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로스쿨의 문제점들이 드러남에 따라 사법시험이 존치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한변협은 대한법학교수회와 공동으로 ‘공정사회와 사법시험 존치’를 주제로 3회에 걸쳐 연속심포지엄을 개최하였다. 5월 22일에는 국민대학교에서 독일의 법조인 양성제도와 공정사회, 우리나라의 대안은 무엇인지 등에 관해, 5월 29일에는 홍익대학교에서 일본의 법조인 양성제도와 공정사회, 우리나라의 대안은 무엇인지 등에 관해, 6월 5일에는 숙명여대에서 프랑스의 법조인 양성제도와 공정사회, 우리나라의 대안은 무엇인지 등에 관해 논의되었다. 우리나라 법학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독일, 일본, 프랑스의 법조인 양성제도에 관해 논의함으로써 우리나라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 즉 보다 나은 법조인 양성제도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로스쿨 제도의 문제점을 일일이 다 지적할 능력이 되지도 않거니와 지면도 부족하여 내가 생각하는 가장 큰 문제점에 대해서만 언급하겠다. 우리나라 로스쿨 제도의 가장 큰 문제점은 로스쿨을 졸업하지 않고서는 변호사 자격을 취득할 수 없고, 나아가 판사, 검사가 될 수 없다는 점에 있다.

사법시험 존치에 반대하는 자들은 장학제도가 충분히 마련되어 있어 저소득층이라 하더라도 로스쿨에 진학하여 변호사 자격을 취득하는데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장학금의 혜택이라는 것이 제한적이고, 특별전형의 대상이 되지 못하는 대다수의 평범한 가정의 학생들에게는 연 2000만원에 육박하는 학비는 여전히 부담스럽다. 나아가 특정한 대학원, 즉 로스쿨을 졸업하지 않으면 변호사 자격을 취득할 수 없도록 한 현 제도는 위헌적이다. 일본의 경우 이러한 이유로 예비시험 제도를 마련하여 로스쿨에 진학하지 않고, 변호사 자격을 취득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두고 있다.

사법시험을 존치시키자는 주장에 대해 예비시험을 두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그러나 나는 아래와 같은 이유로 예비시험보다는 사법시험을 존치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 예비시험 제도가 마련된 것이 아니고, 이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도 이루어지지 않아 예비시험의 정의, 시행 방법 등이 명확하게 정해지지는 않았지만, 변호사 시험 응시자격을 얻기 위해 통과해야 하는 시험 정도로 정의하고, 일본의 예를 참고하여 말씀드리도록 하겠다.

첫째, 우리나라의 경우 일본과는 달리 변호사시험 합격 후 사법연수원에서 실무 교육을 받지 않아 로스쿨에 진학하는 경우 부족하나마 실무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되나, 예비시험을 통과하여 변호사 시험에 합격한 사람들의 경우 실무교육을 받을 기회가 전혀 없게 된다는 문제점이 있다.

둘째, 예비시험 제도의 도입은 오히려 로스쿨 제도의 정착을 저해할 위험성이 있다. 예비시험에 합격하면 바로 변호사 시험에 응시할 수 있어 우수한 학생들이 로스쿨에 진학하지 않고, 예비시험을 통과하고 변호사 시험에 응시하는 방법을 택해 변호사가 되는 기간을 단축하려고 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본에서도 예비시험이 이런 방식으로 이용되는데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

셋째, 예비시험은 또 하나의 장벽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일본의 경우 예비시험의 공부 범위가 오히려 본 시험보다 넓다고 볼 수도 있고, 로스쿨 진학을 유도하기 위하여 예비시험의 난이도를 지나치게 높게 하는 등으로 하여 예비시험이 경제적 약자를 위한 배려가 아니라 새로운 장애물로 작용할 위험성이 있을 수 있다.

넷째, 사법시험과 로스쿨의 선의의 경쟁을 통해 보다 나은 법조인 양성을 할 수 있다. 로스쿨의 도입 취지 중 하나가 다양성 보장인 점을 고려하면 굳이 법조인 양성 과정을 로스쿨로 일원화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다섯째, 아직 로스쿨이 제대로 된 실무교육을 하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다. 그동안 이론 법학 교육만 담당하여 왔던 대학에서 로스쿨 제도가 도입되면서 사법연수원이 담당하던 실무교육까지 하게 되었는데, 아직 각 로스쿨에서의 실무교육이라는 것이 사법연수원의 교재나 교과과정을 흉내 내는 것에 불과하여 제대로 된 실무교육이 이루어진다고 볼 수 없다.

여섯째, 사법시험을 존치시키면 지금과 같이 하면 되지만, 예비시험을 도입하기 위해서는 예비시험의 응시자격, 시험 과목, 시행방법 등에 대해 새로운 논의를 하여야 하고, 그에 따라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들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최근 한 메이저 일간지의 설문조사결과를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대다수의 국민이 사법시험 존치를 열망하고 있는데 무슨 이유로 이를 불가하다고 하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사법시험 존치를 원하는 비율이 75%에 육박한다고 하는데, 국민적 합의에 의해 사법시험을 폐지하기로 하였다는 사법시험 존치 반대론자들의 주장에서의 그 국민은 도대체 어느 나라 국민을 말하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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