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의 법정드라마에 자주 등장하는 변호사는 주로 대형로펌의 변호사들이 단골 주인공이다. 변호사의 중심이 로펌으로 옮겨간 세태를 반영한다.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SBS ‘풍문으로 들었소’에는 김앤장을 닮은 듯한 한국 최고의 로펌인 한송이 나온다. 한국에서 의료드라마와 달리 법정드라마는 별로 히트를 치지 못하고 있다. 미국의 ‘굿 와이프’와 같은 본격적인 법정드라마가 없어서 그럴 것이다. 법조인 출신의 대박 방송작가를 기대해 본다.

그런데 한국 최초의 법정드라마는 무엇일까? 1980년 MBC에서 방송된 ‘홍 변호사’이다. 아마 젊은 변호사들은 거의 모를 것이다. 인권을 중시하는 홍 변호사(박근형)가 매회 하나의 사건을 맡아 영웅적인 활약을 펼친 끝에 승소를 이끌어내는 시추에이션 드라마였다. 홍 변호사의 비서로 나왔던 고두심씨가 1994년 방송된 SBS ‘박봉숙 변호사’의 주인공이 되었으니 배역이지만 큰 출세다.

홍 변호사를 소개하는 뜻은 최초의 본격적인 법정드라마라는 이유도 있으나 그 드라마 제작에 대한변협이 깊숙하게 관여하였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작품의 작가인 윤대성씨의 친구인 최영도 변호사(고시 13회)만 드라마제작에 참여하였다. 그런데 스스로 힘이 부쳐서 대한변협에 요청을 하여 이범렬, 홍성우, 황인철, 박승서 변호사와 같은 스타급 변호사들이 소재의 발굴, 드라마에 나오는 검사의 논고, 변호사의 변론, 판사의 판결을 작성하는데 깊숙이 관여하였다. 첫 방송분 무죄선고, 두 번째도 무죄가 선고되자 검찰에서 방송국에 항의를 하였고, 어쩔 수 없이 3회에는 홍 변호사가 피고인에게 속아 사건을 수임하였다가 유죄선고를 받아 패소하였다니 정말 옛날스럽다.

제목이 ‘홍 변호사’인 것도 나름대로 깊은 뜻이 있다. 1906년 대한제국 최초이자 제1호 변호사인 홍재기 변호사의 성을 딴 것이다. 이 드라마는 막강 변호사들이 자문을 하였지만 6개월만에 종영을 하였다. 그 당시 전두환 정부에서 변호사 드라마는 좋지만 법정은 TV에서 나와서는 안 된다고 하여 어쩔 수 없이 프로그램을 접었다는 것이다. 이 역시 예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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