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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의 法情]주례사
남광 변호사  |  namgwang@namgwangla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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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6호] 승인 2015.06.08  10:3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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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일찍 돌아가신 이윤기는 내가 흠모하는 작가였다. 그분이 쓴 모든 글들이 좋았다. 그의 글을 열심히 챙겨 읽던 중 차 변호사를 언급한 대목이 눈에 확 들어왔다. 차 변호사는 절친한 대학동기였기 때문이다.

이윤기가 쓴 내용은 다음과 같다. “나는 신문이나 잡지에다 기행문을 자주 쓴다. 하지만 쓰면서도 늘 절망한다. 안팎의 풍경을 아우르는 문장을 찾아내는 데 자주 실패하기 때문이다. 그런 나에게 얼마 전에 읽은 여행기 한권은 얼마나 좋은 약이 되는지. 차병직 변호사라는 분이 쓴 ‘시간이 멈춘 곳, 풍경의 끝에서’라는 책이다. 나와는 일면식도 없다는 것을 먼저 밝힌다.

그는 한밤중에 그 도시에 하나 남은 마지막 호텔로 자동차를 몬다. 그런데 그가 그 호텔 앞에 당도하는 순간 호텔 간판의 불이 꺼져버린다. 그의 경험에 따르면 불이 꺼진다는 것은 손님이 마지막으로 하나 남은 방을 차지해버렸다는 뜻이다. 그는 이제 자동차 안에서 밤을 새우지 않으면 안 된다. 그 망연자실의 순간을 그는 이렇게 그리고 있다. ‘호텔 바로 뒤 언덕으로 올라가 담배를 한대 피워 물며 꺼진 불빛을 대신할 별빛 하나를 보탰다.’

키르기스스탄의 평원을 바라보는 일을 두고 그 아닌 누가 다음과 같이 쓸 수 있겠는가? ‘미동도 하지 않고 바라보기에는 수평선 아니면 지평선이 제격 아니겠는가.’

여행하다 보면 지루한 순간도 있는 법이다. 그는 그렇게 지루한 순간을 자신의 경험에다 슬며시 견주고는 빠진다. ‘서서 듣는 친구 결혼식 주례사….’”

내 기준이지만 세상에서 글을 제일 잘 쓴다고 생각하는 이윤기가 강호의 고수라고 칭찬한 차 변호사는 지루한 순간을 ‘서서 듣는 친구 결혼식 주례사’라고 절묘하게 표현해냈다.

7, 8년 전에 아끼는 후배의 주례를 한번 선 적이 있다. 처음 서 보는 주례라 그리고 앞으로는 주례 설 일이 없을 것 같아 열심히 주례사 원고를 준비했다. 그리고 낭독 연습까지 마쳤다.

결혼식 당일, 고개를 숙이고 그 원고를 읽어 나갔다. 하객들의 지루함이 느껴졌다. 언제 이 원고가 끝나게 되는 것인지 나 스스로도 초조해졌다. 다리가 저려 오는지 신랑은 어색한 미소를 내게 보내기도 하였다. 참담한 경험이었다.

그 이후로 다시는 주례를 서지 않기로 하였다. 부탁하는 사람도 없어서 그 결심은 저절로 지켜져 왔다.

오랫동안 알아 왔던 훌륭한 젊은이가 있다. 내게 청첩장을 보내면서 주례를 서 달라고 하였다. 지난번에 낮술 마실 때 내가 분명히 약속하였다고 하였다. 난 정말 기억나지 않지만 술김에 한 약속도 약속이기에 그렇게 하겠다고 맥없이 항복하였다.

그리고 지금 걱정을 하고 있다. 무슨 말을 할까하고 고민되는 것이 아니다. 내 나이에 이르면 본인은 막상 전혀 실천하지 못하면서 남에게 훈계하고 싶은 말은 차고 넘치는 법이다.

큰 아이는 “아버지, 제발 자연과학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마세요. 김성근 감독에 대한 이야기도 하지 말고요”라고 못을 박았다. 요즘 자연과학 책에 꽂혀 있고, 김성근 야구감독에게 열광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말끝마다 그 이야기를 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아무리 그렇다고 하더라도 내가 주례사를 하면서 그런 이야기를 할 리가 있겠는가. 큰 아이는 걱정을 해주고 있는 것이 아니다. 이 기회를 틈타 자기가 지겨워하고 있다는 점을 알려 주고 싶은 것이다.

과거 주례의 경험으로 배운 바가 있다. 첫째, 원고를 준비해서 그대로 읽는 일이 없어야 한다. 연설은 청중과 눈을 마주치면서 이야기를 하는 행위다. 이야기는 살아 있어야 한다. 원고를 낭독하는 것은 이야기를 죽이는 짓이다. 둘째, 주례사는 신랑, 신부의 미래에 대한 축복이 주제지만 신랑, 신부가 아니라 하객 모두에게 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따라서 하객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어야 한다. 셋째, 절대 길지 말아야 한다. 생각보다 더 짧아야 한다.

지루했던 순간에 대한 차 변호사의 위 비유가 절묘했던 이유는 누구나 같은 경험을 해 봤기 때문이다.

비단 주례사뿐만 아니라 대통령의 신년연설부터 교장선생님의 졸업식 축사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의 연설은 대체로 지루하다. 연설 원고를 조목조목 따져 읽어 보면 다 맞는 말이고 훌륭한 문장인데 재미가 없는 것이다. 연설은 글과 달리 무엇보다 재미있어야 한다. 글은 읽고 싶은 사람만 읽는 것이고 쉬어 가면서 읽을 수도 있는 것이지만 연설은 그날 그 자리에 참석한 사람들이 꼼짝없이 의무적으로 들어야 하는 것이기에 더욱 그렇다.

이번에는 재미있는 주례사를 하고 싶은데 한편으로 생각하면 언제 골프스윙의 원리를 몰라서 수십년 동안 같은 헛짓을 되풀이 하고 있는 것인가 하는 생각도 든다. “바보야, 문제는 실천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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