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외·법조 > 일본
[영리더 프로그램 참가기]비교법 공부와 한국법의 세계화
황보현 변호사  |  hbhyun96@hanmail.net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541호] 승인 2015.05.01  16:52:17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비교법 공부와 다양성의 즐거움

어느 나라의 법률과 다른 나라의 법률을 비교해 보는 것은 객관적이고 다양한 시각으로 법률문제를 바라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법학 공부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대학에서 중문과 동양사를 전공하고, 법학을 부전공하면서 사법시험을 준비했던 터라, 법철학이나 비교법 같은 기초적인 법학 공부를 접해 볼 기회가 없었습니다. 기업 변호사로 일하면서 종종 국제 사건을 접할 때마다 다양한 외국법에 대한 관심이 생기기는 했어도 깊이 있게 이를 공부할 기회나 여유 또한 없었습니다. 그러나 이곳 규슈대학에서 기초적인 EU법, 영미법이나 일본법을 비교법적으로 공부하다보니 한국에는 존재하지 않는 법제도들도 알게 되고 한국법을 객관적으로 바라 볼 수 있게 된 것 같습니다.

특히 지난학기 EU법 수업은 아세안 친구들 대부분이 수강하였는데, EU는 올해 출범이 예상되는 아세안 경제공동체의 롤 모델이기 때문에 그 친구들이 EU법을 공부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상품의 자유이동, 관세동맹, 공동시장, 단일통화 등 경제통합의 발전단계를 거치면서 현재까지 이어진 EU 판례 및 법체계는 실제 아세안뿐만 아니라 지역적 경제통합을 지향하는 많은 국가들에게 상당한 시사점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하였습니다.

수업으로 듣는 비교법 공부뿐만 아니라 아세안 등 각국의 친구들과 교류하면서 그들의 다양성을 배우는 것도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지구상에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는 것, 그들만의 독특한 언어·문화·역사를 가지고 있다는 것, 법 공부를 위해 각 나라에서 선발된 소수의 인원들이 함께 모여 서로의 문화와 법률을 비교 체험한다는 것. 무척이나 새롭고 흥미로운 일입니다. 세상엔 우리가 모르는 것이 매우 많고, 눈을 들어 전 세계를 보면 우리가 관심을 갖고 연구할만한 것들이 무궁무진함을 느낍니다. 그동안 서양의 틀 안에서만 공부하다가 아시아 국가들의 독특한 문화와 역사, 언어를 조금씩 알게 되니 미지의 세계였던 캄보디아, 라오스, 태국, 미얀마, 인도네시아, 베트남, 필리핀 등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기본적으로 아세안 국가의 법률은 그 나라의 역사, 종교, 문화, 언어, 관습 등 다양한 요소들과 근대식 서구 법률체계가 결합되어 만들어졌는데, 공산당이 지배했던 베트남과 라오스는 중국식 사회주의 법률체제를 가지고 있고, 근대 열강들 사이에서 왕권의 독립을 유지했던 태국은 입헌군주제 형태를 취하고 있습니다.

특히 아세안은 불교의 영향을 받은 나라(미얀마, 태국, 라오스, 캄보디아), 이슬람의 영향을 받은 나라(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 가톨릭의 영향을 받은 나라(필리핀) 등 종교가 각 나라 법률에 상당한 영향을 주었습니다. 예를 들어, 필리핀은 가톨릭의 영향으로 이혼은 법률적으로 허용되지 않으며, 인도네시아에서는 무슬림과 비무슬림간에 결혼이 불가능므로 한쪽이 반드시 개종을 해야만 결혼할 수 있다고 합니다.

한국법의 세계화

외국인들에게 한국법은 어떻게 인식되고 있으며, 공부하고 싶은 매력적인 요소가 있을까? 여기서 만난 친구들의 대다수는 영미법이나 EU법 이외의 외국법에는 그다지 흥미가 없는 것 같았습니다.

실제 국내외에서 중국법이나 일본법을 전공하여 교수가 된 사람은 있어도 한국법만을 전공하여 외국에서 교수가 된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고, 영어로 논문을 쓰려고 해도 한국의 법원 판결이나 평석에 관한 영어 자료를 구하기 쉽지 않습니다. 다만, 최근 10년간 법제연구원을 통해 대한민국영문법령이 상당한 진척을 이뤘고, 대법원의 영문판례가 일부 소개되고 있는 점은 매우 고무적인 일입니다.

그러나 한국법의 세계화나 한국 변호사의 해외 진출을 위해서는 법률가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해외 저널 등에 한국법을 소개하거나 판례평석 등을 기고하고, 국내에서 해외 법조인들을 초청하여 한국법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 외국인들이 한국법에 관심을 갖도록 유도해야 할 것입니다.

또한, 일본법의 한자용어가 우리의 그것과 상당히 유사하여 우리가 일본법을 쉽게 검색하거나 이해할 수 있었던 것처럼, 중국이나 일본 법조인들이 더욱 쉽게 한국법을 찾을 수 있도록 한글 옆에 한자를 병기하는 것도 나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만일, 한국법이 자주 외국에 소개되고 세계 법조인들 사이에 한국법이나 사법체계가 합리적이라고 널리 인식된다면, 국제거래시 준거법으로 한국법을 주장해도 상대방이 쉽게 수긍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나아가 한중일과 아세안의 상호 무역거래 및 의존성을 고려할 때, 유럽통일계약법과 같은 아시아통일계약법 등을 만들고 한국법률도 이러한 통일법에 일치시킬 수 있다면 한국법의 세계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최근인기기사
1
[동서고금]검찰 인사 관전평
2
[인권과정의 특집 좌담회]변호사 직역을 둘러싼 갈등과 그 해결과제 모색
3
[기자의 시선]절반의 진실
4
“인지대 감액으로 재판청구권 보장해야”
5
[국회단상]인사청문회 입문편
Copyright © 2017 대한변협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news.koreanbar.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