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15. 4. 23. 선고 2013두11338 판결
1. 사실관계
원고는 2007. 3. 12. 피고로부터 서울 구로구 신도림동 소재(이하 ‘이 사건 사업부지’라고 한다) 공동주택을 건립하는 내용의 주택건설사업(이하 ‘이 사건 주택건설사업’이라고 한다) 계획을 승인 받아 이 사건 주택건설사업을 시행하였다. 피고는 이 사건 주택건설사업계획을 승인하면서 원고에게 이 사건 사업부지 일부에 도로와 공원을 조성하여 기부채납하고, 이 사건 사업부지 내 국·공유지(이하 ‘이 사건 국·공유지’라고 한다)를 착공 전 매입할 것 등의 조건을 부과하였다. 피고는 2011. 7. 28. 원고에게, 원고가 이 사건 사업부지 내 국·공유지를 무단으로 점유·사용하였다는 이유로 원고에게 3개의 토지에 대하여 각 변상금을 부과하였다(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고 한다).
2. 원고 주장의 요지
원고는 아래와 같은 이유로 원고가 이 사건 사업부지를 무단으로 점유하였다는 점을 전제로 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고 주장하였다.
가. 구 주택법(2008. 3. 28. 법률 제904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주택법’이라 한다) 제17조 제1항 제5호에 의하면, 주택건설사업계획의 승인이 있으면 구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2009. 2. 6. 법률 제9442호로 전문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국토계획법’이라고 한다) 제56조의 개발행위허가, 제88조의 실시계획의 인가가 의제되고, 국토계획법 제65조 제4항에 의하면, 개발행위허가를 받은 자는 그 허가에 포함된 공공시설의 점용 및 사용에 관하여 법률에 따라 승인·허가 및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 제20조 제1항에 따른 사용·수익의 허가가 의제된다. 따라서 주택건설사업계획 승인을 받은 원고는 이 사건 국·공유지를 점유하거나 사용·수익할 정당한 권원이 있다.
나. 국토계획법 제65조 제4항 제2문의 “이 경우 해당 공공시설의 점용 또는 사용에 따른 점용료 또는 사용료는 면제된 것으로 본다”는 규정은 새로운 인허가를 의제하는 규정이 아니라, 이미 의제된 개발행위허가와 관련하여 개발행위에 필수, 부수적으로 수반될 수밖에 없는 공공시설의 점용 및 사용에 관한 효과를 규정한 것에 불과하므로, 원고에게 위 규정을 적용하는 것은 ‘의제의 의제’ 방식의 인허가 허용 여부에 대한 문제를 야기하지 않는다.
다. 만약 주택법 제17조에서 사업계획승인의 효과로 국토계획법상 개발행위허가, 실시계획허가의 의제를 규정하지 않았다면 원고가 별도로 국토계획법상 개발행위허가나 실시계획허가를 받았을 것이므로 의제에 의한 의제효과를 제한하는 것은 부당하다.
3. 관련 법령의 내용
[주택법]
제17조 (다른 법률에 의한 인·허가 등의 의제 등) ① 시·도지사가 제16조의 규정에 의하여 사업계획을 승인함에 있어서 다음 각호의 허가·인가·결정·승인 또는 신고 등(이하 ‘인·허가 등’이라 한다)에 관하여 제3항의 규정에 의한 관계행정기관의 장과 협의한 사항에 대하여는 당해 인·허가 등을 받은 것으로 보며, 사업계획의 승인고시가 있은 때에는 다음 각호의 관계법률에 의한 고시가 있은 것으로 본다.
5.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제30조의 규정에 의한 도시관리계획(동법 제2조 제4호 다목의 계획 및 동호 마목의 계획 중 동법 제49조 제1호의 규정에 의한 제1종지구단위계획에 한한다)의 결정, 동법 제56조의 규정에 의한 개발행위의 허가, 동법 제86조의 규정에 의한 도시계획시설사업시행자의 지정, 동법 제88조의 규정에 의한 실시계획의 인가, 동법 제118조의 규정에 의한 토지거래계약의 허가 및 동법 제130조 제2항의 규정에 의한 허가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제65조 (개발행위에 따른 공공시설 등의 귀속) ④ 특별시장·광역시장·시장 또는 군수가 제3항의 규정에 의하여 관리청의 의견을 듣고 개발행위허가를 한 경우 개발행위허가를 받은 자는 그 허가에 포함된 공공시설의 점용 및 사용에 관하여 관계 법률에 의한 승인·허가 등을 받은 것으로 보아 개발행위를 할 수 있다. 이 경우 당해 공공시설의 점용 또는 사용에 따른 점용료 또는 사용료는 면제된 것으로 본다.
제92조 (관련 인·허가 등의 의제) ① 국토해양부장관, 시·도지사 또는 대도시 시장이 제88조의 규정에 의한 실시계획의 작성 또는 인가를 함에 있어서 당해 실시계획에 대한 다음 각 호의 인·허가 등에 관하여 제3항의 규정에 의하여 관계 행정기관의 장과 협의한 사항에 대하여는 당해 인·허가 등을 받은 것으로 보며, 제91조의 규정에 의한 실시계획의 고시가 있은 때에는 관계 법률에 의한 인·허가 등의 고시·공고 등이 있은 것으로 본다.
6. 「국유재산법」 제24조의 규정에 의한 사용·수익의 허가
19. 「공유재산 및 물품 관리법」 제20조 제1항의 규정에 의한 사용·수익의 허가
4. 법원의 판단
주된 인·허가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고 있는 어떠한 법률에서 주된 인·허가가 있으면 다른 법률에 의한 인·허가를 받은 것으로 의제한다는 규정을 둔 경우에는, 주된 인·허가가 있으면 다른 법률에 의한 인·허가가 있는 것으로 보는 데 그치는 것이고, 그에서 더 나아가 다른 법률에 의하여 인·허가를 받았음을 전제로 한 다른 법률의 모든 규정들까지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2004. 7. 22. 선고 2004다19715 판결, 대법원 2011. 2. 24. 선고 2010두22252 판결 등 참조).
원심은 구 주택법 제16조의 주택건설사업계획 승인이 있는 경우 구 주택법 제17조 제1항 제5호에 의하여 구 국토계획법 제56조 개발행위허가, 제86조의 도시계획시설사업시행자의 지정, 제88조의 실시계획의 인가가 의제되나, 더 나아가 구 국토계획법 제56조의 개발행위허가, 제86조의 도시계획시설사업시행자의 지정, 제88조의 실시계획의 인가를 받았음을 전제로 하여 개발행위로 인해 새로이 설치한 공공시설의 귀속 및 개발행위허가에 포함된 공공시설의 점유 및 사용에 관하여 관계 법률에 의한 승인·허가 등을 받은 것으로 보아 당해 공공시설의 점용 또는 사용에 따른 점용료 또는 사용료는 면제되는 것으로 보는 구 국토계획법 제65조 제4항, 도시계획시설사업에 의하여 새로이 공공시설을 설치한 경우에 구 국토계획법 제65조의 규정을 준용하도록 한 구 국토계획법 제99조, 국유재산법 제30조에 따른 사용허가를 받은 것으로 보는 구 국토계획법 제92조 제1항 제6호,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 제20조 제1항 규정에 의한 사용·수익의 허가를 받은 것으로 보는 구 국토계획법 제92조 제1항 제19호가 적용되는 것은 아니고, 구 주택법에서 주택건설사업계획 승인이 있는 경우 국·공유지의 사용·수익허가를 받은 것으로 의제하는 규정을 두고 있지도 아니하므로, 원고가 주택건설사업계획승인을 받았다는 사정만으로 이 사건 국·공유지를 점유하거나 사용·수익할 정당한 권원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앞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기록을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은 인·허가 규정의 해석 및 적용에 관한 법리오해의 잘못이 없다.
5. 인·허가 의제 규정의 해석에 관한 논의
가. 인·허가 의제 규정의 의미
인·허가 의제제도는 하나의 인·허가를 받으면 다른 허가나 인가를 받은 것으로 보는 제도라고 할 수 있다. 인·허가 의제제도는 개발관련법에서 입법자의 재량에 따라 특정 개발 사업이 원활히 추진되도록 국토계획법 등 다른 법률에 근거한 행정주체의 인·허가 등의 절차를 생략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이와 같은 인·허가 의제제도의 취지는 행정절차를 간소화하고 규제를 완화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경우 인·허가 의제제도에 대한 요건이나 효과를 통일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규정은 존재하지 않으며, 법령마다 인·허가의 의제의 범위를 달리 규정하고 있어 인·허가 의제제도에 대해서는 다양한 견해가 제시되고 있다.
나. 인·허가 의제 규정의 해석 및 적용 범위에 대한 검토
인·허가의 의제 규정의 해석 및 적용 범위에 대해서는 대상 판결과 같이 주된 인·허가가 있으면 다른 법률에 의한 인·허가가 있는 것으로 보는데 그칠 뿐 더 나아가 다른 법률에 의하여 인·허가를 받았음을 전제로 한 다른 법률의 모든 규정들까지 적용된다고 볼 수 없다는 견해, 주된 인·허가를 규정한 법률에서 다른 법률의 인·허가를 받은 것으로 의제하는 이상 문언해석 및 논리칙에 비추어보면 그 다른 법률에 의하여 인·허가를 받은 것으로 전제한 다른 규정들까지도 적용되어야 한다는 견해가 제시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 대법원은 “주된 인·허가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고 있는 어떠한 법률에서 주된 인·허가가 있으면 다른 법률에 의한 인·허가를 받은 것으로 의제한다는 규정을 둔 경우에는, 주된 인·허가가 있으면 다른 법률에 의한 인·허가가 있는 것으로 보는 데 그치는 것이고, 그에서 더 나아가 다른 법률에 의하여 인·허가를 받았음을 전제로 한 다른 법률의 모든 규정들까지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라는 입장을 취하여, ① 주택건축조합이 구 도시정비법에 따른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경우에, 도시정비법 제32조 제1항 제15호에 따라 국토계획법 제56조가 규정하는 개발행위허가를 받은 것으로 의제되더라도 개발행위로 인하여 용도가 폐지되는 공공시설의 점용 또는 사용에 따른 점용료 등에 관하여는 국토계획법 제65조 제4항이 적용된다고 볼 수 없고, 이를 구 도시정비법 제32조 제5항에서 면제되는 것으로 정한 ‘당해 인·허가 등의 대가로 부과되는 수수료 등’이라고 볼 수도 없다.(대법원 2011. 2. 24. 선고 2010두22252 판결), ② 구 건축법(1995. 1. 5. 법률 제491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8조 제4항은 건축허가를 받은 경우, 구 도시계획법(1999. 2. 8. 법률 제589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5조의 규정에 의한 도시계획사업 실시계획의 인가를 받은 것으로 본다는 인가의제규정만을 두고 있을 뿐, 구 건축법 자체에서 새로이 설치한 공공시설의 귀속에 관한 구 도시계획법 제83조 제2항을 준용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아니하므로, 구 건축법 제8조 제4항에 따른 건축허가를 받아 새로이 공공시설을 설치한 경우, 그 공공시설의 귀속에 관하여는 구 도시계획법 제83조 제2항 이 적용되지 않는다(대법원 2004. 7. 22. 선고 2004다19715 판결)고 판시하였다.
6. 대상판결의 의미
따라서 각종 개발사업자는 위와 같은 대법원 판결 취지를 고려하여, 해당 개발사업과 관련된 인·허가의 의제의 범위를 명확히 파악할 필요가 있으며 행정청 역시도 점용료 또는 사용료가 면제되는 경우인지를 파악하여 변상금을 부과할지 여부를 판단할 필요가 있다. 다만 대상판결은 인·허가의 의제에 따라 인·허가를 받은 것으로 보는 경우와 의제가 되는 인·허가를 규정하고 있는 다른 법률의 절차에 따라 인·허가를 직접 받은 경우의 차이가 무엇인지에 대한 설명을 하지 않았다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