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이 될 이번 글은 어떤 분들에게는 ‘매우 불편한’ 이야기가 되겠습니다.

이야기는 다음과 같은 몇 가지의 원초적인 의문에서 시작됩니다.

① 헌법적인 지위가 천양지차이고, 업무상 지역적인 인접성이 전혀 불필요한데도 왜 법원건물과 검찰건물이 나란히 있어야 하는가?

② 법원의 재판실무를 가장 모르고, 사법부에 대하여 가장 적대적이기까지 한 검찰측 인사를 왜 대법원의 구성원으로 받아들여야 하는가?

③ 판결은 헌법상 사법부의 전권사항인데, 검사가 10년 이상 구형을 하면, 판사가 무죄판결을 하여도 왜 피고인이 석방될 수 없었는가? 그리고 위 형소법 규정은 왜 그렇게 오랫동안 존속되었나?

④ 법관의 신분은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데도, 국가배상법위헌, 내란음모무죄 등의 판결을 한 최고법원 법관들이 불명예퇴직한 데 대하여, 왜 사후적이라도 비판과 반성 등의 조치 없이 침묵하고 있는가?

⑤ 과거 권위주의 정권시절에 행해졌던 많은 행위들에 대하여, 위헌·재심무죄· 국가배상 등의 판결이 잇달아 내려지고 있는데, 왜 그 직접적인 제안자 및 법집행자들에 대한 조사 및 책임추궁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가?

⑥ 영장은 헌법상 ‘검사의 신청’에 의하여 법관이 발부하도록 되어 있는데, 신청자를 반드시 검사로 한정하는 규정이(한때는 심지어 ‘요구’로 되어있었다) 왜 ‘헌법’에까지 들어가야만 하는가?

오염되지 않은 순수한 법률가의 눈으로 보면, 앞서 든 사례들은 지나치게 검찰편의적인 것으로서 분명히 진정한 법치주의를 훼손하고 있음에 틀림없습니다.

그 이유는 제가 여러번 지적한 바와 같이 ‘정권이 검찰권력을 통치수단으로 활용하였고, 검찰 역시 이를 기회로 삼아, ‘정권유지’ 차원을 넘어 자기 ‘기관의 권한확대’로 악용하였기’ 때문입니다.

곰곰히 따져보면, 위에 든 여러 예들 중 대부분은 ‘국가의 안보’나 ‘국가의 부강’ 등 통치권자의 관심사항과는 아무런 관련도 없이, 오로지 사법권을 억누르면서 검찰권의 부당한 확대만을 목적으로 하고 있음이 분명합니다.

이제 이러한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을 생각해 봅니다.

먼저 ‘외부적인 힘’을 고려해 보면 ① 통치권자(대통령)의 철저한 법치의식 ② 재야변호사단체의 문제점 인식과 해결노력 ③ 국민을 포함한 언론으로부터의 법치의식 향상을 통한 해결 등이 있겠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현재상황으로 보아 이러한 방안들은 기대난망입니다. 따라서, 어쩔 수 없이 ‘사법부 내부 구성원들의 혁명적 자각’에 희망을 걸 수밖에 없습니다. 바라건대, ① 법관들 모두는 ‘자기정체성’을 확립해야 할 것이고, ② 사법행정의 책임자들은, 대통령의 진의가 주변의 참모들에 의하여 왜곡되지 않도록 ‘대통령과 직접 대화하고 논의’하는 채널을 확보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할 것입니다. 사실 서두에 든 예들은 어느 것 하나 대통령의 진정한 의도이거나 국민이 바라는 바는 아니리라고 확신합니다.

달성되어야 할 목표는, 국민에게 ‘사법부와 검찰은 분명히 다르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며, ‘함께 싸잡아 매도’ 당하는 일이 없도록 하는 것입니다.

저는, 이러한 과정을 과학혁명·양자혁명 등에 빗대어 ‘법조혁명’이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혁명적인 변화는 절대로 저절로 오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 모두는 잘 알고 있습니다.

‘토마스 쿤’은 ‘과학혁명’을 이야기하면서, “과학의 역사는 ‘점진적인 진보’의 역사가 아니라, ‘혁명적인 단절’의 역사”이고 “패러다임의 이동은, 기존의 패러다임을 고수하던 집단들이 ‘늙어서 사라지고’, 그 자리를 새로운 ‘젊은 과학자집단이 대체하여 차지’함으로써 이루어 진다”고 하였습니다.

‘양자혁명’을 주장한 ‘막스 플랑크’ 역시, 새로운 진실(양자역학)의 승리는 “상대를 ‘설득’해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상대가 결국 ‘사망’하고, 새로운 진실에 익숙해진 ‘새로운 세대’가 자라나기 때문”이라고 하였습니다.

제가 오랫동안 목마르게 주장해온 ‘검찰로부터의 사법권의 단절 · 독립’ 역시 위와 같은 힘든 과정을 거쳐서야 이루어질 것이라고 예견합니다.

그러나 ‘단테’가 ‘신곡’에서 ‘커다란 불길도 결국은 하나의 작은 불꽃에서 시작’되는 것이라고 갈파하였고, 갈릴레오가 지동설로 유죄판단을 받은지 360년이나 지난 1992년에야 비로소 복권된 사실들은, 우리에게 큰 위안이 됩니다.

사법부 구성원 여러분들께 저의 마지막 메시지를 전합니다. ‘현재의 평온이, 메피스토에게 영혼을 팔아넘긴 대가는 아닌지 반성해봅시다.’ ‘근본문제와 관련하여, 떨지 말고, 용기를 가집시다. 옳지 않은 일에 외교적으로 처신하지 말고, 양심에 따라 대응하십시다.’

그동안 저의 모나고, 못난 글에 성원을 보내주신 여러분들께 감사드립니다. 훗날 더 좋은 내용을 담은 책으로 다시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함께 할 수 있어서 행복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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