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헌법전문과 건국이념

우리 헌법은 1948년 7월 12일 제정되었고 그 후 9차에 걸쳐 개정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는데 130개 조문에 달하는 헌법규정 중에서 헌법의 최고원리를 규정하고 있는 헌법전문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우리헌법은 헌법전문을 통하여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대한민국의 건국이념을 선언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헌법학계나 법조실무상 지금까지 별 관심을 끌지 못하였지만 어느 한 국가에 있어서 국가의 정체성과 건국이념이 무엇이냐 하는 문제는 국가의 기본을 이루는 매우 중차대한 일이므로 앞으로 헌법학계의 활발한 논의가 있게 되기를 기대하면서 이 글을 쓴다.

국가공동체의 일원으로서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다 이 문제에 관하여 관심을 가지는 것이 당연하다고 본다. 국민으로서의 기본적 책무이기도 하다.

2.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

가. ‘유구한 역사와 전통’의 의미

우리헌법 전문은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 ’라고 시작된다. 여기서 ‘유구한 역사와 전통’이란 무슨 의미인가?

역사학적 관점에서 보면 여러 가지 견해가 있을 수 있겠으나 법적인 관점에서 보면 의외로 간단하다. 즉 1961년 12월 2일 제정·공포된 연호에 관한 법률에 의하면 ‘대한민국의 공용연호는 서력기원으로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나 1948년 헌법제정과 함께 시행된 본래의 우리나라 공용연호는 단기 즉 단군기원으로 하는 것이었으므로 ‘유구한 역사와 전통’이란 바로 이 단기연호에 따른 우리나라의 역사와 전통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하여야 한다.

1948년 7월 우리 헌법을 제정할 당시의 헌법전문은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들 대한국민은 기미 삼일운동으로 대한민국을 건립하여 … 우리들의 정당 또 자유로히 선거된 대표로서 구성된 국회에서 단기 4281년 7월 12일 이 헌법을 제정한다’라고 되어 있는데 이와 같은 헌법 제정당시의 헌법전문에 비추어 보면, ‘유구한 역사와 전통’이란 바로 단기연호에 따른 우리 민족 고유의 역사와 전통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하여야 함이 더욱 명백해진다.

올해가 단기 4348년인데 이 단기 역사가 있기 때문에 우리 민족의 역사를 가리켜 반만년 역사, 유구한 역사라고 부르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세계적 추세에 맞추어서 현재 서력기원을 쓰고는 있으나 서력기원이 우리의 역사는 아니다. 서력기원 이전에도 우리의 역사가 있었고, 뿐만 아니라 서력기원 이전에 이미 세계 어느 나라에 내 놓아도 손색이 없을 만큼 훌륭한 정신문화의 전통을 가지고 있었다.

일제 식민주의 사관과 중화사관 그리고 소위 실증주의 사관 등의 영향으로 마치 우리의 역사는 삼국시대부터 비로소 시작이 되었고 삼국시대 이전에는 신화일 뿐 역사가 없었다는 그런 견해가 우리사회에 일부 있는 것은 사실이나, 이는 역사의 진실이 아니다.

단군조선의 존재는 우리 사학계도 이제는 정면으로 인정하고 있는 역사적 실체이고 우리나라 초·중·고 역사교과서에서도 단군조선의 실체를 인정하고 역사적 사실로 기술하고 있다.

나. ‘대한’의 의미

‘대한국민’ ‘대한민국’이라 할 때 이 ‘대한’은 어디에서 왔는가?

우리나라의 국호에 ‘대한’이란 말을 처음 쓴 사람은 고종황제이다. ‘조선왕조실록’ 1897년 10월 11일자의 기록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곧 삼한(三韓)의 땅인데 개국 초에 천명을 받고 하나의 나라로 통합되었으니 지금 천하의 호칭을 ‘대한’으로 정한다고 해서 안 될 것이 없다”라고 하고 앞으로 “모두 대한으로 쓰도록 하라”라고 명한 바 있다(我邦乃三韓之地, 而國初受命, 統合爲一, 今定有天下之號曰大韓, 未爲不可, …… 竝以大韓, 書之可也. ‘고종실록’ 1897. 10. 11).

그리고 이틀 후 고종황제는 원구단에서 하늘에 천체를 올리고 대한제국의 출범을 천하만방에 선포하였다.

우리나라는 본래 삼한이었으므로 즉 고조선시대에 초대 단군왕검이 나라를 진한(眞韓), 번한(番韓), 마한(馬韓)으로 나누어 다스린 것이 삼한의 시초이므로 그 ‘한’을 되살려 국호를 대한으로 정할 것을 명한 것이다. 19세기 말 고종황제가 ‘조선’ 대신 ‘대한’이란 새로운 국호를 선포한 것은 우리나라가 고조선의 삼한을 계승한 자주독립국임을 천명한 것이다.

3. ‘인류공영’의 이상

헌법전문은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 국민은 … ‘인류공영’에 이바지함으로써 우리들과 우리들의 자손의 안전과 자유와 행복을 영원히 확보할 것을 다짐하면서” 헌법을 제정하는 것이라고 선언하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인류공영이란 무엇을 의미하는가?

‘인류공영’이란 표현은 본래 우리민족의 전통사상이자 단군조선의 건국이념인 홍익인간을 표현할 때 쓰는 용어이다.

우리 교육기본법도 제2조(교육이념)에서 “교육은 홍익인간의 이념 아래 모든 국민으로 하여금 인격을 도야하고 자주적 생활능력과 민주시민으로서 필요한 자질을 갖추게 함으로써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고 민주국가의 발전과 ‘인류공영의 이상을 실현하는 데에 이바지하게 함을 목적으로 한다”라고 규정함으로써 홍익인간의 내용을 설명하면서 ‘인류공영’이란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따라서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이 ‘인류공영’에 이바지할 것을 다짐하면서 헌법을 제정한다고 하였으니 이는 바로 대한민국의 건국이념은 고조선의 건국이념인 홍익인간이념을 이어 받은 것임을 선언한 것이다.

4. 제헌절 노랫말에 나타난 건국이념

대한민국의 건국이념이 홍익인간이라는 사실은 제헌절 노랫말에도 잘 나타나 있다. 1948년 헌법 제정과 함께 1949년 10월 1일에는 국경일에 관한 법률이 제정·공포되어 제헌절은 3·1절, 광복절, 개천절과 함께 4대 국경일의 하나로 지정되었고 제헌절 노래도 만들어져 오늘에 이르고 있다.

제헌절 노래의 가사를 보면 “비 구름 바람 거느리고 인간을 도우셨다는 우리 옛적 / 삼백 예순 남은 일이 하늘 뜻 그대로였다. / 삼천만 한결같이 지킬 언약 이루니 / 옛 길에 새 걸음으로 발 맞추리라 / 이 날은 대한민국 억만년의 터다 / 대한민국 억만년의 터”로 되어 있다.

가. ‘비 구름 바람 거느리고’

‘비 구름 바람 거느리고’의 뜻은 무엇인가?

우리의 옛 역사서인 ‘삼국유사’ 고조선편과 ‘한단고기(桓檀古記)’ 삼성기(三聖記)에 의하면 배달국 한웅천황이 풍백(바람), 우사(비), 운사(구름)와 무리 삼천을 거느리고 태백산 꼭대기 신단수 아래로 내려와 홍익인간의 이념으로 신시를 개천하였다고 기록되어 있는데 위와 같이 환웅천왕이 신시 배달국을 건설할 때에 풍백(風伯), 우사(雨師), 운사(雲師)를 거느리고 내려왔다는 기록을 제헌절 노래가사에서 ‘비 구름 바람 거느리고’라고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풍백, 우사, 운사는 국가 통치제도의 기본조직으로서 풍백은 입법관, 우사는 행정관, 운사는 사법관을 지칭한다고 한다.

나. ‘인간을 도우셨다는 우리 옛적’

여기서 ‘인간을 도우셨다는 우리 옛적’이란 옛 역사서의 기록대로 우리나라 옛 성인, 한인 한웅 단군이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한다는 홍익인간 이화세계의 하늘 뜻을 펼쳐 사람들의 삶을 돌보셨다는 내용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인간을 도우셨다는 우리 옛적’이란 우리나라의 건국이념 ‘홍익인간’의 시적인 표현이라 할 수 있다.

다. ‘삼백 예순 남은 일이 하늘 뜻 그대로였다’

이 부분은 삼국유사 고조선편의 기록중 한웅천황이 홍익인간의 이념으로 신시배달국을 세우고 모든 인간의 삼백육십여사를 주재하였다는 기록 부분에서 그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즉 삼국유사 고조선편에는 ‘…凡主人間三百六十餘事…’라는 기록이 나오는데 이 삼백육십여사는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것은 ‘우리 민족의 3대경전’이라 일컬어지는 천부경, 삼일신고, 참전계경 중 참전계경에 실려있는 366사 즉 삼백예순여섯가지 지침을 의미하는 것이다.

한민족에게 전해내려오는 여러 역사서에서 참전계경은 배달국 한웅천왕시대부터 백성들을 다스리고 교화시키는 교과서이자 지침서였음을 밝히고 있는데 참전계경은 삶의 목적인 인간완성을 이루고자함에 지키고 경계해야 할 바를 성(誠), 신(信), 애(愛), 제(濟), 화(禍), 복(福), 보(報), 응(應) 이라는 여덟가지 강령으로 나누어진 366사(事) 속에 담아 하늘의 가르침을 펴고 있다.

‘삼백예순 남은 일’이란 바로 이 참전계경의 366사(事)를 말하는 것이다. 참전계경의 366사를 삼국유사에서는 360여사로 표현하였고, 다시 제헌절 노랫말에서는 삼국유사의 360여사를 “삼백예순남은 일이 하늘 뜻 그대로였다”라고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5. 대한민국의 건국이념은 ‘홍익인간’이다

이상 살펴본 바와 같이 헌법전문의 규정과 제헌절 노랫말의 의미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우리 대한민국의 건국이념은 홍익인간임을 알 수 있다.

헌법제정권력자로서의 우리 대한국민은, 그리고 1948년 헌법제정당시 우리 헌법의 아버지들은 반만년역사를 자랑하는 우리 대한민국의 정체성에 대하여 신시배달국과 단군조선이래 면면히 이어져 내려온 우리민족의 고유사상 체계인 홍익인간을 건국이념으로 하여 대한민국을 세웠다는 것을 헌법전문에 선언하고 있는 것이다. 홍익인간은 인간을 널리 이롭게 한다는 것으로 특정한 어느 민족만을 염두에 둔 편협한 개념이 아니고 인류전체의 공동번영에 이바지 한다는 의미로 인류공영의 이상을 실현하는 것이 최종목표이다.

그리하여 우리 홍익인간 정신은 그 보편성으로 인해 이제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외국에도 어느 정도 알려져 있고 외국인들이 눈여겨보고 있다. 비록 관심을 끌고 있지는 못하지만 ‘홍익인간’이 대한민국의 건국이념으로 헌법전문에 나타나 있는 것은 향후 미래세대를 위하여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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