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 출신 변호사의 첫 판사 임용을 두고, 법조일원화의 일환으로 주목받던 경력법관제도가 각종 의혹과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처음 문제가 제기된 것은 임용예정인 판사 37명 가운데 27명이 재판연구원 출신이란 점이었다. 애초 다양한 경험을 쌓은 법조인을 선발하여 법원의 폐쇄적인 관료주의를 타파하고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목표와는 달리, 법원 순혈주의에 입각한 ‘제 식구 앉히기’식 인사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따로 있었다. 재판연구원이던 자가 경력법관에 지원하기 위해서는 2년의 임기를 마치고도 1년간의 경력이 더 필요한데 , 법관으로 내정된 자가 그 기간동안 로펌에서 일하면서 과거 자신이 소속된 재판부 심리 사건을 수임했다는 것이 드러난 것이다. 이것은 명백한 ‘변호사법 위반행위’라 할 수 있고, 법관 임용과정에 이런 점이 걸러지지 않았다면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또 선발 과정에서 ‘사상검증’에 가까운 면접조사가 시행됐다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대형로펌에서 재판연구원을 마친 변호사들을 대거 데려와 사전에 관리하는 소위 ‘후관예우’ 행태가 아예 추세로 자리잡을 수 있다는 데 있다. 그런데도 대법원은 지난 해 12월 미리 합격 사실을 통보하면서 임용 시까지 이를 숨기도록 하였고, 논란이 불거지고 있는 현 시점에 이르러서도 전체 지원자 대비 재판연구원의 비율 및 구체적인 심사 기준에 대하여 일체 공개하지 않고 있어, 선발과정에 대한 의혹과 불신을 증폭시키고 있다.

경력법관 제도는 다양한 법조 경력자들을 법관으로 임용하여 사법기관의 자의적 권력행사를 방지함으로써 법조일원화를 도모하고자 시행된 제도이다. 그런데 이번 경력법관 채용을 포함한 현 경력법관 제도가 유지되는 한 오히려 그 취지는 퇴색되고 경력법관에 대한 잡음과 사법부에 대한 불신이 계속될 것이 뻔하다. 대법원은 필히 경력법관 제도 취지에 맞게 하루 빨리 공정한 선발방식을 마련하고 그동안 지나치게 베일에 쌓여있던 경력법관 선발 기준과 절차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법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