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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바통신]죽음의 바다도 막지 못하는 희망
정수영 주제네바대표부 2등서기관  |  yana07@mofa.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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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6호] 승인 2015.06.08  10: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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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들의 머릿속에 담긴 지중해는 매우 아름답고 한번쯤은 꼭 가고픈 휴양지일 것이다. 그러나 전 세계 난민들에게 지중해는 ‘죽음의 바다’일 뿐이다.

지난 4월 아프리카를 떠나 유럽으로 향하던 난민선이 지중해 상에서 침몰하여 950여 명이 사망한 사건이 발생하였다. 해외 유수 언론들은 속보를 통해 이러한 참극을 실시간으로 보도하였고, 유엔난민기구(UNHCR),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 국제이주기구(IOM) 등 관련 국제기구들은 전 세계 난민들의 극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각국의 관심과 재원 마련에 대한 동참을 호소하고 있다.

그런데 한국인들에게 ‘난민’ 문제는 아직까지 생소하고 거리가 멀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도 누리꾼들의 댓글 퍼레이드도 받지 못한다.

‘난민(refugee)’의 어원을 살펴보면 ‘무언가를 피해 떠나는 사람’을 의미한다. 그 무언가는 국지적 폭력상황, 글로벌 무력분쟁, 자연재해 혹은 경제적 어려움 등을 들 수 있다. 여기서 문제는 자의(自意)가 아니라 타의(他意)나 불가피한 환경으로 어쩔 수 없이 떠나야만 하는 사람들이 그 누구에게도 보호받지 못하고 희생되고 있는 현실이다.

2014년 시리아, 이라크, 남수단, 우크라이나, 리비아, 예멘 등 인도적 위기로 인해 전 세계 난민의 수는 2차 대전 이후 최고치인 5000만명을 상회하였으니, 더 이상 남의 일로 치부하기에는 난민 문제의 심각성이 매우 크다.

물론 한국도 난민 문제 해결 등을 위한 국제차원의 인도지원 활동에 적극 동참하고 있고, 그 규모 역시 양적·질적으로 확대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2014년 우리 정부의 UNHCR 지원 규모는 약 1600만 달러로서 세계 23위를 기록하였고, 최석영 주제네바대사는 2013년과 2014년 각각 UNHCR 집행이사회 부의장 및 의장을 수임하여 난민 이슈를 주도적으로 이끌면서 인도지원 분야에서의 한국의 위상을 한 차원 격상시키는 계기를 만들었다.

그 밖에도 2014년 우리 정부는 유엔인도지원조정실(OCHA) 90만 달러, 국제적십자위원회(ICRC) 200만 달러, 국제이주기구(IOM)에 100만 달러를 기여금으로 지원한 바 있다. 최근 우리 정부는 네팔 지진 복구 및 재건 지원을 위해 100만 달러 규모의 긴급 인도적 원조 제공을 결정하였고, 에볼라 사태 대응 관련 총 1000만 달러 규모의 대규모 원조를 지원하는가 하면, 한국은 에볼라 대응 의료진을 파견한 몇 안 되는 국가에 포함되었다.

그러나, 국제사회가 세계 경제 15위인 한국에게 거는 기대는 훨씬 높다. 현재 우리의 인도적 지원 예산 규모가 세계 30위권 수준에 불과하고, OECD 가입국들 중 최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유엔사무총장을 배출하여 국제 다자외교 주도국으로 부상하고 있는 한국이 국내 여론으로 인해 정치권에서 관련 예산 확충을 주저하고 있다면 다른 국가들로서는 납득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이와 관련, 2014년 제65차 UNHCR 집행이사회에 참석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말을 새겨볼 필요가 있다. 반 사무총장은 “한국전쟁 당시 학교와 집이 불타는 모습을 직접 눈으로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이산민(displaced person)이었지만 유엔과 국제사회가 지원한 식량, 공책, 연필로 공부하면서 다시 희망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고 언급하였다.

바로 이것이 국제 인도적 지원이 필요한 이유이자 그 궁극적 목표라고 본다. 난민 등 보호 대상자들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과 지원은 그저 동정심에 기인한 일시적 원조에 그치지 않는다. 그들에게 새로운 삶의 희망을 일으켜 또 다른 취약계층에게 도움을 주는 인재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미래의 그는 대통령이 될 수도, 유엔 사무총장이 될 수도 있다. 죽음의 바다도 난민들의 희망은 막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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