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대면 톡 하고 터질 것만 같은 그대~♪ 봉선화라 부르리.”

처절한 감성의 발라드 음악도 아닌 트로트 가수 현철의 ‘봉선화 연정’이 어쩌면 이렇게도 애잔하게 다가올 수 있단 말인가.

이 노래 가사에서 ‘손대면 톡 하고 터질 것만 같다’는 말은 아마도 사랑에 빠졌거나 혹은 이별에 처한 너무 여리고 가냘픈 그녀를 은유적으로 표현한 말일 터이지만, 나는 조금 다른 해석을 하게 되었다(노래라는 것은 글도 마찬가지이겠지만 듣는 사람에 따라 자신이 처한 상황과 감정을 이입시켜서 자기 멋대로 재해석 할 수 있다는 것이 매력이기 때문이다).

30살의 미혼 여성 초짜변호사. 게다가 나는 지방의 소도시에서 개업한 개업변호사이며 로스쿨을 졸업한 시쳇말로 로변이다. 누가 무어라 하지 않아도 여자나이 서른이라는 것 자체로 괜스레 억울하게 느껴지는 날들이 있는데(호르몬의 장난 때문인지는 알 수 없다), 거기에 ‘로변’이라는 요소가 보태지고 마지막에 ‘초짜’라는 굳히기 한판까지 들어가서 쐐기를 박아버리면 정말 그때는 누군가 옆에서 톡하고 건들기만 해도 눈물이 왈칵 쏟아져 나올 것 같은 상황이 되어버린다.

만으로 이제 막 2년을 갓 넘긴 3년차 변호사. 겨우 준비운동은 마쳤고 본격적인 달리기 시합을 위해 최고급은 아니지만 내 몸에 꼭 맞는 운동화까지 장착 완료하고서 준비선상에 섰는데 총성이 울리기도 전에 이미 출발한 사람들이 너무 많다. 물론 반칙이 아니다. 그래서 따지지도 못한 채 그저 그들과의 사이를 좁혀보기 위해 죽을 힘을 위해 달리는 수밖에는 없다.

저것은 마치 양형기준표와 비슷하다. 변호사라는 직업, 그리고 사회의 구성원이기 때문에 당연히 느끼는 삶의 무게가 양형기준표상 기본이라고 한다면, 거기에 다양한 양형인자들이 작용해서 그 무게가 감경이 되기도 가중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그런데 나의 경우에는 가중되는 요소, 그것도 특별양형인자쯤 되는 그러한 요소들이 분명히 많은 것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손대면 톡하고 울음이 터질 만큼 삶의 무게가 무겁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초짜이고 젊다는 것은 그만큼 더 열심히 뛸 수 있고, 더 오래 뛸 수 있다는 징표이며, 여성변호사의 지위는 앞으로 훨씬 더 많은 분야로 영향력을 끼칠 수 있을 긍정적인 미래만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요즘 흔히 쓰는 말 중에 ‘포텐 터지다’ 라는 말이 있다. 네이버 지식iN 오픈국어사전에 등재된 뜻을 빌리자면 ‘숨겨져 있던 잠재력이 폭탄같이 터진다’ 정도의 의미가 될 것이다. 바로 이 부분이 내가 현철씨의 노래 봉선화연정의 가사 ‘손대면 톡 하고 터질 것만 같은 그대~’를 제멋대로 해석한 핵심포인트이다. 이 노래에서 터지는 것이 꼭 눈물일 필요도 없고 그대 자체일 필요도 없다. 터져야 할 것은 그리고 반드시 언젠가는 터질 것은 바로 ‘포텐’인 것이다.

나를 포함한 2015년을 살아가고 있는 이 시대의 모든 청년변호사들은 그들 스스로가 조금은 늦었다고 생각할 지도 모른다. 그리고 부족하다고 느낄 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우리에게는 손 대면 톡하고 터질 것만 같은 포텐이 존재하며, 그 포텐은 터지기 마련이다. 포텐이 아직은 터지지 않았기 때문에 누군가에게는 두려움의 존재로 인식될 수도 있고, 더욱이 우리가 지금 뛰어야 하는 달리기 종목은 단거리가 아니라 마라톤이지 않은가. 겁을 먹을 필요가 전혀 없는 것이다.

그런데 불현듯 궁금증이 생겼다. 봉선화라는 이 꽃은, 손톱을 물 들이는데 이용하는 꽃이고 아마도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그런데 많고 많은 꽃 중에 대체 왜 봉선화를 손대면 톡 하고 터질 것만 같은 그대에 비유한 것일까. 첫눈이 올 때까지 봉선화물이 지워지지 않으면 첫사랑이 이루어진다는 설이 있을 정도로, 설렘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이 꽃의 꽃말은 정말 의외다. 꽃말을 찾아보면 ‘신경질’이라고 나오는 곳도 있고, ‘나를 건드리지 마세요’라고 나오는 곳도 있다.

그제야 노래의 제목과 가사의 내용이 온전하게 이해가 되는 느낌이었다. 봉선화꽃은 누군가에게 이렇게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나를 건드리지 마세요. 건드리면 그 순간 나는 폭발해 버릴 지도 몰라요”라고….

나도 세상을 향해 이렇게 외치려한다. “저를 자극하지 마세요. 자극하는 순간 숨겨왔던 저의 잠재력을 폭발시켜 버릴 거예요. 포텐이 터질 것이라는 말이죠.”

봉선화물을 들이면 그 다음날 아침 손톱 뿐 아니라 손톱 밑 살까지도 물이 들어버리는 경우가 있는데 나의 포텐 또한 터지는 순간 그 주변까지 모두 물들여 버릴지도 모른다. 이러한 믿음과 자신감이 바로 내가 이 사회에서 30대 미혼 여성 초짜 변호사로 살아가는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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