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의 재판 진행 내역을 기재한 공판조서에 대해서 피고인은 제한 없이 열람 또는 등사를 청구할 수 있다. 법원이 열람 또는 등사에 응하지 아니한 때에는 유죄의 증거로 할 수 없다(형소법 제55조 제1항, 제3항). 수사서류의 열람 등사에 대해서는 형사소송법상 근거 규정이 없고 수사의 밀행성 내지 비공개 원칙에 의해 허용되지 않음이 원칙이다. 다만, 고소장, 피의자의 진술이 기재된 서류나 피의자가 제출한 자료에 대해서는 열람 등사가 허용된다(사건기록 열람등사에 관한 업무처리 지침 제3조 제4항).

한편, ‘소송계속 중의 관계 서류 또는 증거물’에 대해서는 피고인과 변호인이 열람하거나 등사할 수 있다(법 제35조). 과거에는 검사가 공소장과 함께 일체의 수사기록을 법원으로 송부하는 것이 실무 관행이었으므로 법원에 제출된 소송계속 중의 ‘모든 수사증거’에 대해 법원에서 열람 등사가 가능하였다. 하지만 이러한 관행은 법관의 선입견과 편견을 배제하고 공정한 재판을 위한 공소장일본주의원칙(형소규칙 제118조 제2항)에 반하고, 특히 판사가 증거조사절차를 거쳐 증거능력이 확정되지도 않은 증거자료까지 보게 되는 문제점이 있었다.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2006년 4월경 증거분리제출제도가 시행되었다. 동제도의 시행으로 검사는 법원에 공소장만 제출하고 수사기록은 계속 보관하며 증거조사가 완료되고 증거능력이 부여된 증거만 법원에 제출하였다. 변호인은 증거조사가 완료되어 수사기록이 법원에 제출되기 전에는 수사기록을 법원에서 열람 등사할 수 없고 검찰에서 열람 등사하게 되었다. 당시 대검찰청이 마련한 ‘증거서류분리제출시행지침’에 의하면, 검사는 법원에 제출할 필요가 없는 서류는 분리하고 ‘장차 법원에 제출될 서류 및 증거물에 한하여’ 미리 증거목록을 작성해서 법원에 보내도록 했다. 이로 인해 검사는 수사 중에 수집된 모든 증거를 법원에 제출하지 않고 공소유지에 필요한 증거만 선별해서 제출하였다. 변호인은 ‘검사가 법원에 제출할 예정인 수사서류 및 증거물’은 공판검사실에서 열람 등사할 수 있어 문제가 없으나 ‘검사가 법원에 제출하지 않기로 한 증거’, 그 중에 특히 ‘피고인에게 유리한 증거’에 관하여 열람 등사가 어려운 문제가 있었다.

2007년 개정 형소법은 위와 같은 문제를 입법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증거개시제도를 도입했다. 피고인 또는 변호인은 검사에게 공소제기된 사건과 관련된 서류 또는 물건의 목록과 공소사실의 인정 또는 양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서류 또는 물건의 열람 등사 또는 서면의 교부를 신청할 수 있도록 하였다(법 제266조의3 제1항). 피고인의 방어권을 충분히 보장하고 집중심리와 신속한 재판 나아가 적법절차에 의한 실체진실 발견을 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검사는 국가안보, 증인보호의 필요성, 증거인멸의 염려, 관련 사건의 수사에 장애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되는 구체적인 사유 등 열람 등사 또는 서면의 교부를 허용하지 아니할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하는 때에는 열람 등사 또는 서면의 교부를 거부하거나 그 범위를 제한할 수 있다. 다만, 서류 등의 목록에 대하여는 열람 또는 등사를 거부할 수 없다(법 제266조의3 제2항, 제5항).

만약 검사가 그 서류 등의 열람 등사 또는 서면의 교부를 거부하거나 그 범위를 제한하거나 또는 검사가 신청을 받은 때부터 48시간 이내에 거부 등의 통지를 하지 아니한 때에는 법원에 그 서류 등의 열람 등사 또는 서면의 교부를 허용하도록 할 것을 신청할 수 있고, 법원은 허용시 생길 폐해의 유형 정도, 피고인의 방어 또는 재판의 신속한 진행, 해당 서류의 중요성 등을 고려하여 검사에게 열람 등사 또는 서면의 교부를 허용할 것을 명할 수 있으며, 이 경우 열람 또는 등사의 시기 방법을 지정하거나 조건 의무를 부과할 수 있다(법 제266조의3 제4항, 제266조의4 제1항, 2항). 만약 “법원의 열람·등사 허용 결정에도 불구하고 검사가 이를 신속히 이행하지 아니한 때에는 해당 증인 및 서류 등에 대한 증거신청을 할 수 없는 불이익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검사의 거부행위는 피고인의 열람·등사권을 침해하고, 나아가 피고인의 신속·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및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까지 침해하게 되는 위헌적 처분이 된다”(법 제266조의4 제5항, 헌재결 2010. 6. 24, 2009헌마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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