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의 계절이 돌아왔다. 프로야구 10개팀이 벌이는 매일매일의 게임은 전쟁을 방불케한다. 그만큼 흥미진진하다는 얘기다.

한국 프로야구 선수로는 최초로 직접 메이저리그로 직행한 류현진이 지난 2년간의 성과를 뒤로한 채 부상에서 복귀하지 못하고 있음은 아쉬운 점이다. 그러나 곧 그 철완으로 메이저리그를 평정하리라. 올해 메이저리그에서 얼굴을 볼 수 있는 강정호는 강타자의 면모를 과시하며 홈런을 터트리고 있고, 1300억원이라는 거액의 몸값을 자랑하는 추신수도 이제 서서히 기지개를 펴고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조그만 야구공에 있다. 야구공에는 가죽을 꿰맨 실밥이 있는데 투수는 이 실밥을 이용하여 여러 가지 궤적을 가진 다양한 형태의 공을 던지게 된다. 그 실밥의 개수가 108개라는 사실을 아는 이는 드물다.

한편 우리의 눈을 즐겁게 하는 스포츠가 있으니 LPGA가 바로 그것이다. 특히 올해는 한국 선수들의 선전이 눈에 띈다. 세계랭킹 2위인 박인비를 비롯하여 김세영 등 여러 한국 선수들이 올해 개최된 LPGA 대회를 독식하고 있다. 한국 선수들의 선전이 스폰서에게 악영향을 주어 LPGA가 축소되지 않을까하는 걱정까지 대두되고 있다니 정말 대단하지 않은가. 그들의 경기를 보고 있노라면 우리나라 여성의 힘이 대단하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다. 조그만 골프공을 그 조그만 홀컵에 넣기 위해 얼마나 많은 연습을 하며 땀을 흘렸을까 생각해본다. 그 조그만 홀컵의 지름이 108mm라는 사실을 아는 이는 아주 드물다.

불교에서는 흔히 108번뇌를 이야기한다. 원래 불교에서 108이란 수는 매우 많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108번뇌란 사람이 끊어야 할 번뇌가 그만큼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108번뇌는 사람의 감각(六根)과 감각의 대상(六塵)이 결합해 여섯 가지 작용, 즉 시각·청각·후각·미각·촉각·분별작용 등을 하고, 이것이 각각 좋고(好), 나쁘고(惡), 좋지도 않고 싫지도 않은(平) 세 가지로 느껴 18가지의 번뇌가 있으며, 또 이 18가지 번뇌는 각각 더러움(染)과 깨끗함(淨)이 있어 36가지(18×2)의 번뇌가 된다. 다시 위 36가지의 번뇌는 과거, 현재, 미래에 모두 있다고 해서 3을 곱하여 108가지의 번뇌가 되는 것이다.

아무런 관련이 없어 보이는 야구공의 실밥개수, 골프에서의 홀컵의 지름이 공교롭게도 불교에서의 108번뇌의 숫자와 일치하는 것은 우연치고는 너무나 신기하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인간이 끊고 극복해야 할 번뇌가 많다는 것이 야구나 골프를 통해 표출된 것인가.

아베 총리가 방미 시 보여준 행태는 한나라의 최고지도자로서의 그것은 아니다. 미일 방위협력지침을 개정하여 사상 최고 수준의 군사동맹을 구축하고 자위대와 미군의 협력범위를 넓히더니, ‘미일 비전 공동 선언문’을 발표해 환태평양지역에서의 일본의 이익을 지켜주겠다는 미국의 약속을 받아내기도 한 아베의 외교력에 찬사를 보내야 할까. 아베 총리는 방미 기간 동안 거듭되는 위안부 문제에 대한 질문에 대해 ‘인신 매매’라는 표현을 쓰고 공식 사과나 사죄의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하버드생이 던진 “명백한 증거가 있음에도 위안부 문제를 부인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제대로 답변하지 못하는 그의 역사의식은 과연 어떠한 것일까.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의 중국의 세력확장을 저지하려는 미국의 의도와 맞아떨어진 이번 방미에서 거둔 아베의 성과는 자신들의 과거를 부정하고 반성하지 못하는 비양심에 근거한 것일 뿐이다.

아베는 이미 일본의 식민지 지배와 전쟁을 침략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일본각료들과 국회의원들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대한 한국과 중국의 비판을 ‘위협’이라 표현하며 신사 참배를 정당화하려 한 바 있다. 독도영유권 주장을 전세계를 대상으로 공론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한다. 아베가 번뇌하는 인간이 아님은 자명하다. 아베에게 야구와 골프를 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야구공의 실밥이 왜 108개인지, 골프장의 홀컵은 왜 지름이 108mm인지 생각해보기를 권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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