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국내정치에 “희망‘스크럼’”이라는 럭비용어를 사용하는 것을 보니 럭비라는 스포츠가 정치인들까지 인용할 정도로 국민 사이에 낯선 종목은 아니라는 생각도 해 보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아메리칸 풋볼(미식축구)’과 럭비를 헷갈려 할 정도로 럭비는 낯선 스포츠인 것이 사실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럭비라는 경기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경우가 많으며, ‘선수들이 우르르 타원형처럼 생긴 공을 쫓아 몰려 가다가 축구 골대보다 긴 폴 대 밑에 찍는 경기’ ‘태클이 심해서 위험한 경기’ ‘옆으로만 공을 패스하는 경기(이 룰을 말할 정도면 상당한 수준급 관객입니다)’ 등으로만 알고 있는 것이 우리 럭비 스포츠의 현실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데 일제강점기로부터 해방된 1940년대 후반 전국체전의 종목을 정할 때 당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 5개를 선정하였는데 그 중에 럭비 종목이 들어가 있었을 정도로 인기 스포츠 중 하나였습니다(나머지는 축구, 농구, 배구, 야구입니다).

사학 명문 두 대학교의 정기전, 3군 사관학교 체육대회에서도 경기종목에는 럭비가 포함되어 있을 정도였고, 1970년대만 해도 서울소재 고등학교 럭비팀이 10여곳이 있었다고 합니다.

공교롭게도 최초 전국체전 5개 종목 가운데 나머지 종목은 모두 프로화되었으나 럭비만 최근 일부 대기업의 실업구단 마저도 팀을 해체한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들리는 등 60여년 전의 인기에 비하여 퇴보한 현실입니다.

축구월드컵이 열리는 매 4년마다 우리나라 전체가 축구열기로 떠들썩해지듯이 럭비 역시 4년마다 ‘럭비월드컵’이 개최되며 유럽 전역 및 남반구, 태평양제도를 비롯한 남미 아르헨티나와 우루과이 등 전세계에서 티비 등 매체를 통한 시청관중 수가 축구월드컵을 능가한다고 알려져 있으며 2019년 아시아에서는 최초로 일본에서 럭비월드컵이 개최되는데 벌써부터 티켓 구하기가 무척 어렵다고 할 정도로 지구촌 곳곳에서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습니다. 영국이나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는 빈부에 따라 럭비는 부자의 스포츠이고 축구는 빈자의 스포츠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로 서구사회에서는 전통적으로 사회지도층에서부터 럭비의 높은 선호도를 알 수 있습니다.

원래 아시아인 중에서도 비교적 골격이 크고 뼈가 굵은 특징을 가지고 있는 한민족의 신체특성상 럭비에 상대적으로 유리한 체형을 가진 우리나라 선수들은 일제강점기 전일본고교럭비선수권대회에서 당시 경성사범부설고등학교(3연속), 배재학당(1회)이 우승을 한 바 있을 정도로 뛰어난 실력을 발휘하였습니다.

또 1990년 일본이 외국인선수를 용병(럭비는 부모, 조부모 중 1명만 해당국가 출신이면 국가대표의 자격이 있으며, 그렇지 않더라도 해당국가에서 3년간 선수생활을 하면 국가대표의 자격이 부여되어 국가대표 선택의 자유가 비교적 폭넓은 편이라고 합니다)으로 고용하기 전까지는 항상 아시아에서도 1위 자리를 놓치지 않는 럭비 강국이었습니다.

또한 럭비는 모든 경기규칙이 선수의 안전을 보호하도록 규정되어 있으며(예를 들어 태클은 허리 아래로만 할 수 있습니다), 전력이 강한 팀이 승리할 확률이 높도록 규칙이 설계되어 있어 땀 흘린 만큼 성적을 얻을 수 있는 객관적이고 공정한 스포츠입니다.

15명의 선수가 경기시간(고등부 30분 일반부 40분) 내내 일체가 되어 움직임으로써 박진감이 넘쳐 공격수와 수비수가 나누어진 축구나 공수교대로 정적인 흐름이 더 많은 야구보다 점수가 자주 나와 경기 내내 긴장감이 넘치는 재미있는 스포츠로 많은 사람들이 대중매체 등으로부터 경기를 접하지 못하는 현실이 조금 안타깝기까지 합니다.

최근 대한럭비협회는 럭비에 대한 애정이 가득한 세방그룹 이상웅 회장님이 취임하면서 부회장 이하 이사 및 위원장 직책을 공모로 선발하여 임원진부터 럭비에 대한 열의를 갖춘 분들로 구성하고, 경기운영위원회를 공정하고 사심없는 경기인 및 비경기인으로 새로 발족하는 등 개혁작업에 착수하여 곧 제2의 럭비중흥기가 도래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공교롭게도 최근 끝난 아시아럭비대회에서 용병을 다수 고용한 일본에 이어 홍콩을 제치고 2위의 성적을 거두어 향후 아시아럭비 재패의 희망에 부풀어 있습니다.

실업팀 3팀에 상무팀이 전부인 열악한 현황에서도 우수한 우리 럭비선수들 다수가 일본프로리그에서 활약하는 등 사명감을 가지고 오늘도 열심히 땀을 흘리고 있습니다. 비록 현재는 비인기종목이지만, 다행히 7인제 럭비대회가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채택되는 등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가지고 유능한 선수인프라가 충분한 우리 럭비에 조금만 더 관심과 성원을 보여주면 다른 프로스포츠 못지 않게 인기를 누릴 것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제2의 럭비중흥기를 이루려는 대한럭비협회의 노력에 발맞추어 더 많은 분들이 럭비를 관전해 주어 대한민국 럭비가 발전할 수 있는 밑바탕이 될 수 있도록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대한민국 럭비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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