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연방대법원 관련 판결 분석을 중심으로-

Ⅰ. 서설

최근 우리나라는 이른바, 성완종게이트를 계기로 정치자금 규제와 정치적 표현의 자유 충돌 문제가 새삼 화두다.

미국 역시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정치자금 규제 관련법을 두고 있고 그 목적은 정치에 대한 이익집단의 영향을 감소하고 시민들의 건전한 참여권을 확대하는데 있다. 시민들의 정치참여는 주로 기부행위 등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는데 미국사회에서 이러한 참여권은 수정헌법 제1조상의 정치적 표현과 결사의 자유에 의해 보장되는 것으로 이해된다.

그런데 2010년 1월 미국 연방대법원은 Citizen VS FEC 사건에서, 기업이나 개인의 이른바 ‘소프트머니(간접적 정치자금기부)’제한 규제를 상당부분 철폐하였다. 위 판결의 요지는 미국 수정헌법 1조에 있는 표현의 자유(freedom of speech)는 선거과정에서 특정 후보자나 정책에 대해 지지하는 것에도 적용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위 판결 이후 거액의 정치자금을 출현하여 TV광고 등을 통해 정치적 영향력을 높이는 기업과 거부(巨富)들이 출현하였다. 그러나 위 사건에서는 기업이나 단체가 후보자나 정당에 대해 직접 기부를 하는 것을 지칭하는 이른바 ‘하드머니’ 제한 조항에 대해서는 다루지 않은 관계로 연방공직선거법상 직접적인 기부금 총액의 한도제한 조항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

그런데, 지난 2014년 4월 미국 연방대법원은 McCutcheon v. FEC 사건에서 더 나아가 “개인이나 법인의 직접적인 기부금 총액제한 규정 역시 정치적 표현과 결사의 자유에 대한 불필요한 침해를 야기하므로 수정헌법 제1조에 위반된다”고 판시하였다.

이러한 잇단 위헌 판결은 법인과 단체의 정치자금지원을 전면금지하고 있는 우리나라 정치자금법제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다만, 미국은 위 대법원 판결로 인해 내년에 있을 대선은 물론 앞으로의 선거에 더 많은 돈이 필요할 것으로 예측되며, 그 와중에 큰 물주의 영향력이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되는바, 경제적 불평등도 문제이지만, 정치적 영향력의 불평등은 전체 사회의 불평등이라는 결과로 나타날 수 있기에 더 큰 예의주시가 필요하다.

아래에서는 위와 같은 미국 연방대법원의 정치자금 규제관련 최근 판례들을 검토하고 그것이 우리나라의 선거 관련 법제에 시사하는 바가 무엇인지에 대해 간략히 살펴보기로 한다.

Ⅱ. 대의제 민주주의와 정치자금 규제의 관계

헌법재판소는 “선거공영제는 선거 자체가 국가의 공적 업무를 수행할 국민의 대표자를 선출하는 행위이므로 이에 소요되는 비용은 원칙적으로 국가가 부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점과 선거경비를 개인에게 모두 부담시키는 것은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못한 자의 입후보를 어렵거나 불가능하게 하여 국민의 공무담임권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 선거의 관리·운영에 필요한 비용을 후보자 개인에게 부담시키지 않고 국민 모두의 공평부담으로 하고자 하는 원칙이다.

한편 선거공영제의 내용은 우리의 선거문화와 풍토, 정치문화 및 국가의 재정상황과 국민의 법감정 등 여러 가지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입법자가 정책적으로 결정할 사항으로서 넓은 입법형성권이 인정되는 영역이라고 할 것”이라 하여 선거공영제의 의의 및 인정 범위를 제시한 바 있다.

또한, 대의제 민주주의에서의 정치자금 규제의 필요성에 관하여 “정치자금의 조달을 정당 또는 정치인에게 맡겨 두고 아무런 규제를 하지 않는다면 정치권력과 금력의 결탁이 만연해지고, 필연적으로 기부자의 정치적 영향력이 증대될 것이다. 금력을 가진 소수 기득권자에게 유리한 정치적 결정이 이루어진다면 민주주의의 기초라 할 수 있는 1인 1표의 기회균등원리가 심각하게 훼손될 수 있다. 그러므로 정치자금에 대한 규제는 대의제 민주주의의 필연적 귀결이다”라고 판시한 바 있다(헌재 2010.5.27. 2008헌마491, 헌재 2011.4.28, 2010헌바232 등).

Ⅲ. 선거비용 규제입법 관련

미연방대법원 최근 판결

당초 미국 연방선거법은 수정헌법 제1조의 이념에 따라 표현의 자유를 넓게 인정하여 선거운동에 관한 규제가 거의 없었으나, 선거자금과 관련한 부패 등의 정치적 사건들이 발생하자 이를 방지하기 위하여 선거자금의 모금과 지출 등에 관하여 제한하기 시작했다. 즉 1971년 워터게이트 사건 이후 설립된 미국 연방선거위원회의 역할은 사실상 정치자금에 관한 규제와 회계보고에 집중되어 있었다.

한편, 미국 연방선거운동법(Federal Election Campaign Act, 1971, ‘FECA’) 제431조는 기부를 하는 주체와 기부를 받는 주체에 따라 그 범위를 자세히 규정하고 있었으며, ‘국립은행 또는 기업체, 노동단체’의 기부(제441조의b)를 특별히 금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위 조항은 2010년 연방대법원의Citizens United States v. FEC 판결에서 위헌으로 결정되었다. 또한, 미국 초당파선거운동개혁법(Bipartisan Campaign Reform Act of 2002, ‘BCRA’) 제441조(기업의 정치광고 금지) 규정과 관련하여, 2003년 McConnell v. FEC 판결에서는 선거일로부터 60일(예비경선의 경우 30일) 전부터는 기업이 후보자를 대신하여 광고비용을 지출하여 정치광고를 할 수 없도록 한 위 조항에 대하여 합헌으로 판단하였으나, 그 후 2010년 Citizens United v. FEC 판결에서는 위헌 결정을 하였다.

두 판결 모두 정치적 표현은 민주주의의 전제이며 정부가 정치적 표현을 제한하려면 필요 최소한의 방법으로 이루어져야 함을 전제하였으나, 위 McConnell 판결과 달리 Citizens United 판결은 위 법 조항이 정치적 의사의 왜곡을 방지하며 부패를 막는 수단으로서 의미가 전혀 없다고 판단하면서, 주주보호를 이유로 비영리기업을 포함하여 모든 기업에 대해 일률적으로 정치적 표현을 제한하는 것은 수정헌법 제1조의 이념에 반한다고 판시하였다.

위 판결은 영리, 비영리를 불문하고 모든 기업 및 노동조합 등 단체가 공직선거과정에서 정치활동 관련 비용을 지출하는 것이 연방헌법 수정 제1조의 의해 보호된다고 판시한 최초 판결이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다만, 위 판결은 기업이나 단체 혹은 노동조합이 지지 후보자 개인이나 정당에 대해 직접적인 기부(하드머니 제공)를 금지하는 조항에 대해서는 다루지 않았다. 따라서 연방 공직선거에서 직접적인 기부금지행위는 여전히 불법으로 남아 있었다.

그 후 2014년 4월 연방대법원은 McCut cheon v. FEC 사건에서 위 BCRA §441a(a) (3)의 (A)와 (B) 개인의 기부금 총액제한 규정은 수정헌법 제1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표현 및 결사의 자유에 대해 불필요한 기본권 침해를 야기하므로 위헌무효라고 판시였다. 총액제한을 통해 탈법적 행위를 방지하고자 모든 기부행위를 무분별하게 금지하는 것은 결국 정부의 이익에 불균형을 초래하므로 수정헌법 제1조상의 권리에 대해 불필요한 침해를 방지할 만한 대안을 연방의회가 제시했었어야 한다고 지적하면서, 직접적이면서 광범위한 기본권 침해를 방지할 수 있는 다른 대안들이 얼마든지 있다고 보았고, 대안으로 연방대법원은 ‘기부금 공시제도’를 통해 불법선거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고 언급하면서, 이러한 공시제도를 통해 거액의 기부금과 지출내역을 대중에게 투명하게 공개함으로써 부정부패를 차단할 수 있다고 제시하였다.

연방대법원이 선거자금 직접기부금 총액제한 조항에 대해서도 위헌무효를 선언함에 따라, 앞으로는 미국 연방선거에서 한 개인(법인 단체 포함)이 금액의 제한을 받지 않으며, 선택의 제약을 받지 않고 다수의 선거후보자, NPC, PAC 등에게 무제한적으로 다중의 기부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이는, Breyer 대법관의 비판과 같이, 연방대법원이 지난 2010년 Citizens United 판결에서 소프트머니 지출제한 규정을 무효화한데 이어, 2014년 위 판결을 통해 Buckley (1976) 사건 이후 지켜왔던 하드머니 총액제한 규정마저 무효화시킴으로써, 연방선거법상 정치자금에 대한 규제시스템을 모두 사문화시킨 것으로서, 미국의 정치자금 규제시스템이 워터게이트사건을 계기로 정립된 1971년 선거자금개혁 이전의 상태로 회귀하게 되었음을 의미한다. 위 판결로 인해 개인 기부자들의 기부 경로가 소프트머니뿐만 아니라 하드머니 영역까지 확장됨으로써 부자들의 정치적 영향력 행사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다른 측면으로는 부자들의 기부경로가 이전보다 분산됨으로써 ‘Super PAC(억만장자로 구성된 정치자금 비영리민간단체)’과 같은 이익집단의 영향력 행사가 올바르게 순기능적으로 재정립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는 긍정적인 분석도 있다.

즉, Citizens United 판결 이후 선거 판도를 좌우했던 Super PAC의 금력(金力)이 위 결정으로 정당과 후보자에 대해 간접적 지원의 성격이 강한 소프트머니 영역에서 후보자 개인에 대한 직접적 기부에 해당하는 하드머니 영역으로 흘러들도록 유도되어 부자들의 TV광고에 의해 좌지우지 되었던 선거판에서 후보자 개인과 정당이 보다 힘있는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되어 자연스럽게 힘의 균형이 유지될 수 있을 것이라는 견해이다.

Ⅳ. 결

잇단 미연방 대법원의 위헌 판결로 미국에서 금권(金權)정치 시대를 보다 확장할 것이라는 비판과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기업체 등 법인과 단체의 정치자금 제공행위를 전면 금지하고 있는 현행 우리나라 정치자금법제에 분명 시사하는 바가 크다. 즉 미국의 정치자금에 관한 규제가 위와 같이 자금 모금 자체보다는 사후 회계보고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는 측면은 우리가 경청할 만한 것이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선거비용과 정치자금을 규율하는 공직선거법과 정치자금법은 불법 선거자금, 막대한 불법정치자금 문제를 엄격한 규제로 해결해 진일보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부작용으로 개인은 물론, 기업 등 단체가 보유한 헌법상 기본권에 해당하는 정치적 표현의 자유와 선거운동의 자유영역이 지나치게 축소되는 등 자유민주주의가 위축되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앞으로 우리나라도 선거자금(정치자금)에 관한 규제를 보다 완화하여 기업과 단체의 기부금 제한을 해제하고 기부금 액수도 현실적으로 상향 조정하는 등으로 법률규정을 현실에 맞게 개정하는 한편 그에 대응하여 사후 정치자금의 용처에 대한 투명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관련 법제도를 개선해 나감이 상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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