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방변호사회‧전국지방변호사회장협의회 회장 조용한 변호사

부산지방변호사회는 지금 유례없이 바쁘다. 소속 회원수가 서울회, 경기중앙회 다음으로 많아 기본 회무가 바쁜 데다 상고법원 설치반대, 변리사시험 폐지 등 법조 현안에 대한 성명발표, 고리 1호기 가동중지가처분 신청, 불법 보따리 사무장 고발까지 조용한 회장이 추진하고 있는 사업이 한두개가 아닌 탓이리라. 그런 그의 노력을 회원들이 인정해준 덕분일까. 조 회장은 지난 2월 첫 연임 부산회 회장으로 당선됐다(회장 임기가 1년이었던 1980년대 초까지는 연임회장도 종종 있었으나, 2년 임기제로 전환된 후로는 처음이다). 게다가 올해 4월에는 그간 공석이던 전국지방변호사회장협의회 회장에까지 선출돼 전국 14개 지방회의 대표자격까지 얻게 됐다. 그런 그를 만나 부산회 회장으로서, 또 전국지방변호사회장협의회 회장으로서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들어보았다.

“우선 부산회 회장으로 제가 가장 중점적으로 추진하고자 하는 부분은 회무 시스템의 개혁입니다. 사무국에서 준비하는 연례 행사에 치중하는 형태로는 복잡하고 다양한 현재의 회무를 제대로 수행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부산의 경우 부회장들이 인권위원장과 법제위원장을 겸임하도록 하는 등 위원회 활성화와 전문화에 노력하고 있습니다. 또한 청년변호사들이 변호사로서, 회원으로서 연착륙할 수 있도록 위원회 가입이나 회무참여를 적극 독려하고 있고, 동호회, 전문분야연구회를 제도화하여 지원하고 있는데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또 전국지방변호사회장협의회 회장으로서 가장 중요한 업무는 변협과 지방회 간의 의견 조율이겠지요. 사실 협회장 직선제 시행 후 변협과 지방회 간에 의견 차이는 현저하게 줄었다고 봅니다. 이는 직선제 시행 후 전국지방변호사회장협의회가 새로 발족되고 정기 모임을 통해 중요사안에 대해 상호 의견을 교환하고 조율했기 때문입니다. 대한변협과 지방회는 독립된 단체이기는 하지만 현재 엄중한 현실을 고려하면 중요한 볍조현안에 대해서 지방회마다 개별 목소리를 내기보다 대한변협이 주도하고 지방회는 협조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14개 지방회간 의견을 조율하는 문제는 생각만큼 간만한 게 아니다. 지방회마다 이해관계가 다르고 지역색, 집결력 등 모든 면에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얼마 전에는 상고법원 설치 문제를 두고 지방회간, 또 변협과 지방회간 이견이 표출되기도 했다. 여기에 대한 조 회장의 생각은 어떨까.

“상고법원은 오로지 대법원을 위한, 대법원에 의한 대법원의 제도입니다. (사실심강화를 전제로) 상고심 개혁 방안 중 대법관증원, 고등법원상고부, 상고허가제가 선택의 문제라면, 상고법원은 선택의 범위를 넘어선 것입니다. 대법원의 입장에서는 대법관증원이나 고등법원상고부는 도저히 수용할 수 없고, 상고허가제는 통과되지 않을 것 같고 하니 이리저리 궁리하다가 해괴하기 짝이 없는 상고법원 안을 만들어 낸 것입니다. 부산회는 2006년부터 고등법원 상고부안을 적극 주장했고 국회에서 거의 성사단계까지 갔지만 느닷없이 서울고등법원 단일상고부안이 대안으로 등장하면서 무산된 적이 있습니다. 당시 ‘시골판사’ 운운의 발언까지 등장하여 전국적인 반발을 사기도 했지요. 상고심 부실에 지칠 대로 지친 일부 변호사들은 대법원에서 굳이 상고법원을 하겠다고 하니 하지 않는 것보다는 낮지 않겠느냐는 취지로 찬성하기도 하고, 일부는 직간접적인 이해관계 때문에 지지하기도 하지만 국가와 국민을 위하는 입장이라면 절대 받아들여서는 안 됩니다. 공식적으로는 대한변협의 대법관 증원안을 지지하면서 대안으로 고등법원 상고부안을 주장한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렇다면 법조계 또다른 뜨거운 감자, 사법시험 존치에 대한 조 회장의 의견은 어떠할까.

“로스쿨이 도입된지 7년이 넘었는데, 당초 도입취지를 살리지 못한다는 비판이 많습니다. 근본적인 이유는 로스쿨도입과 함께 정비했어야 할 각종 제도에 대한 충분한 검토 없이 국회의장 직권상정으로 로스쿨법만 전격적으로 통과됐기 때문이지요. 법조계에 대한 국민감정이 매우 부정적일 때라 법조계의 합리적인 주장조차도 백안시되던 시대였습니다. 그 후유증으로 사시존치 논란을 비롯해 법조전반에 많은 혼란이 발생했습니다. 그러나 현재 진행 중인 각종 법조 현안은 법조의 문제만이 아니라 미래 대한민국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칠 문제라고 봅니다. 다행인 것은 최근 로스쿨, 사시존치, 상고법원 등의 문제가 여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는 것입니다. 법조계에 30년 몸담았지만 지금처럼 법조계 전반에 대한 국민과 언론의 관심이 높은 적이 없었습니다. 저는 지금이야 말로 로스쿨 도입당시 해결하지 못했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로스쿨로 변호사 양성 방식을 단일화하되, 사시존치 공방을 통해 얻은 국민의 관심을 로스쿨 개혁문제뿐만 아니라 로스쿨도입 당시 해결하지 못했던 문제들 즉, 유사직역통폐합, 직역확대, 법조인 활용방안 등의 문제 해결에 이용하자는 겁니다. 아예 이번 기회에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에 각계의 전문가로 구성된 상설위원회를 설치하고 상고심개혁, 법조인양성, 직역통폐합, 법조인활용방안, 법관임용 및 재임용 문제 등 사법현안을 상시 다룰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하는 것도 좋겠지요.

로스쿨을 통해 변호사가 된 분들도 사시존치론을 무조건 반대만 할 것이 아니라 로스쿨의 문제점을 받아들여 그 대안을 제시하고, 사시존치론을 주장하는 분들도 로스쿨의 개혁을 통해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하여 서로 상생하고 윈윈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저는 그와 같은 목적달성을 위해서 조건부 한시적으로나마 사시존치를 주장하는 것이 현명하고 법조계 전체에도 이익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로스쿨개혁과 관련해 제안하고 싶은 것은 로스쿨 4년제 및 이원제 입학(법대 및 비법대출신 분리입학제), 최소 30% 이상 중저소득층 의무할당제 및 전액국가장학금제, 변호사시험성적공개, 실무경력교수 50% 이상 및 실무전문화교육 강화 등입니다."

상고법원, 사시존치 같은 거대 담론에 대해 얘기를 나누다보니 지방회 회장으로서 조 회장의 활약상이 묻히는 느낌이다. 그는 지난 4월 부산 법조계 질서를 흐리는 보따리 사무장 2명을 고발조치 했다. 법조브로커가 법률시장 질서를 흐리는 건 주지의 사실이지만, 경쟁이 치열해진 법률시장에서 어찌보면 ‘필요 악’ 같은 존재라고 할 수도 있을 터, 고발조치를 단행한 이유가 궁금했다.

“변호사 수 증가로 인해 법조브로커 문제가 더 심해졌다는 말이 들립니다. 생계의 문제, 존립의 문제가 걸린 변호사들의 입장에서는 법조브로커의 유혹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어렵다고 하여 이 악습에 물들면 벗어나기도 쉽지 않고 법조인으로서 미래가 없습니다. 변호사 전체의 위상도 추락할 겁니다. 법조브로커 문제는 몇몇 지방회 차원에서 대응할 것이 아니라 대한변협과 지방회가 동시에 특별팀을 구성하여 지속적으로 대대적으로 단속하는 방법을 강구해야 할 겁니다. 지방회 차원에서는 청년변호사들에 대한 법조윤리교육을 강화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모든 열정을 쏟은 부산회 회장 생활. 그러나 그의 30년 법조인생 중 부산회 회장으로서의 시절은 4년에 불과하다. 회장으로서가 아닌 순수재야 변호사로서의 첫 출발은 어땠을까. 또 그가 생각하는 마지막 모습은 무엇일까.

“학비와 숙식비 일체가 제공되는 구미 금오공고에 진학했는데 사관학교와 같은 내무반 생활을 견디지 못하고 중도에 탈영(웃음)하여, 결국 검정고시를 치르고 서울대에 진학했습니다. 돌이켜 보면, 검정고시제도, 장학금제도, 사법시험제도, 변호사제도와 같이 국가 사회가 제공한 제도가 있었기에 지금까지 먹고 살 수 있었고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회장 퇴임 후에는 공익활동 등 비송무영역에 도전해 보고싶다는 생각은 있지만 현재로서 구체적인 계획은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청년변호사들에게 선배로서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는지 물었다.

“사실 청년변호사들에게 법조계 주변만을 보지 말고 용기를 내어 노동청, 세무서, 경찰서 앞으로 진출하라, 미래를 보라고 조언했었는데, 선배변호사들은 하지도 못했으면서 말로만 그렇게 조언하면서 미안한 마음이 많았습니다. 나 역시 먹고 사는데 필요한 이상의 돈을 벌려고 하지 않았지만, 이 말조차 지금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많은 청년변호사들에게는 미안할 뿐입니다. 그래도 변호사로서 진정으로 하고 싶은 법무공익활동 한 가지 정도는 꼭 해 주기 바랍니다. 제가 말하는 공익활동이란 스펙이나 돈벌이 수단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사형제폐지든, 동성결혼제도든, 집총거부든 환경운동이든 무엇이든 좋습니다. 변호사회의 각종 위원회에 가입하여 뜻 있는 분들과 함께 조직적으로 활동하면 더 좋을 것입니다. 진정성 있는 공익활동은 변호사의 사회적 의무이기도 하거니와 변호사로서 어렵고 힘들 때 자신을 지켜주는 버팀목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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