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24일로 우리 정부가 5·24 조치를 발표한지 만 5년이 지났다. 5·24 조치가 발표된 이후 남북관계는 전혀 진전이 없어 조국의 통일을 바라는 국민의 입장에서 참으로 안타까울 따름이다.

당시 이명박 정부는 천안함 사건에 대한 대응으로 북한에 사과와 재발방지대책을 촉구하기 위하여 남북교류협력과 관련된 인적, 물적 교류를 잠정적으로 중단하는 내용의 5·24 조치를 발표했다.

5·24 조치는 천안함 폭침에 대해 북한의 사과 및 재발방지약속 전까지 1)북한 선박의 우리 해역 운항 전면 불허, 2)남북교역 중단(개성공단 제외), 3)남한 국민의 방북 불허, 4)북한에 대한 신규투자 불허, 5)대북지원 사업의 원칙적 보류를 그 내용으로 한다.

그런데 5·24 조치 후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남한은 북한과의 교류를 중단하였고, 북한은 5년이 지난 지금까지 아무런 사과를 한 적이 없다. 북한은 자기들이 천안함을 피격한 것이 아니라고 하기 때문에 사과 및 재발방지를 약속하지 않는다.

북한의 사과 및 재발방지 약속 전까지 5·24 조치를 풀 수 없다는 우리 정부의 입장과 사과를 할 이유가 없다는 북한의 입장은 서로 모순관계에 있다. 남과 북은 기싸움을 하는 모습이 되었다. 남한이나 북한이나 이 싸움으로 죽도록 피해를 보는 쪽은 없기 때문에 이것은 기싸움 이상의 그 아무것도 아니다.

먼저 우리부터 근본적으로 사태를 다시 판단하여, 5·24 조치가 남북한의 화해와 평화통일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점을 알아야 한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아웅산 사건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김일성과 남북정상회담을 모색했다. 북한의 테러행위에도 불구하고 평화의 길을 찾고자 했다.

이제 우리도 전향적으로 남북간의 통일과 화해, 교류를 위하여 5·24 조치를 폐기하는 것이 마땅하다. 5·24 조치의 폐기가 북한의 비핵화 및 평화적 통일의 기초가 될 것이다.

북한의 입장에서 보면 북한 고립의 근본적 원인은 미국의 북한 비핵화 정책에 기인한 것이고 5·24 조치는 부수적인 사안이다. 그러므로 북한이 국제적 고립을 피하기 위해서라면 비핵화 문제에 대해 답변을 할 것이고 5·24 조치에 대해서는 부수적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의 5·24 조치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적으며, 우리가 전향적 자세로 5·24 조치를 폐기하고 새로운 남북화해의 시대로 나아가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작년에 드레스덴 선언으로 ‘통일은 대박’을 선언했지만 그 소득은 감감 무소식이다. 드레스덴 선언은 남북 주민의 인도적 문제 우선 해결, 남북 공동번영을 위한 민생 인프라 구축, 남북 주민간 동질성 회복을 내용으로 하지만 그 내용은 공허하기만 하다.

더군다나 드레스덴선언과 5·24 조치는 모순적인 내용이다. 남한의 국민이 북한을 방문하지 않고 어떻게 남북 공동번영을 위한 민생 인프라를 구축하고, 북한주민의 인도적 문제를 해결하는가?

5·24 조치는 천안함 사건에 대한 대응조치에 불과하였으나, 이로 인해 동북아시아는 새로운 냉전체제에 들어섰다. 이는 동북아의 냉전질서에 편입된 결과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냉전을 고착화시킨 것이다. 이에 반해 드레스덴 선언은 남북 공동번영을 위한 인프라 구축을 내용으로 하는데, 나는 우리정부가 서로 모순된 효력을 지닌 정책을 발표한 것이라 생각한다.

좀 더 깊게 생각해보자. 5·24 조치와 드레스덴 선언이 추구하고자 했던 목적을 비교하면, 5·24 조치는 마땅히 폐기되었어야 할 조치이다. 드레스덴 선언으로 5·24 조치가 폐기되었으면 남북관계는 박근혜 대통령이 원하는 모습으로 진전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드레스덴 선언으로 우리가 진정 구하고자 하는 것은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이다.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가 실현될 때, 천안함 폭침과 같은 사건도 없을 것이고 아까운 젊음의 순국도 없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천안함 폭침에도 불구하고 5·24 조치를 해제하고 드레스덴 선언의 이행으로 나아가야 할 당위성이 있다.

선제적 5·24 조치의 해제 및 드레스덴 선언의 이행조치로 인한 한반도 평화구현이 무엇보다도 필요하다. 드레스덴 선언에 대해 북한의 입장이 어떠하든 정부는 선제적으로 5·24 조치를 해제하고 남북협력의 진정성을 보여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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