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변협법률구조재단 이사장 김 병 화 변호사

대한법률구조공단은 알아도 대한변협 산하에 있는 대한변협법률구조재단(이하 ‘법률구조재단’)을 아는 이는 드물다. 법률구조재단은 대한변협 산하에 있던 법률구조사업회가 법률구조의 활성화와 변호사들의 활발한 공익활동을 위해 지난 2003년 재단으로 탈바꿈하면서 설립된 법률구조법인으로서, 국민기초생활 보장법상 보호대상자, 고령자, 미성년자, 장애인, 외국인근로자, 다문화가정, 북한이탈주민, 난민, 성폭력피해자 등의 경제적·사회적 소외계층을 위한 법률구조사업을 하고 있다.

지난 24일, 법률구조재단의 신임 이사장 김병화 변호사(사시 25회)를 만났다.

2012년 인천지검 검사장을 마지막으로 27년간의 공직생활을 마무리했다. 검사시절부터 공익활동에 관심이 많았는지?

검사는 공익의 대표자로서 일하는 것이고, 공동체의 선을 실현하는 것이 검사의 직분이라고 생각했다. 따라서 지역주민들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자 노력했고 특히 소외된 계층에 관심을 갖고 관내 고아원, 양로원 등을 자주 찾아가곤 했다. 의정부 검사장 재직시 음악에 재능이 있는 직원들을 모아 실용음악동아리를 만들어 양로원에 찾아가 공연했는데 할아버지, 할머니들께서 참 좋아하시며 다음에 언제 오느냐고 묻더라(웃음).

오랜 공직생활을 마치고나서 휴식을 가질 법도 한데 재단 이사장이라는 또 하나의 직책을 맡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같은 사무소 동료인 목영준 변호사의 후임으로 재단 이사를 맡게 됐고, 이사회에서 이사장으로 호선됐다. 사실 변호사로 일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 부족한 점이 많은데 이런 중책까지 맡아 어깨가 무겁다. 이사장은 이사회에서 제시된 좋은 의견들이 실현될 수 있도록 직접 발로 뛰어 다녀야 하는 머슴이라고 생각한다. 사명감을 가지고 열심히 하겠다.

어떤 사업이던지 원활하고 효율적 진행을 위해서는 안정적인 예산이 뒷받침돼야 하는 법.

대한법률구조공단은 법무부로부터 해마다 약 300억원의 예산을 지원받고 있는 반면, 법률구조재단은 법률구조법에 의해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되어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예산지원은 하나도 없는 실정이다. 따라서 법무법인, 개인변호사 및 일반인의 기부금, 공탁금관리위원회와 여성가족부의 지원금으로만 운영되고 있는데 이것만으로 운영이 가능한가?

와서 보니 재정적인 문제가 심각한 상태이다. 상세히 말씀드리겠다. 2003년도 재단출범 당시 대한변협에서 5억원, 국내 10대 로펌에서 14억5000만원을 5년에 걸쳐 지원해주기로 하여 그 기금으로 운영해오다 국내 로펌에서 다시 3년간 지원을 연장해 주었다. 그간 공탁금관리위원회에서 매년 5억원을 지원해 주어서 재단의 주요한 활동재원이 됐었는데, 잘 아시다시피 이자율이 현격히 낮아진 탓에 이자수익의 감소로 금년에는 2억밖에 지원을 받지 못했다.

작년 구조건수인 530건 정도를 기준으로 하면 금년 예산이 12억원 정도가 필요한데, 현재 7억여원 정도만 확보돼 있는 상황이다. 구조신청건수는 2004년 94건에서 2014년 655건으로 약 7배정도 증가했지만 재정문제는 오히려 더 어려워져 새로운 재원 발굴이 시급한 문제다.

그렇다면 법률구조사건의 구조율과 만족도는 어떠한가.

2004년에는 94건의 구조신청사건 중 61건이, 2014년에는 655건 중 531건이 구조돼 구조율은 64%에서 81%로 17% 증가했다. 올해는 상반기 중에만 355건의 법률구조신청이 들어왔으며 이 중 226건(67%)에 대해 구조결정이 내려졌다.

만족도는 승소율을 보면 알 수 있다. 우리 재단의 승소율은 90%에 육박하고 있다. 구조사건의 경우 법률서비스의 질적인 측면에서 떨어지지 않나 하는 우려가 있을 수 있는데, 승소율에서 볼 수 있듯이 재단의 소송수행변호사님들이 열의를 가지고 적극적으로 소송을 수행하고 있다. 이 자리를 빌어서 감사드린다.

수행변호사단 구성을 보면 10년 이상의 법조경력을 가진 중견 변호사가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5년 미만 경력의 열정을 가진 청년변호사들의 참여율도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다른 구조재단이나 공단에 비해서 우리 재단의 강점이라고 주장할 만하다.

앞서 언급했다시피 법률구조재단에 대해 국민뿐만 아니라 변호사들조차 모르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에 따른 홍보계획은 없는지?

현재는 변협신문에 전면광고를 내거나, 법원 또는 검찰청, 지방자치단체 및 기타 유관기관 등 법률구조수요가 있을 만한 곳에 포스터를 비치하고 지하철 광고판 등을 통해 홍보를 하고 있다. 과거 일간지에 홍보를 한 적도 있었는데 그때 신청건수가 급증했다. 그러나 충분한 예산이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무조건 많은 수의 법률구조를 하기에는 부담이 있다.

앞으로는 변협과 협의하여 회원들의 연수기회를 활용해 적절하게 홍보하고 또한 재능기부 차원에서 재단의 법률구조사건을 무료로 수행하는 봉사 참여도 부탁드려 볼 생각이다.

취임소식을 전하는 본보에서 재단만의 특색있는 사업을 발굴할 것이라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구상하고 있는 사업이 있는가.

우리 재단은 양육비이행관리원과 MOU를 맺고 한부모가정의 양육비 지급과 관련한 소송수행 및 법률 상담 등을 하고 있으며 성폭력 피해자,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법률구조뿐만 아니라 마을변호사 활동을 통한 무변촌 법률구조도 열심히 하고 있다.

또 법무부,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시민을 대상으로 하는 법 교육 프로그램인 시민로스쿨 사업을 운영하고 있으며, 국가인권위원회와 유엔난민기구와도 MOU를 체결하고 국내뿐만 아니라 국제적 인권수호와 신장에도 힘쓰고 있다.

이처럼 재단은 활동할 수 있는 범위가 굉장히 넓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취약계층, 외국인, 노인 등에 대한 법률구조사업을 발굴할 계획이며, 법전원측과 협의해 리걸클리닉 교육을 수행하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정부의 복지사업 중 법률 서비스를 제공할 사업이 있는지 등도 찾아 볼 생각이다.

법률구조재단은 지난해 10월 인천대교주식회사와 법률구조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함에 따라 월 1회 인천 영종도 일대의 지역주민들을 대상으로 법률상담 및 법률강의를 제공하고 있으며, 인천대교주식회사는 정기 기부 및 법률구조 홍보를 하고 있다. 이와 같이 기업의 기부금 확보를 위한 방안이 마련돼 있는가?

박영수 변호사님의 소개로 이뤄진 이번 협약에 따라 2억4천만원을 기부받는 대신, 인천대교 소재지인 영종도 주민들을 대상으로 무료 법률상담을 해 드리고 있다. 저도 6월달 상담을 참관했는데 주민들께서 아주 좋아하신다.

주민들 입장에서는 변호사가 직접 찾아와 자신의 고민을 들어주고 해결방안을 제시해줄 뿐더러 법률구조까지 해주니 얼마나 좋겠는가.

인천대교 사례를 모범으로 하여, 기업의 본거지에 있는 지역주민들에게 봉사하겠다는 뜻을 가진 기업들을 상대로 기부금 후원과 법률서비스 제공을 연결하는 제2, 제3의 영종도와 같은 사업을 펼쳐나갈 생각이다.

기사를 보신 변호사님들께서 알고 계신 좋은 기업체를 추천해 주시면 대단히 감사하겠다. 찾아뵙고 잘 설명드리겠다.

김 이사장은 법률구조재단의 재정 문제 해결이 가장 큰 숙제라고 이야기할 만큼 많은 시간을 이 부분에 대해 언급했다. 해결방안이 있는가.

기업의 기부뿐만 아니라 개인 기부도 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2012년 50명 정도의 개인변호사들이 자동이체방식(CMS)으로 정기기부를 해왔으나, 올해 대부분의 기부약정이 만료되어 다시 모금을 할 계획이다. 개인 기부금은 대한변협 법률구조재단으로서 자부심을 가지는데 큰 힘이 되고 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기부자가 10배는 늘어 500명은 됐으면 한다.

그리고 재단의 어려운 재정을 알고 변협에서 1억원을 지원해 주었다는 것을 말씀드린다.

정부에서 대한법률구조공단에는 거액의 재정지원을 하고 있으면서도, 본 재단에 대하여는 아직 지원이 없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예산문제는 정부, 국회 등 여러 기관에 걸친 문제여서 어려운 점이 많지만 설득해 보겠다.

각 로펌에서도 추가 지원을 부탁드린다.

앞서 말한 방법으로 재원을 확보해서 현재보다 2배 정도의 법률구조가 가능하다면 법률 사각지대에 계신 국민께 큰 힘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한 사람이 꾸면 꿈이지만 여러 사람이 그 꿈을 공유하면 비전이 된다’라는 말이 있다. 회원들께서 뜻을 같이 해 주시면 그 비전이 실천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한 마디 한다면?

최근 상고사건에 변호사 강제주의 도입안에 대하여, 변호사 선임이 어려운 사람들은 어떻게 하느냐며 반대가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법률구조재단 활동이 활성화된다면 이에 대한 답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우리 재단은 경험 많은 변호사들이 봉사정신에 입각해 질 높은 법률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우리 재단의 로고가 L(law), L(love)이다. 법률구조재단의 설립취지대로 경제적, 사회적 소외계층에 대하여 법을 통한 사랑을 실천할 수 있도록 회원들께서 성원해 주실 것을 부탁드린다. 아울러 재단 활동에 대하여 좋은 의견이 있으시면 언제든지 연락주시면 감사하겠다.

언제가 전성기였는지 묻는 질문에 매일 매일이 전성기가 아니겠냐는 김 이사장. 개인적인 활동방향을 묻는 질문에도 결국은 “법률구조재단의 이사장이라는 중책을 맡았으니 열심히 해서 조금이라도 재단 발전에 도움이 되길 소망한다”는 대답으로 인터뷰를 마쳤다.

검사생활 27년. 이러한 이력 때문에 사실 그를 만나기 전에는 티비나 영화에서 보던 차가운 검사 이미지를 상상했었다. 그러나 짧은 시간 동안 만난 그는 법을 통한 사랑의 실천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는 ‘따뜻한 사람’이었다.

저작권자 © 법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