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15. 1. 29. 선고 2014다73053 판결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이 정하는 ‘운행’을 ‘자동차를 당해 장치의 용법에 따라 사용’하는 것이라고 해석한 해당 판결은 운행의 개념을 보다 확장하여 피해자를 보호하겠다는 현행법 취지를 몰각한 것… 구법 개념인 ‘당해 장치’의 거론 없이 ‘자동차를 운송용구로서 사용 관리’하는 경우라면 ‘운행’이라고 보아야 한다.

1. 사실관계

망인의 형인 소외인은 2013. 4. 9. 피고 보험회사와 사이에, 피보험자 망인, 수익자 법정상속인, 교통상해사망의 경우 보장금액 2000만원인 교통사고만의 담보특약부 상해보험계약에 해당하는 보험계약을 체결하였는데, 그 보험약관에서 보험금 지급사유로 ‘운행 중인 자동차에 운전을 하고 있지 않는 상태로 탑승 중이거나 운행 중인 기타 교통수단에 탑승하고 있을 때에 급격하고도 우연한 외래의 사고( 탑승 중 교통사고 )로 인한 상해의 직접결과로써 사망한 경우’를 규정하고 있었다. 망인은 2013. 6. 8. OO아파트 10층 높이의 고소작업차 작업대에서 OO아파트 외벽도장공사를 하던 중 고소작업차의 와이어가 끊어지면서 추락하여 사망하였는바, 이 사건 사고 당시 이 사건 고소작업차는 전후좌우 바퀴 부위 양 옆으로 4개의 고정지지대로 떠받쳐진 채 바퀴 4개가 모두 지면에서 떨어져 공중에 떠 있는 상태였고, 그 상태로 크레인 붐대가 OO아파트 10층 높이에 뻗어 있었는데, 망인이 위 크레인 붐대 끝에 와이어로 연결된 작업대를 타고 외벽도장작업을 하다 와이어가 끊어지면서 지면으로 추락함으로써 이 건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망인의 어머니로서 위 보험계약상 보험수익자인 원고는 피고 보험회사를 상대로 보험금지급을 구하는 보험금지급청구소송을 제기하였는데, 원심은 이 사건 사고 당시 이 사건 고소작업차가 고정지지대로 떠받쳐진 채 바퀴 4개가 모두 지면에서 떨어져 공중에 떠 있는 상태였고, 망인이 OO아파트 10층 높이에 뻗어 있는 위 고소작업차의 붐대 끝에 와이어로 연결된 작업대를 타고 외벽도장작업을 하던 중 와이어가 끊어지면서 추락하여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한 것이라는 점을 들어, 이 사건 고소작업차가 자동차의 운송수단으로서의 본질이나 위험과는 무관하게 사용되던 중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였다는 이유로, 이 사건 사고를 이 사건 보험약관에서 정한 자동차의 운행 중 발생한 교통사고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보험금청구를 배척하였다.

이 사안은 고소작업차에 부착되어 있는 크레인 붐대와 작업대를 사용하여 아파트 고층에서 외벽도장작업을 하던 중 추락한 사고를 이 사건 보험약관에서 정한 자동차 운행 중의 교통사고에 해당한다고 할 것인지 여부, 더 나아가 이 사건 사고의 경우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상의 ‘운행’의 개념에 해당하는 ‘자동차를 그 용법에 따라 사용하거나 관리’하다 야기된 사고라고 할 수 있는지 여부가 주요한 쟁점이 된 것이다.

2.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교통사고만의 담보특약부 상해보험계약에 적용되는 약관상 ‘운행’이라 함은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제2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바와 같이 자동차를 당해 장치의 용법에 따라 사용하고 있는 것을 말하고, 여기서 ‘당해장치’라 함은 자동차에 계속적으로 고정되어 있는 장치로서 자동차의 구조상 설비되어 있는 자동차의 고유의 장치를 뜻하는 것인데, 위와 같은 각종 장치의 전부 또는 일부를 각각의 사용 목적에 따라 사용하는 경우에는 운행 중에 있다고 할 것이나, 자동차에 타고 있다가 사망하였다 하더라도 그 사고가 자동차의 운송수단으로서의 본질이나 위험과는 전혀 무관하게 사용되었을 경우까지 자동차의 운행 중의 사고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 대법원의 판례이다(대법원 2000. 9. 8. 선고 2000다89 판결)”라며 “본 건 사실관계를 앞서 본 대법원의 판례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사고는 이 사건 고소작업차의 당해 장치를 그 용법에 따라 사용하던 중에 발생한 사고로서 이 사건 보험약관에서 정한 자동차의 운행 중의 교통사고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고, 따라서 원심은 이 사건 사고를 자동차의 운행 중의 교통사고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으니 소액사건심판법 제3조 제2호에서 정한 ‘대법원의 판례에 상반되는 판단’을 한 위법이 있다”고 하면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였다.

3. 평석

이 사건 보험계약 체결당시 보험자와 보험계약자가 예정하고 있는 보험사고는 운행 중인 자동차에 탑승 중 급격하고도 우연한 외래의 사고로 인해 피보험자가 사망하는 것이고, 여기서의 운행이라는 개념은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제2조 제2호에서 규정하고 있는 바와 같이 ‘사람 또는 물건의 운송 여부에 관계없이 자동차를 그 용법에 따라 사용 또는 관리하는 것’을 말한다. 현행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에서는 운행의 개념을 ‘자동차를 그 용법에 따라 사용 또는 관리하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으므로 ‘그 용법’에 대한 정확한 이해는 운행의 개념을 명확히 하는 선결문제라고 할 것이다. 1999. 7. 1. 이전의 구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에서는 운행을 ‘자동차를 당해 장치의 용법에 따라 사용하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었는데 현행법에서는 ‘당해 장치의 용법’ 대신에 ‘그 용법’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사용하고 있는바, 현행법상의 ‘그 용법’은 그 해석에 있어 과거의 ‘당해 장치의 용법’보다 확장된 개념으로 이해되고 있다. 대법원의 주류적 입장은 자동차의 용도에 따라 그 구조상 설비되어 있는 각종의 장치를 사용하는 것은 자동차를 그 용법에 따라 사용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입장인데, 이는 ‘당해 장치의 용법’이라는 개념을 사용하였던 구법의 적용시기에 ‘당해 장치’를 고정된 고유장치로 보았던 입장의 연장이라고 할 것이고, 운행의 개념을 보다 확장함으로써 피해자를 보호하겠다는 입법취지에 부합하지 못한다 할 것이다.

‘그 용법’의 의미를 사용 또는 관리되는 수단으로서의 용법에 주목하여 자동차를 운송용구로서의 용도에 따른 이용방법으로 이해하고, 자동차를 운송용구로서 사용 또는 관리하는 경우라면 ‘운행’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따라서 자동차가 운송용구로서의 용도가 주어지기 전이거나 그 용도가 폐지되는 경우가 아니라면 그 자동차의 사용 또는 관리는 ‘그 용법에 따라 사용 또는 관리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한편 운송용구로서의 자동차는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상의 의무보험에 피보험자동차로 반드시 가입되어야 할 것이고, 의무보험에 가입하지 않고는 도로에서 운행할 수 없는 것인바, 운송용구로서의 용도를 갖는 자동차는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상의 의무보험 가입대상인 자동차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위 법상의 의무보험 가입대상인 자동차를 사용 또는 관리하는 것은 ‘그 용법에 따라 사용 또는 관리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므로 위 법상의 의무보험 가입대상 자동차를 사용 또는 관리하던 중에 발생한 사고는 운행으로 인한 사고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이 운행의 개념을 파악한다면 위 법상의 의무보험 가입대상 자동차로 인하여 사상을 입게 된 피해자는 그 자동차의 사용 목적이나 형태, 관리의 태양에 영향을 받지 않고 그 운행자에게 위 법상의 운행자책임을 물을 수 있게 되므로 피해자보호에 보다 가치를 두고 있는 위 법의 입법취지에 보다 부합하고 추상적인 운행의 개념을 명확히 구체화 할 수 있다고 본다.

대상판결의 경우 ‘당해 장치의 용법’이라는 개념을 사용하였던 구법의 적용시기에 ‘당해 장치’를 고정된 고유장치로 보았던 대법원판례를 제시하며 이 사건 사고가 고소작업차의 당해 장치를 그 용법에 따라 사용하던 중에 발생한 사고이므로 이 사건 보험약관에서 정한 자동차 운행 중의 교통사고에 해당한다고 판시하였는데, 그 결론은 옳다고 할 것이지만 결론에 도달한 경위가 잘못되었다고 할 것이다.

즉 구법의 개념인 ‘당해 장치’를 거론하며 이 건 사고를 ‘당해 장치를 그 용법에 따라 사용’하던 중의 사고이므로 운행 중의 사고라고 판단한 것은 현행법의 입법취지를 몰각한 판단으로서 재고되어야 한다고 본다. 사고차량이 위 법상의 의무보험 가입대상인 자동차였고, 이 건 사고가 그 자동차의 사용 중에 발생한 사고라는 점을 들어, 이 건 사고가 사고차량의 운행 중에 발생한 사고라고 판단하였다면 현행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상의 입법취지에 부합하고, 구법의 개념인 ‘당해 장치’를 거론함이 없이도 합목적적인 결과를 도출할 수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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