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이나 TV등의 보도에 의하면, 지금 국회와 행정부 내에서 ‘국회의 행정부의 시행령 시정요구’를 둘러싸고, 논의가 분분하다. 헌법·행정법 교과서들이 잘 말하고 있듯이 ‘OO시행령’은 대통령령으로써, 거기에는 법률이 위임하고 있는 위임명령(委任命令)과 법률의 집행 내지 시행에 필요한 형식·절차 등을 정하는 집행명령(執行命令)이 있다. 전자가 논의의 대상이다. 그런데 이 ‘시행령’제정에는 주로 두 가지 문제가 내포되어 있었다.

첫째는 ‘국회에서 법률’에 담아 제정하면, 권한 내지 직무 사항에 관계되어 있는 여러 개의 부처의 협의가 이루어지기 어려워 꼼수로 법률에 규정하지 않고, ‘시행령’에 규정하는 파행 내지 편법을 취해온 경우가 많다. 이런 형상은 행정부의 경험 많은 관료들의 술수이지만, 놀랍게도 국회의원들이 잘 몰라, 지금도 행하여지고 있다고 본다.

둘째는 ‘시행령’에서의 규정 내용이 법률의 위임 한계를 벗어나는 등 모법의 위임 취지를 일탈(逸脫)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시행령’에서 규정하도록 해 놓고, 아예 시행령에서 규정조차 아니하는 제정 의무의 회피를 볼 수 있다.

전자의 형태가 발생시키는 문제는 여러 가지를 생각할 수 있으나, 특히 법률로 규정할 것을 ‘시행령’으로 규정하도록 하면, 실제적으로 법률을 왜곡시키고, 법제처가 ‘시행령’을 제정할 때, 힘 있는 부처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것이다. 이는 말할 것도 없이 ‘헌법적 가치 실현’을 도외시한 채, 행정 편의주의로 변질되고 마는 것이다.

교과서의 말대로 구체적, 세부적인 권리의무 사항을 대통령령·부령 등에 위임하는 것은 국가가 법률 제정 당시 변화 가능한 모든 사항을 예측할 수 없고, 경험 많은 행정부 쪽에서 구체적 타당성을 기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시행령’, ‘시행규칙’을 제정함에 있어서 헌법 가치에 입각하여 제정된 ‘법률’의 취지를 몰각(沒覺)해서는 절대 안 된다.

이런 경우 교과서의 일부 논리대로 한다면 ‘시행령’, ‘시행규칙’으로 정한 것을 국회가 다시 ‘법률’에 담는 개정을 하거나 법원에 ‘명령’의 위헌, 위법심사를 해야지 행정부에 위임해 놓고 다시 그 시정을 요구하는 것은 ‘행정의 고유 권한’침해 내지 권력 분립에 반한다는 주장을 하는 사람이 있다. 물론 이는 가능한 이야기이나, 시간이 많이 걸리는 우회적 수단이다. 이 주장에서 ‘행정의 고유 권한’을 운운하는 것이야말로 권력 분립에 반한다.

법률이 행정부에서 ‘시행령’으로 정하도록 한 것은 실질적으로 국회 입법의 연장이고, 국회가 당연히 사후 통제권을 갖는 것을 ‘권력 분립’에 반한다는 논리를 들고 나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지금껏 예산문제로 또 평등에 위반되는 선례를 남긴다는 이유로 ‘시행령’이 모법의 취지를 일탈하는 것을 수없이 보아왔다. 사실 국회는 법률을 제정할 때 법안을 제출한 관료들이 시행령 제정에서 모법의 취지가 충분히 반영되도록 규정하겠다는 말만 믿고 법률을 통과시키고서는 그 후는 ‘나 몰라라’하는 행태를 보여 왔다. 이번 기회에 국회가 ‘시행령’을 통해 법률의 취지를 훼손시키는 것을 통제하고 나서는 것은 만사지탄이 있으나 환영하는 바이다. 다만, 납득할 만한 객관적 사정 하에 제정된 ‘시행령’의 규정을 ‘정치적 동기’로 수정을 요구하는 것은 정책적·재량적으로 하라고 위임하여 놓고, 그 권한을 뺏는 형국이 되는 것이므로 삼가야 할 일이다.

그러나 여야 합의로 ‘모법의 취지’에 어긋나는 ‘시행령’의 수정을 요구하는 것은 ‘행정 입법’에 대한 국회의 실효적이고 신속한 사후 통제가 될 것이다. ‘행정 입법’에 대한 국회의 사후 통제권이 행정부의 사정을 이해하지 못한 타당성 없는 요구라면 국회를 설득 해야지, 대통령의 거부권만을 들고 나오는 것은 근본적으로 ‘민주정치운영’이 형식적 법치주의화 하는 것이라고 보고 싶다. 법률의 일반이론의 견지에서 보더라도 위임자는 수임자가 위임의 본뜻에 반하는 위임을 철회하거나 수정을 요구할 수 있다.

이번 문제는 ‘세월호 사건’ 뒤처리를 계기로 발생한 것이고, 그 특정사건에 한하는 한 ‘정치’와 ‘행정’이 대립하고 있는바 모두 일리가 있다. 하지만 국회의 시행령의 일반적 수정의 요구는 국회 입법권의 일 파생이요, 태양(態樣)으로서 위헌으로 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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