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기록되고 저장되는 정보화 사회, 인터넷의 세계에서 검색 엔진 없이는 필요한 정보에 액세스하는 것이 어렵다. 따라서, 포털과 같은 검색 엔진도 신문이나 방송 등과 같이 실질적으로 ‘알 권리’나 ‘표현의 자유’에 공헌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그런데, 현재 일본의 인터넷 포털 검색시장의 1위 사업자는, 흥미롭게도 한국에서는 철수한 야후재팬. 최근 야후재팬이 인터넷에서 검색되는 개인정보와 관련하여 새로운 가이드라인을 발표해 화제가 되고 있는데, 지금까지 일본의 학계나 법조계가 ‘잊혀질 권리’에 대해서 한국보다 민감하게 반응해 오지 않았다는 점에 비추어 볼 때 매우 고무적인 움직임으로 여겨진다.

작년 5월 13일 유럽연합의 최고법원인 유럽사법재판소는 ‘곤잘레스 사건’에서 인터넷상의 개인정보의 삭제를 구하는 소위 ‘잊혀질 권리’를 인정했고, 이 때문에 IT업계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이 사건의 원고인 스페인 변호사 곤잘레스는 자신의 이름을 구글에서 검색한 결과에서 우연히 자신이 지난 1998년 빚 때문에 집을 강제경매 당한 기사를 보게 됐고, 구글에 이 기사의 삭제를 요청했지만 구글은 이를 거절했다. 결국 곤잘레스는 구글을 상대로 삭제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고, 유럽연합 최고법원이 판결로써 잊혀질 권리의 존재를 확인한 것이다. 작년 7월경 이미 마이크로소프트는 자사의 검색 사이트 ‘빙’ 에서 사용자가 원하지 않는 정보를 삭제 요청할 수 있는 서비스 시행에 들어갔고, 검색 서비스가 아닌 트위터나 페이스북도 어떤 방식으로 잊혀질 권리를 보장해야 할지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잊혀질 권리에 대한 논의가 구미에서 활발히 논의되는 가운데, 야후재팬은 2014년 11월 전문가회의를 설치하여 검토 결과를 공표하기로 돼있었다. 결국 금년 3월 30일 야후재팬은 ‘알 권리’와 ‘프라이버시’의 충돌을 조정하기 위한 새로운 삭제기준을 공표했고, 이 기준에 대하여 도쿄대 대학원 정보학회의 나리하라 사토시 조교는 “이것은 표현의 자유, 알 권리를 실현하면서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는 데도 알맞은 밸런스 감각이 있는 기준이다”라고 평가했다(같은 날 마이니치 신문 보도).

3월 31일자 후지TV 온라인판 기사에는 그날부터 적용되는 야후재팬의 개인정보 삭제기준의 구체적인 내용이 보도됐는데, 공인과 일반인, 성인과 미성년을 구별한 것 이외에도 삭제해야 할 사례를 유형화하는 등 많은 준비와 연구를 진행해 왔음을 알 수 있다. 즉 삭제를 요구한 사람이 공직자인가, 미성년인가 등의 ‘속성’은 물론, 게시 내용이 성적인 이미지나 이지메 피해 등 프라이버시를 보호할 필요성이 높은지 여부 등도 고려하고 있다. 

그래서, 특별한 이유 없이 일반인의 주소나 전화번호・병력 등이 게재되고 있거나, 오랜 기간이 경과한 경미한 범죄에 관한 정보 등에 있어서는 해당 부분을 삭제의 대상으로 하고, 소위 「리벤지 포르노(헤어진 연인에게 복수하기 위해 상대의 알몸이나 속옷 사진, 동영상 등을 인터넷에 유포하는 행위를 말하며, 일본은 이를 처벌하기 위하여 2014년 11월 27일부터 ‘사생활 성적 동영상 방지법’을 시행하고 있다.)」를 비롯한 명확한 권리침해에 있어서는 링크 정보마다 非표시를 한다고 한다(프라이버시 보호를 우선). 

한편, 전과나 체포경력 이외에도 공직자나 기업 대표자·저명인 등의 정보는 ‘표현의 자유’를 우선하여 삭제에 신중히 대응한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최근 2, 3년 전부터 잊혀질 권리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고 이미 국내 포털 사업자들은 게시물 중단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지만, 이에 관한 법적 근거가 명확하지 않아 아직도 논란이 분분하다. 따라서 정보의 생성은 쉬운 반면 삭제가 용이하지 않은 인터넷 환경에서 피해자 구제를 위한 입법의 필요성이 계속 제기되어 왔으나, 표현의 자유나 국민의 알 권리 외에도 인터넷상의 데이터를 일일이 다 삭제할 수는 없다는 기술적·경제적 어려움을 근거로 도입에 반대하는 주장도 여전히 많다.

잊혀질 권리에 대한 관심이 우리보다 적었던 일본에서도 개인정보를 보호하기 위한 인터넷 포털 사업자의 가이드라인이 공표되고 있는 상황이므로, 시장지배력이 강한 우리의 포털 사업자들도 잊혀질 권리와 관련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고려해야 할 시점이 아닌가 생각한다. 더불어 2013년 국회에서 발의된 저작권법과 정보통신망법의 일부개정법률안(글쓴이가 OSP, 즉 온라인 서비스 제공자에게 자신이 쓴 글에 대한 삭제를 요청할 수 있는 내용 등이 포함)이 통과되어, 가까운 시일 내에 잊혀질 권리의 법제화가 이루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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