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에는 미국 대학의 이사회에 대하여 이야기 드렸는데, 이번은 미국 대학의 법무조직에 대하여 말씀드리고자 한다. 필자가 대학의 전속변호사로 근무한지 5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대학에서 일한다고 하면 로스쿨 교수로 생각하시거나, 대학에 변호사가 필요하냐고 반문하시는 분도 계시다. 대학을 떠올리며 통기타와 낭만의 장소로 추억하시는 분들에겐 낯설게(?) 느껴지겠지만 그 동안 대학행정 일선에서 일하면서 체감한 바로는 이제 대학은 변호사를 필요로 하고 있으며 또한 변호사가 대학에서 기여할 수 있는 일은 매우 많다는 것이다.

먼저 미국의 하버드 대학교와 스탠퍼드 대학교(스탠퍼드를 ‘서부의 하버드’라고도 하는데, 요즘엔 하버드를 ‘동부의 스탠퍼드’라고 부르자는 이야기가 나올 만큼 양 학교의 경쟁이 치열하다)의 법무조직에 대하여 소개드리면 다음과 같다. 하버드 대학은 Office of the General Counsel에 현재 변호사 15명과 외부자문역 1명이 소속되어 있다. General Counsel은 법무조직의 수장으로 수석부총장의 지위에서 총장의 자문역도 겸하고 있다. 일상적인 법무업무는 Deputy General Counsel(우리의 경우 법무실장, 법무팀장에 해당)이 총괄하는데, 경력이 풍부한 University Attorney 10명과 비교적 신참인 Associate Attorney 3명이 소속되어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업무 영역은 일반적인 사내변호사들이 처리하는 계약, 자문, 송무, 법제를 기본으로 하여 학사, 학생, 연구, 산학협력, 지식재산, 인사, 총무 등 대학행정 전반의 법적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 특이한 사항은 하버드 대학의 변호사는 학내 구성원들을 위한 공증 서비스(notary services)도 제공한다는 점이다. 한편 스탠퍼드 대학도 Office of the General Counsel에 현재 변호사 19명, 외부자문역 1명이 소속되어 있다. General Counsel은 법무조직의 수장으로 부총장의 지위를 겸하고 있다. 일상적인 법무업무는 대학(Deputy General Counsel)과 병원(Chief Hospital Counsel)에 각각 법무책임자를 두어 총괄하게 하고 있으며, Senior University Counsel 14명과 University Counsel 2명이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특이한 사항은 스탠포드 대학의 법무조직이 별도 법인인 대학병원의 법무까지 함께 지원하고 있다는 점이다.

두 대학뿐만 아니라 다른 유수의 미국 대학에서 발견되는 공통점은 법무조직의 수장인 General Counsel은 보통 부총장의 지위를 겸하며 총장에 대하여 학교운영 전반에 관한 자문역을 담당하고 있다는 것이다(우리의 경우에 비추어 보면 대학본부의 사무국장의 지위와 유사해 보인다). 또한 발전기금 운용이나 부동산 개발과 관련하여 외부전문가를 자문역으로 위촉하는 것도 보편적인데, 미국 사립대학의 방대한 기금규모와 대학수입의 상당 부분이 부동산 수익이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대학 내 로스쿨의 역할과 관련하여 통상 로스쿨은 법조인 양성교육에 초점을 두고 있으며, 대학 내 법무업무는 변호사가 속한 법무조직에서 전담하고 있다. 다만, 로스쿨의 리걸클리닉(legal clinic)이나 관련 연구소에서 공익활동(pro bono) 차원에서 학내 구성원에게 법률자문 등을 제공하고 있다.

미국 대학에 상근변호사(보통 university attorney 또는 counsel이라고 한다)가 많은 배경으로 미국 특유의 법률문화(여기선 50달러짜리 교통법규 위반 범칙금을 낼 때도 변호사에게 업무를 의뢰한다)를 꼽을 수 있지만 매년 왕성하게 배출되는 변호사 규모도 무관하지 않다. 우리의 경우 미국만큼 변호사가 국민의 이웃(좋은 이웃인지 나쁜 이웃인지는 늘 논란의 대상이다)으로 자리 잡고 있지 않지만 이제 법률시장의 격변기를 맞이하여 향후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자연히 우리의 대학에도 전속변호사의 수가 많아질 것인데 10년, 20년 후에는 변호사가 대학행정의 책임자가 되어 고등교육계에서 활약하는 날을 기대해 본다.

이번 연수기를 끝으로 필자는 5월 한국 복귀를 준비하고 있다. 낯선 미국에서 가족과 함께 지내면서 서로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가진 것 같다. 돌이켜 연수기간 내내 지속된 고민거리를 하나 들자면 그것은 바로 삼시세끼를 해결하는 문제였는데, 이번 기회에 한국음식이 얼마나 맛도 좋고 건강에 좋은지 새삼 느꼈고 뒤늦게 손수 요리하는 즐거움도 깨닫게 되었다. 그동안 도움을 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리며 부족한 연수기를 마친다.

“Life is not divided into semesters. You don’t get summers off and very few employers are interested in helping you find yourself. Do that on your own time.” - Bill Gat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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