도 사법연수원 성적을 내지 않은 지원자에 대해서는 지원서류 미비를 이유로 눈길 한번 안 주고 불합격처리를 하였으니, 고민의 결론은 변호사시험 성적표 제출을 요구하는 쪽일 여지가 크다.

어느 법무법인은 채용공고 때 사법시험성적은 물론이고 사법연수원 성적도 전혀 받아보지 않는다고 들었다. 그 이유가 면접의 자신감에서 비롯된 것인지 아니면 사법시험 성적이나 연수원 성적이 우수한 변호사를 식별하는 데 별다른 도움을 주지 않는다고 보아서인지는 모르지만, 아무튼 독특한 고용정책이라고 생각했었다.

확실히 법무법인은 변호사 누구를 고용하느냐에 따라 그 결과물이 천지차이가 난다. 리쿠르트의 성공 여부에 1년 농사의 절반이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몇 번의 면접을 할 때마다 한 사람당 불과 30~40분 정도의 면접 끝에 내린 결론에 늘 불안해했다. 더구나 사람 보는 눈이 그렇게 좋은 편이 아니니 자신의 결론을 믿을 수 없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니 이곳저곳 전화해서 기존 평판을 확인하는 일도 하고, 실제 기록을 가지고 서면을 작성시킬 생각도 해보고, 과거 중국의 판사선발시험처럼 활쏘기를 시켜볼까 하는 생각도 해보았다. 활쏘기는 체력, 집중력 등을 테스트하기에 좋은 방법이라고 한다(실제 그랬는지는 확인하지 못했지만, 신뢰할만한 분에게 들은 이야기다).

그런데 막상 이 사람과 저 사람 중에 누구를 고용할까 하는 생각을 시작하면 대부분 결론은 성적으로 귀결되었다. 성적은 만능은 아닐지라도 지원자에 관하여 많은 것을 이야기해주는 키워드인 것은 분명했다.

지난달 헌법재판소 결정으로 변호사시험 성적이 공개되기 시작했다. 법정의견의 현실인식은 매우 정확했다.

서울의 유명 법전원에 출강할 때 학생들이 대체로 건방을 떤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모의서면을 내는 것을 보면 실력은 쥐뿔도 없는 것이 분명한데, 대화를 해보면 벌써 전문변호사가 다 된 듯이 이야기를 하는 학생들이 있었다. 뒤에 확인하니 벌써 대형 법무법인에 컨펌이 되어 있었다.

대형 법무법인의 입도선매가 학생들을 망치고 있다는 생각에 조기컨펌을 막는 방법이 뭘까를 궁리하기까지 했었다. 요즘은 더 빨라져서 2학년 1학기에 이미 컨펌이 되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 그런 법무법인의 안목이 놀라울 뿐이다.

비슷한 시기에 지방대학의 방학특강을 나갔는데, 그 학생들은 반대로 너무 침체 되어 있어 마치 재수학원에 온 듯한 느낌을 받았다. 방학 때 많이들 하는 실무수습을 하지 않느냐고 물으니 실무수습기관이 받아주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실무수습을 하더라도 취업에 큰 도움이 되지 않으니 공부를 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답했었다. 그리고 덧붙이는 말이 변호사시험 성적이 공개되면 자신들도 서울 모 법전원 학생 이상으로 취업할 수 있는데 제도가 자신들을 하류로 몰고 있다는 것이었다. ‘(성적 비공개가) 입구의 차이를 출구의 차이로까지 연장시키고 있는’ 것은 분명했다.

그런데 헌법재판소 법정의견의 미래예측은 타당할까? 시험성적 공개가 과연 ‘경쟁력 있는 변호사의 배출’에 기여할 수 있을까? 이 대목에서 법정의견이 염두에 두고 있는 ‘경쟁력 있는 변호사’는 민·형사 서면 잘 쓰는 변호사, 즉, 사법연수원이 오랫동안 추구해 왔던 판결문 잘 쓰는 법조인의 동어반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본도 못하면서 무슨 전문성이고, 특성화 교육이냐고 일갈하는 모습이 눈에 선했다. 여기까지는 이해가 가지만, 그러면 왜 법전원 제도를 도입했지? 하는 의문이 뒤따랐다. 관료를 선발할 필요에 따라 국가가 시험을 통해 법조인을 양성한 시스템에서 민간의 교육을 통한 법조인 양성시스템으로 전환했고, 국가의 관여를 최소화하려고 시험성적 비공개를 선택했는데, 이제 다시 국가가 시험을 통해 변호사를 줄세우기 한다?

그 시험은 사법연수원 시험의 복사판인데! 원래 6개월 준비하도록 설계된 변호사시험을 이제 3년을 준비하라고 하는 셈이다. 사법연수생 중에는 1년 늦게 들어오면서 미리 연수원 교재는 물론이고 모의기록까지 풀고 들어오는 준비성이 우수한(?) 연수생들이 있었다. 이제 법전원에도 학부 때 고시학원에 다닌 후 들어가는 학생들이 생길 수도 있지 않을까?

법전원이 생긴 이후 법철학 강의를 듣는 학생들이 현격히 줄어 법철학 교수님들은 거의 개점휴업 상태다. 또 어느 강의가 개점휴업 상태에 처할지 모를 일이다. 변호사시험 성적 공개 이후 법전원에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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