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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리더 프로그램 참가기]한일수교 50주년을 맞이하여
황보현 변호사  |  hbhyun9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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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9호] 승인 2015.07.05  14:5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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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정상화 50주년

일본에서 유학하다보니 자연스럽게 한일관계에 관심이 많아졌습니다. 일본 신문이나 TV에서 한국 관련된 이슈가 나오면 일본에서는 이러한 사건들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을까 궁금해서 유심히 보게 됩니다.

특히 지난 6월 21일에는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을 기념하여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일본을 방문하였는데, 이를 계기로 일본 언론에서도 한일 관계의 주요 현안에 대한 내용들을 보도하였습니다. 현재 한일간 대립되고 있는 주요한 문제는 위안부와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배상,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금지, 독도 영유권,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에 관한 사항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위안부와 강제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일본의 손해배상 문제는 1965년 체결된 ‘한일기본조약’과 ‘청구권 협정’을 통해 해결되었는지에 관해 한일이 서로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된 내용을 좀 더 알고자 리서치 하다가 대한변협 한일자료 공유 사이트에서 일제 피해자들을 위해 헌신한 변호사님들의 노고가 담긴 기록도 보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기업 관련 업무만 해오다가 음지에서 고통 받고 소외된 분들의 인권을 위해 수고하고 계셨던 변호사님들이 있었다는 사실에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1965년 한일기본조약

한일기본조약은 1965년 6월 22일에 체결되었는데, 1964년부터 한일 협상에 반대하는 극렬한 학생 시위(6·3 항쟁)가 있었고, 박정희 정부는 계엄령을 통해서라도 한일기본조약 체결을 강행하였습니다. 한일기본조약 중 제2조에는 ‘1910년 8월 22일 및 그 이전에 대한제국과 대일본제국간에 체결된 모든 조약 및 협정이 이미 무효임을 확인한다’라고 적혀 있습니다. 여기서 ‘이미 무효’라는 표현은 일본어로는 ‘もはや無効’, 영어로는 ‘already null and void’라고 합니다.

그러나 언제부터 무효인지에 대한 정확한 표현이 없다보니 우리는 ‘병합조약 등은 처음부터 불법·무효였다’는 입장인 반면, 일본은 ‘원래는 합법·유효했지만, 조약 체결 시점부터 무효’라고 해석하고 있습니다. 당시 경제성장을 통해 정권의 정당성을 확보하려 했던 박정희 정권에게는 한일 수교는 숙원 과제였고, 1951년 샌프란시스코 강화 조약을 통해 전범 국가에서 미국의 우방국이 된 일본은 미국의 지원과 압력이 있었기에 급속하게 한일 수교가 진행된 것으로 보입니다. ‘이미’란 단어에서 보듯이 양국이 서로 해석의 여지를 둔 채 미봉책으로 한일 국교 정상화가 이뤄진 것입니다. 이렇게 일본의 과거 식민지 지배에 대한 사과 없이 진행된 한일기본조약과 청구권 협정은 오늘날까지도 양국의 역사 인식뿐 아니라 위안부와 강제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 문제에 대해서도 차이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한일 청구권 협정

한일기본조약과 함께 체결된 청구권협정에서는 ‘일본은 무상 3억불, 차관 2억불을 대한민국에게 제공하고, 대한민국 국민의 재산 및 청구권에 관하여 완전히 그리고 최종적으로 해결된다’고 적혀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위안부 및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해배상도 청구권 협정의 대상이 되었느냐에 대해서 양국 사법부의 입장은 다릅니다. 2011년 8월 헌법재판소는 ‘위안부 피해자들의 일본에 대해 가지는 배상청구권은 청구권 협정으로 인해 소멸되지 않았고, 국가가 일본 정부를 상대로 외교적 노력을 하지 않은 부작위는 위헌’이라고 판시하였습니다. 또한, 2012년 5월 대법원은 ‘일본 국가권력이 관여한 반인도적 불법행위나 식민지배와 직결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권은 청구권 협정의 적용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로 설시하면서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청구권을 인정하였습니다.

그러나 일본 사법부는 줄곧 위안부 피해자 및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모든 청구권은 한일 청구권 협정을 통해 모두 해결되었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헌법재판소나 대법원 판결이 일본에서 받아들여질지는 미지수입니다.

이러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방법의 하나로 한일 청구권 협정의 재체결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지만, 종전 70년, 한일수교 정상화 50년이 지난 상황에서 기존 청구권 협정을 모두 무효화하고 새로운 협정을 체결하는 것은 쉽지 않아 보입니다. 특히 동아시아에서 지난 반세기 이상 경제적 주도권을 점했던 일본이 중국의 급속한 팽창에 위기감을 드러내고 있고, 아베 정권은 평화헌법 개정 등 새로운 안보법제 제정을 통해 과거와 같은 영광을 다시 되찾기를 바라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습니다.

그러나 지난 반세기 이상 고통 속에서 살아가셨던 일제 피해자들을 생각해서라도 일본 정부의 진심어린 사죄와 손해배상을 통해 하루속히 그분들의 피해가 회복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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