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11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여의도 국회의사당 개원 40주년 기념전’ 개막식이 있었다. ‘여의도동 1번지, 국회의사당’이라는 제목으로 열리는 이번 기념전에서는 국회의사당을 처음 설계하고 건축하기까지의 과정과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있었던 주요사건의 영상과 사진, 물품 등이 전시되어 우리 현대사를 생생하게 만날 수 있다.

1966년 새로운 국회의사당의 건립을 추진하면서 당시 정부는 남북통일과 양원제 실시를 대비하고, 민주주의를 상징하는, 역사적인 대규모 건물로 하되, 국내 기술로 세워야 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1969년 7월에 기공식을 갖고 1975년 9월에 완공한 여의도 국회의사당은 당시 의사당으로서는 동양 최대 규모였고 국내 건축물로도 최대였다. 국회의사당에 있는 24개의 기둥은 24절기와 국민의 다양한 의견을 상징한다. 밑지름 64m에 이르는 돔은 국민들의 다양한 의견을 하나로 모은다는 민주주의 원리를 담고 있다.

국회의사당을 건축할 때부터 지금까지 가장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 국회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바로 이 녹색 돔이다. 무게만 해도 1000톤이 넘는 돔은 원래 황색이었다. 황색 구리판이 산화하여 자연스럽게 녹색이 된 것이다. 원래 설계에 따르면 의사당은 돔이 없는 평지붕 양식이었다. 그런데 시공 과정에서 당시 대통령과 국회 지도자들이 모두 돔 양식을 고집하여 오늘날의 모습이 되었다고 한다.

이 돔에 대해서 혹평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한평생 국회에서 생활해서 익숙해져 그런지 나는 돔으로 바꾸기를 잘했다고 본다. 평지붕이었으면 지금보다 훨씬 밋밋했을 것이다.

국회의사당으로서의 상징성도 떨어졌을 것이다. 돔은 무엇보다 다양한 이견의 통합이라는 민주주의의 원리에 잘 들어맞는다. 국회의사당에 들어와 중앙홀인 로텐다홀에서 위를 올려다보면 이를 좀 더 확실하게 느낄 수 있다. 천장에 수백개의 황금빛 구리판들이 정중앙에 모이는 장엄한 모습을 로텐다홀에서 올려다보면 돔으로 만들기를 백번 잘했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아직은 조금 이른 감이 있지만 준공 50주년이 되는 2025년에 대비해 국회의사당에 대한 대대적인 리모델링를 계획해 볼 필요가 있다. 국회의사당 내부는 그간 부분적인 수리만을 해왔다. 그만큼 많이 낡았다는 얘기다. 국회의사당은 대한민국의 상징 건축물이다. 국회의사당의 내외부가 세계 10위권에 육박하는 대한민국의 국력과 국격에 걸맞아야 한다.

이런 점에서 독일 베를린에 있는 독일 연방의회 건물을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2009년 여름에 방문한 독일 연방의회 건물은 내게 신선한 충격을 안겨 주었다. 독일 연방의회 건물도 우리 의사당과 비슷하게 돔 형식으로 되어 있다.

그런데 돔이 투명한 유리였다. 일반 관람객들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의회건물 옥상으로 올라가 나선형 테라스를 따라 유리돔 위로 걸어가면서 베를린 시내 전체를 조망할 수 있었다. 또, 유리돔 아래를 보면 유리천장을 통해 본회의장에서 국회의원들이 회의하는 모습을 내려다볼 수 있는 구조다. 말 그대로 국민들이 국회의원들을 머리꼭대기에서 감시할 수 있는 의사당이었다. 아주 개방적이면서 민주주의의 원리에 꼭 들어맞는 혁신적인 아이디어였다.

이 건물은 당초 독일 제2제국의회 건물이었다. 1933년 나치과격분자에 의해 불에 타는 수난을 겪었고 정부청사로 쓰이기 위해 1972년경에 복구되었다.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독일이 수도를 다시 베를린으로 이전하면서 이 건물을 연방의회 건물로 사용하게 되었다. 1999년 영국의 건축가 노먼 포스터 경의 설계에 따라 벽만 남기고 건물을 모두 뜯어낸 후 현재의 모습으로 리모델링한 것이다.

독일연방의회 건물은 그 자체가 거대한 관광 명소이다. 이 의사당이 문을 연 이후 수천만명의 방문객이 다녀갔다. 독일은 엄격하고 딱딱한 공공건물을 멋진 세계적 관광명소로 바꾸었다. 전통적 건축양식을 지키면서도 가장 현대적인 건축디자인을 구현했다. 멋진 디자인 속에 민주주의와 국민주권 원리와 투명성의 가치를 녹여냈다. 최고 수준의 혁신적 건축물을 만들기 위해 세계적인 명성을 지닌 외국인 건축가의 힘을 빌리는 것도 주저하지 않았다.

국회에 대한 국민적 불신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더 활력있고 자랑스런 민주주의를 위하여 국회의사당을 더 개방적이고 더 상징적인 장소로 만들 수 있도록 고민해야 한다. 지금 국회의사당의 기본 형태를 살리면서도 혁신적이고 현대적이며 민주주의의 가치를 응축시킨, 그래서 더 많은 국민이 찾고, 나아가 세계적인 관광명소가 될 수 있는 국회의사당으로의 변신을 꿈꿔 봐야 한다.

저작권자 © 법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