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에 계신 분들에게 어릴 때 꿈은 무엇이었는지,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어릴 때부터 하고 싶었는지 많이 물어보았다. 대부분의 대답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은 무엇이고 적성에 맞는 일은 무엇인가 자문해 보았다. 일을 시작하기 전에 어린 시절 소풍을 가기 전날 느꼈던 것과 같은 가슴 설렘이 있고, 열정을 불태울 자세가 되어 있는 일은 무엇이었을까 생각해보니 분명한 답을 할 수가 없었다.

다양한 경험을 쌓고, 많은 추억을 만들면서 소질을 계발해야 하는데 그냥 가방을 들고 학교에 다니다가 직업을 구하고, 사회가 만들어 놓은 틀 안의 컨베이어벨트 위에서 조립된 물건과 같이 규격화된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 것일지도 모른다.

말 그대로 급격하게 변화하는 세상에서 거대한 흐름에 휩쓸려가기만 하였을 뿐, 자기가 살아가는 인생의 영역에서 주체가 되지 못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隨處作主 立處皆眞). 인간이 역사를 만들어가지만, 인간이 원하는 대로 역사가 만들어지는 것은 아닌 것과 같다.

어쩌면 마치 한쪽 손바닥으로 배를 문지르는 동시에 다른 손바닥으로 머리를 톡톡 치는 것처럼 까다로운 일을 하다가, 갑자기 양손의 역할을 바꾸게 되어 당황하게 되는 것과 같은 일의 연속일지도 모른다. 삶이란 자기가 원하는 대로 흘러가는 일이 드물다.

인생의 목표가 뚜렷하다면 갈지(之) 자로 걸어도 좋다는 말이 있다. 수많은 체험을 통하여 인생의 자양분을 충분히 흡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꿈이 없다는 것은 망망대해에서 나침반 없이 항해하는 배와 같다고 한다. 그런데 꿈이 무엇인지 명확히 모르는 경우에는 어찌하여야 하는 것인지 알기 어렵다. 인생의 방향을 확신하지 못하고 방황하기도 한다. 사람은 생물학적으로 심장의 박동이 멎을 때 사망에 이르지만, 사람의 영혼은 꿈과 희망을 잃을 때 죽게 된다.

차별화된 경쟁력을 키우라고 하지만, 지금 하고 있는 일을 계속한다면 다른 사람과 구별되는 경쟁력을 키울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변호사는 직업이 아니라 자격이라고 한다. 풀빵을 찍어내는 것과 같이 공장에서 대량 생산, 다품 생산을 하는 것이 아닌 대개 하나의 작품을 일품(一品) 생산해야 하는 변호사의 입장에서 경제적으로 큰 부를 이루기도 쉽지 않은 세상이 되었다.

학교에서 공부하는 ‘국영수사과’는 대학을 들어가는 데에는 중요한 과목이지만, 인생을 사는 데에는 ‘음미체’가 더 중요하다. 직업보다는 취미가 더 중요하다는 말도 있다. 논문을 쓸 때 제목을 정하였으면 반은 쓴 것이라고 한다.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찾았다면 자기 미래의 절반은 찾은 것과 같다. 자기의 꿈을 제대로 인식할 수 있는 사람은 결국 자기밖에 없다.

행복이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잘하는 일을 할 때 기분이 좋다. 자신이 잘하는 일 그것이 바로 재능이고 적성이다. 좋아하는 일을 하였는데 사회적으로 인정을 받고 가치가 있는 일이라면 금상첨화라 할 것이다. 일이 즐거우면 인생은 낙원이 될 수밖에 없다.

하고 싶은 일을 찾는 것이 어렵거나, 아직 찾지 못하였으면 현재 하는 일을 좋아해야 한다. 인생의 첫 단계부터 운이 좋아 자신이 선호하는 일을 하게 되는 경우는 드물다. 은수저를 입에 물고 태어났다는 사실만으로는 보장되지 않는 삶의 영역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좋아하고 매진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자신의 상태에 만족을 느끼고 겸손한 자세를 가져야 행복해질 수 있다고 믿는다.

친구와 와인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숙성한다고 한다. 기다림도 필요하다. 행복도 시간의 흐름과 함께 성숙할 수 있다. 평생 누릴 행복을 찾아가기에 너무 늙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한편 행복도 자전거 타기와 같이 연습이 필요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사람들은 인생에 있어서 시련의 밝은 뒷면을 발견하기 위하여, 연금술사처럼 고통의 쇳조각을 금으로 변화시키기를 갈망하기도 한다. 누구나 불행하고 병약한 삶보다는 행복하고 건강한 삶을 희망한다.

봄이 오면 눈과 서리를 맞은 고목에도 새싹이 피어나는 것과 같이 생명이 유지되는 한 성장과 쇠퇴는 지속된다. 아무리 가지치기를 할 잔가지가 없는 고목이라 하더라도 간결한 곡선미는 찬사를 받기에 충분한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젊음은 아름답고, 노년은 찬란하다. 젊은 사람은 불을 보지만, 연륜이 있는 사람은 그 불길 속에서 빛을 본다.

햇살처럼 밝은 웃음이 푸르름을 더하는 계절이다. 아무리 현실의 땅이 척박하다고 하더라도 행복의 씨앗은 영원히 지속적으로 뿌려져야 한다. 꽃보다 신록이 아름다운 오월의 작은 행복을 느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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